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표 달동네였던 이곳 20년 표류끝에 재개발 성공 수익 일부 포기하며 주민배려 "완공후 입주보장" 약속지켜 상생형 재개발 대표 모델로
상도역 롯데캐슬 준공 전 서울 상도동 159 일대. [사진 제공 = 태려건설산업]
"저희에게 주시려고 팥죽을 메고 오다 넘어져서 화상을 입은 주민도 있고, 매년 정성스럽게 농사를 지어 먹을거리를 보내주시는 주민도 있다. 이런 분들과의 약속을 도저히 저버릴 수 없었다."
최근 입주가 시작된 서울 동작구 '상도역 롯데캐슬' 시행을 맡은 태려건설산업의 김동석 회장은 분양이 다 끝난 지금도 조합원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재개발이 이뤄져도 기존 주민들의 주거 공간을 보장하겠다는 '약속' 덕분에 상도역 롯데캐슬이 들어선 상도7재개발구역은 20년 가까운 표류 끝에 성공적인 재개발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상도역 롯데캐슬이 들어서는 서울 상도동 159 일대는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였다. '밤골'로 불리던 이곳은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정착하면서 1950~1960년대 지은 무허가 건물이 대거 들어서 있었다. 개발 소식이 들릴 때마다 기존 주민들은 쫓겨날 것을 우려해 거세게 저항했고, 수많은 건설사들이 재개발사업을 검토하다가 포기하곤 했다. 태려건설은 2001년 이 지역 땅을 매입했다. 김 회장은 "재개발로 원주민이 강제 철거되면 적절한 보상금액을 받지 못하고 길거리에 내몰리게 된다"며 "이분들에게 '우리가 땅을 가지고 있으니 함께 조합을 만들어 집을 지어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현재 상도역 롯데캐슬 모습. [사진 제공 = 태려건설산업]
김 회장은 조합원들에게 지역주택조합 방식을 제시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지역 주민과 조합을 구성해 공동으로 용지를 매입하고 집을 짓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토지 사용료 전액 탕감과 기존 주택 한 채당 보상금 1억5000만원이란 파격적인 조건도 제시했다. 기존 주민들이 이 자금으로 다른 곳에 집을 얻어 살다가 아파트가 준공되면 계약금으로 내고 입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조합 가입비도 받지 않고, 가구당 분양가도 1억5000만원 깎아줬다.
김 회장은 "기업은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이익을 포기했지만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 빠르게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업과정에서 고비도 있었다. 분양가상한제로 선분양을 추진하면 조합이 제시한 가격보다 분양가를 3.3㎡당 600만원가량 낮춰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일반분양 수익금이 감소하면 기존 주민들로 구성된 조합원들이 추가 분담금을 내야 했다.
김 회장은 당시를 떠올리며 '하늘이 도왔다'고 회상했다. 그는 "기존 주민들은 그야말로 '초영세민'이라 추가 분담금을 내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며 "하늘이 도왔는지 2019년 후반기와 지난해 1, 2월 날씨가 춥지 않아 공사에 속도를 내서 후분양도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도역 롯데캐슬은 빠른 사업속도 덕분에 지난해 4월 후분양이 가능한 공정률 80%를 기록했고, 이로 인해 고분양가 규제 등을 피할 수 있었다. 김 회장으로서는 기존 주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게 된 셈이다.
상도역 롯데캐슬은 우여곡절 끝에 입주를 시작했다. 조합원들은 감사의 뜻을 담아 공덕비를 세우고 싶다는 제안을 했는데 김 회장이 이를 거절하자 조합원 400여명이 순금으로 만든 감사패를 전달했다. 순금 감사패에는 조합원들 이름이 일일이 각인돼있다. 지금도 주민들은 김 회장에게 직접 연락하거나 명절 선물을 보내며 감사의 뜻을 표한다. 김 회장은 "조합원들에게 받는 '고맙습니다' 문자는 돈보다 뿌듯하고 보람이 있다"며 "개발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 사회에 기여하는 회사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