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불어 좋은 날. 이번 산행은 한마디로 바람이 있어 행복한 날이었다. 매주 산에 가지만, 탄복할 만큼 날씨 좋은 날이 얼마나
될까. 비 갠 직후의 청명한 하늘, 우거진 풀숲, 길게 쉬면 한기가 돌 정도의 삽상한 공기, 거미줄 하나 없는 깨끗한 등로,
그러나 그 모든 것도 심신을 어르고 달래듯 불어주는 바람이 종일 불어오지 않았더라면, 햇빛만 맑은 무더운 여느 여름날로 기억되고
말았을 것이다. 바람이 있어 완성된 날, 너무 아름답고 투명해서 왠지 조금은 서글펐지만 그냥 그대로 머물고 싶었던 날이었다.
조용필은 그의 ‘바람이 전하는 말’에서 “… 바람이 불면 귀 기울여봐. 작은 일에 행복하고 괴로워하고 고독한 순간들을 그렇게 살다
갔으니 …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꽃씨 하나 심어 놓으니 그 꽃나무 자라서 바람에 꽃잎 날리면 …. 착한 당신 속상해도
인생이란 따뜻한 거야”라고 노래했으니, 정녕 바람의 소리를 듣는 자는 겉으로 보이는 삶의 쓸쓸함과 외로움의 이면에 따듯함이 숨어
있는 것을 알게 되리라.
ㅇ 칠보산- 각연사서 올려본
ㅇ 군자산 - 보배산 오르면서
ㅇ 군자산(왼), 보배산(오른) - 칠보산 가는 능선서 바라본
바람불어 좋은 날. 이번 산행은 한마디로 바람이 있어 행복한 날이었다. 매주 산에 가지만, 탄복할 만큼 날씨 좋은 날이 얼마나 될까. 비 갠 직후의 청명한 하늘, 우거진 풀숲, 길게 쉬면 한기가 돌 정도의 삽상한 공기, 거미줄 하나 없는 깨끗한 등로, 그러나 그 모든 것도 심신을 어르고 달래듯 불어주는 바람이 종일 불어오지 않았더라면, 햇빛만 맑은 무더운 여느 여름날로 기억되고 말았을 것이다. 바람이 있어 완성된 날, 너무 아름답고 투명해서 왠지 조금은 서글펐지만 그냥 그대로 머물고 싶었던 날이었다. 조용필은 그의 ‘바람이 전하는 말’에서 “… 바람이 불면 귀 기울여봐. 작은 일에 행복하고 괴로워하고 고독한 순간들을 그렇게 살다 갔으니 … 너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꽃씨 하나 심어 놓으니 그 꽃나무 자라서 바람에 꽃잎 날리면 …. 착한 당신 속상해도 인생이란 따뜻한 거야”라고 노래했으니, 정녕 바람의 소리를 듣는 자는 겉으로 보이는 삶의 쓸쓸함과 외로움의 이면에 따듯함이 숨어 있는 것을 알게 되리라.
ㅇ 군자산 오르면서
ㅇ 칠성 저수지
오늘 산행 들머리는 군자산 서쪽의 칠성저수지다. 일반 등로가 있는 곳의 반대편이다. 언젠가 산악회를 따라 왔을 때는 거의 11시나 돼서 올랐던 것으로 기억해 오늘도 늦으리라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임도를 걷다가 아스콘 포장이 되어 있는 도로를 만나 다시 차를 불러 조금 더 들어가는 등의 해프닝에도 8시 47분에 시작할 수 있었다. 교통이 좋아진 것이다. 들머리는 택지를 조성하려 했었는지 넓고 평평하게 대지를 골라놓은 곳이었는데, 축구장 만한 너비에 가득 찬 개망초 꽃밭이 장관이었다. 풀숲을 뚫으려 하면 언제나. 산행역사의 또 한 페이지가 개시되는 가벼운 흥분을 느낀다. 메대장을 선두로 가이버, 상고대가 초록색 격랑 속으로 빠져든다. 초반 경사 급한 사면에 잡돌과 너덜로 걷기가 불편해도 오름길이라 괜찮다. 길을 막는 소나무 나뭇가지와 돌덩어리를 피해 이리저리 진행하다가 어느 정도 올라 1차 정비를 한다.
