◈ 미래대응기금은 이재명의 '만능 쌈짓돈'? ◈
기획예산처가 반도체 초호황으로 예상보다 더 걷힌 초과 세수로
백수십조 원에 달하는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겠다고 하고 있어요
세금이 더 걷히면 나랏빚을 갚거나 다음 해 예산으로 넘기는 것이
국가재정법이 정한 원칙이지요
이를 우회해 별도의 기금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지요
정부가 밝힌 명분은 그럴싸하지요
청년, 미래 성장 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미래 투자에
기금을 쓰겠다고 하고 있어요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를 되살려야 한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어 보이지요
하지만 기금 조성설이 불거진 직후부터 관가 안팎에서
우려가 쏟아지고 있어요
정부가 국회의 견제 없이 재량껏 쓸 수 있는 ‘쌈짓돈’을
만들려는 시도 아니냐는 지적이지요
기금은 통상적인 예산과 달리 20~30%가량을
국회의 사전 동의 없이도 정부 재량으로 변경해 쓸 수 있어요
다른 기금들을 두고는 이런 지적이 나오지 않아요
외국환평형기금이나 주택도시기금처럼 기존의 기금들은
외환시장 안정, 서민·중산층 주택 마련 지원 등
명확하고 특정한 목적을 위해 나랏돈을 따로 모아둔 것이지요
목적이 엄격히 제한되어 있기에 정부의 유연한 운용권을 보장한 것이지요
국가재정법은 “기금은 국가가 특정한 목적을 위하여
특정한 자금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을 때에 한하여
법률로써 설치한다”고 규정되어 있어요
하지만 미래대응기금의 목적이 국가재정법에 명시된
‘특정한 목적’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지요
청년, 성장 동력, 지방, 미래 인재라는 키워드는
치안과 국방을 제외한 사실상 국가 업무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거대한 개념이랄수 있어요
수도권 청년도, 지방의 고령층도 모두 대상이 될 수 있지요
관가 안팎에서 “사계절 내내 아무 데나 쓸 수 있는 기금”이라는
비판과 조롱이 나오는 이유이지요
기금의 탄생 배경을 돌아보면 이러한 의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어요
과거 정부에서 기획재정부(기획처와 재정경제부의 전신)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나 추가경정예산 편성 규모를 두고
신중론을 펼치자 민주당 고위 인사들이
“이게 기재부의 나라냐”며 공개적으로 강하게 반발했지요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조직 개편을 거쳐 기획처가 재출범했어요
청와대와 거대 여당이 예산 편성권을 쥔 정부를 길들이는 취지를
다분히 깔고 재출범시킨 기획처가, 청와대와 거대 여당이
폭넓은 용도에 쓸 수 있는 기금을 마련한다고 하니 뒷말이 무성하지요
입법예고에 들어간 미래대응기금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의
국회 논의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농어촌 기본소득 등 사용처가 거론되고 있어요
이런 상황이 요술 방망이 같은 만능 기금에 ‘미래’라는
포장지를 씌워 정권의 쌈짓돈으로 전락할 위험을 키우고 있지요
오명을 벗고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기금의 용도와 사용 기준부터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지요
그렇지 않을 경우 나라 전체가 이재명의 경기도처럼
나라 곳간이 텅텅비는 부도를 맞을수도 있어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一松) *-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오른쪽 둘째)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대응기금 관련
간담회에 참석하며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