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범벅
오늘은 감자 범벅을 했다. 감자를 까서 먼저 냄비에 얹어놓고 강낭콩을 한 줌 넣었다. 한소큼 끓은 뒤에 밀가루 반데기를 납작납작하게 떼어 넣어서 뜸을 들이자니 구수한 냄새가 진동을 한다.
"엄마, 뭐야. 맛있는 냄새가 나네."
일요일에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라 모두들 아침부터 집안에 있자니 굽굽해질 때도 되었다.
며칠 전 와우 선생님 댁에서 가져 온 무공해 감자를 대여섯개 꺼내가다 껍질을 깠다. 껍데기가 노릇노릇하니 참 잘 여물었다. 허투루 먹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때글때글한 것만을 골라 보내셨나 보다. 뚜껑을 열어서 뒷베란다에다 가져다 놓고 혹 햇볕이라도 볼까봐 신문지로 잘 덮어 두고 밥 할 때마다 한 두개씩 까서 밥밑으로 앉혔다가 먹곤 했는데 오늘은 범벅 생각이 났다.
뜸을 잘 들인 뒤 골고루 다져서 한 공기씩 퍼주었다. 아이들은 호기심에 식탁에 둘러 앉았다.
"이게 뭐야?"
"감자 범벅."
"그런 것도 다 있어?"
아이들은 놀랍다는 표정이다. 흔히 접할 수 있는 외국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겐 생소한 것이리라. 먹을 것이 흔하고 사는 형편이 나아지다 보니 새로운 음식들을 접할 기회가 많아질 수 밖에. 식생활 자체도 많이 서구화 되어가고 있는 요즘의 현실을 부정할 수 만은 없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사라지지 않는 우리의 음식들은 시간이 가고 나이가 들 수록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해주는 것인데 가끔은 아이들이 우리 세대가 되었을 때 과연 무엇에 향수를 느낄 수 있을런지.....를 생각해 본다
감자 범벅을 먹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면서 그리 맛있어 하지 않는 것 같아 아이들의 기대에 못미친 것이 조금은 머쓱해지기도 했다. 한 공기도 다 못먹고 물러나는 아이들. 하기사 이 구수한 맛을 알기엔 좀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어렸을 땐 그랬으니까. 날마다 먹다시피했던 감자, 옥수수가 싫어서 저녁을 굶고 자던 날들이 많았었지.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나니 이제사 그 맛이 그리워지고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 Tears Ⅰ
어렸던날, 부모님들과의 강원도 단양 어디쯤의 여행지의밤! 멋스러운 아주 시골스러운 민박집에서 처음대한 범벅! 풀모기 향 태우는 연기속에 멍석위에 누워 한손에 범벅 들고 쳐다보던 "아후" 그 밤하늘의 그 많던 별! 지금은 아무리 오지로 들어가도 그때만큼의 별도 그 범벅도 없드라구요.
첫댓글 저도 어릴 때 외가에 가서 감자범벅을 먹었던 경험이 있어요. 소다를 넣어 노오랗게 부풀린 것을 감자, 콩을 마구 섞어 비볐는데 너무 맛있었지요. 오이 냉국도 함께-. 좋은 글 잘 읽었어요.
아, 감자를 삶아서 콩콩 찌으면 감자떡도 되는데...
비오는 날 굽굽한데 좋은 먹을 거리 주시어 감사합니다. 어제처럼 비가 내리면 강낭콩을 따 와서 당원을 넣어 만든 범벅을 별식으로 먹었지요. 참 맛있었는데 다시한번 먹고 싶군요. 역씨 부용입니다.
어렸던날, 부모님들과의 강원도 단양 어디쯤의 여행지의밤! 멋스러운 아주 시골스러운 민박집에서 처음대한 범벅! 풀모기 향 태우는 연기속에 멍석위에 누워 한손에 범벅 들고 쳐다보던 "아후" 그 밤하늘의 그 많던 별! 지금은 아무리 오지로 들어가도 그때만큼의 별도 그 범벅도 없드라구요.
어렸던날의 기억! 회상할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주신 부용님! 감사합니다. 서양화가:정정신
그리고 난곡 선생님, 너무 반갑습니다. 어찌 지내시는지요. 한 여름 ! 어디쯤에서 강수회식구들 모두 모였으면 좋겠읍니다. 강수회는 죽는날까지 저의 꿈입니다. 서양화가;정정신
모두 모이자고 채근하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정회원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우수회원입니다.
여고1년 친구네 시골집 놀러갔더니 감자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더라구요..처음 먹어봤어요..그리고 잊고 지내다 춘천으로 시집와서 한참뒤에 감자 범벅이라는걸 알았습니다..기억속에서 늘 그랬지요.감자에다 밀가루 얹어 오이생채랑 주셨는데 꿀에 비벼먹었다고 이름은 모르겠다고..옛 생각이 새롭습니다..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