ㅇ 남군자산 조망
군자산의 높이가 948m, 들머리가 약 200m, 고도 700m 이상을 쳐야 하는 짭짤한 코스다. 사면의 사면에서 능선으로 올라 붙으니 희미한 흔적이 나타나고 잡목이 방해는 해도 진행에 무리는 없다. 햇볕은 밝고 공기도 맑고, 바람마저 불어주니 가이버가 ‘가을 같아요’라고 할 만큼 상쾌하고, 다리도 저절로 움직이는 것처럼 몸도 가볍다. 오룩스 맵상 소군자산 헬기장 근처 그늘에서 후미를 기다리며 2차로 쉰다. 모두 모여 한바탕 수다를 떨다가 군자산으로 향한다. 오늘의 등로는 대체로 칼날같은 바위능선을 지나도록 나있다. 특별히 위험하지는 않아도 주의를 요하고, 신경이 많이 쓰인다. 군자산에 도달하니 좁은 정상에는 일반 산행 팀이 1팀 올라와 있고, 그 중 한 아저씨에게 부탁하여 단체사진을 찍는다. 당초 군자산을 지나 남군자산 쪽으로 가다가 떡바위로 내리는 게 계획이었으나, 시간이 늦어바로 일반 등로를 따라 내리기로 수정한다.
ㅇ 군자산 정상에서
ㅇ 보배산 칠보산 조망 - 군자산에서 본
군자산 내리다가 자연전망대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보배산은 마치 꼬깔콘처럼 원추형으로 장엄하게 솟아 올라 보는 이의 도전정신을 자극한다. 오후에는 칠보산과 덕가산을 가려 했으나, 즉석에서 계곡을 사이에 두고 보이는 빨간 지붕건물 뒤로 보배산을 그냥 치고 올라가서 덕가산으로 가는데 까지 가기로 합의한다. 그렇지만, 군자산을 내리는 길이 만만치 않다. 사계가 ‘오지팀은 ‘일반등로가 더 힘들어요’라고 얘기한 그대로다. 지겹다는 생각이 들만큼 힘들고 짜증스런 등로다. 간간이 일반산행객들이 많이 올라온다. 그 중 어떤 아저씨는 부인과 아들에게 끌려 올라오는 지 볼이 잔뜩 부어서, 빤히 보이는 군자산 정상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묻는다. 속으로 힘들어도 제 힘으로 산에 오를 때가 좋을 때 입니다라고 말씀 드린다. 드디어 거의 퇴근 무렵 같이 맥이 풀리고 지쳐 터덜터덜 쌍곡구곡 주차장에 도착하고 점심을 먹는다.
ㅇ 군자산과 보배산 사이를 흐르는 쌍곡계곡
곁다리로 흐르지만, 소위 구곡(九曲)에 대해 한마디 해보자. 괴산지역은 쌍곡구곡 이외에도 선유동구곡, 화양동구곡 등 유명한 구곡이 즐비하다. 구곡이란 풍광이 좋은 계곡을 거슬러 오르면서 경치가 좋은 곳을 9개 선정하여 멋진 이름을 붙이고, 1곡가(曲歌), 2곡가 하는 식으로 각 곡마다 한시(漢詩)를 헌정하고 정자도 지어 풍류를 즐기는 문화를 말한다. 대체적으로 이황의 선유동구곡, 도산구곡과 이이의 곡산구곡이 명망이 높지만(김홍도가 그린 곡산구곡도는 국보다), 그것은 모두 주자가 광동성 무이산에 은거하면서 무이구곡을 경영한 것을 본받은 것이다. 결국 주자학에 경도된 학자들의 놀이문화인데, 이것은 조선후기에는 유행처럼 번져서 송시열의 화양동구곡, 안동 김문의 종조인 김상헌의 장손이자 송시열의 제자인 김수증의 곡운구곡을 비롯, 전국에 수십개의 구곡이 있었다. 화양동구곡 같은 것은 송시열의 정치적 비중 때문에 명망이 높지만 지금은 이름만 남은 과거의 유산일 뿐이다. 실제로 그나마 실경이 남아 있는 곳은 화양구곡과 곡운구곡 정도인데, 광덕고개를 지나서 화천 사내면 용담리에 있는 곡운구곡 마저 계곡을 끼고 난 자동차 도로가 어떤 곳은 계곡을 메우고, 때웠고, 어떤 곳은 군부대 참호에다 쓰레기까지 쌓여있어 후손들의 몰취미를 반영하는지, 선조들의 무리수의 예정된 결말을 보여주는 것인지 생각해보게 하고 있다.
ㅇ 보배산 오르기 전
ㅇ 보배산 오르는 급경사 너덜길
ㅇ 보배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약간 이동하여 아까 내려올 때 봐두었던 지점으로 이동한다. 내쌍곡교에 이르는 길 계곡 건너편은 민박이나 펜션으로 보이는 집들로 가득 차 있다. 가이버가 ‘계곡계의 홍대?’ 라면서 감탄을 하나, 지난 번 흥정계곡과는 거리가 멀고 약간 촌스러운 것이 용답동 정도가 알맞은 것 같다. 다리를 건너 들머리를 찾아보나 밭과 펜션으로 막혀 있어 여의치 않다. 불가피하게 조금 돌아서 능선에 붙는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되는 것이다. 이런 훌륭한 각도를 오르는 것은 의령 자굴산 대첩 혹은 영월 장산 중첩 정도나 버금갈 수 있을 것이다. 잔돌은 부스러지고, 사면은 바로 얼굴에 닿을 정도로 가까우니 신음소리가 저절로 난다. 참으로 마음에 드는 코스다. 중간에 한번 쉬어주고 내쳐 오른다. 이번에는 550m 이다. 보배산이라니. 산이 이쁘게 생겨서 그런지 이름도 예쁘다. 정상은 꼭지점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아마도 터가 좁고 바위로 되어 있어 조금 넓은 곳에다 정상석을 놓은 것 같다. 오랜만에 참석한 솔잎이 코스에 대해 불평을 하면서도 아주 즐거워한다. 힘이 들어도 유쾌한 본성은 숨길 수 없어, 주위의 모든 사람을 즐겁게 만든다. 더불어 맑은이 오늘 산행 내내 액션캠을 들고 다니면 녹화를 하기 때문에 땀으로 범벅이 될지언정 언제나 표정만은 밝게 해야 한다. 다들 맑은이 다가 오면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하며 웃는 표정을 짓기에 바쁘다.
ㅇ 보배산 조망
이쪽 산이름이 군자산, 보배산, 칠보산 하는 식으로 우아하게 붙은 것은 송시열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보지만, 그 이상은 모르겠다. 보배산에서 칠보산 방향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급경사 절벽을 내려서야 한다. 정규 등로가 있겠지만, 우리가 우회한 길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짭잘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중간에 칠보산에 이르는 최저 안부까지 어렵지는 않아도 계속 절벽성 암릉과 칼날능선을 내려야 하지만, 쌍곡쪽 떡바위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는 최저안부를 지나고 부터는 완전히 형편이 달라진다. 힘들어하는 솔잎과 버들을 차가 대기하기로 한 각연사로 보내려 하니, 두 여인은 족적이 희미한 등로를 보고 발길이 안 떨어지는 지 머뭇댄다. 서로 얼굴만 쳐다보다가 상고대가 결심한 듯 호위무사를 자청한다. 사계도 와이프인 솔잎에게 혼날 것이 무서운지 그제서야 따라붙는다. 진작 그럴 것이지….
ㅇ 칠보산 가는 능선 - 보배산에서 본
ㅇ 칠보산 가는 길에 본 보배산
ㅇ 덕가산 - 칠보산 가는 길에 본
ㅇ 희양산 - 칠보산서 본
네 사람을 보내고, 거침없이 칠보산으로 향한다. 안부에서 250m를 쉼 없이 바로 치고, 덕가산 쪽으로 가다가 능선을 타고 각연사로 내리기로 메대장과 합의한다. 여기서부터는 완전 일반인을 위한 등로로 데크계단으로 등로를 잘 닦아 놓았다. 몇 팀의 산객을 지나치고 드디어 칠보산 정상. 멀리 우측으로 속리산, 청화산 등과, 좌측으로 희양산이 햇빛에 바위가 하얗게 빛나며 아주 가깝게 보인다. 장관이다. 보이는 산객 마다 감탄이다. 아마 이런 멋진 풍광은 유리알처럼 깨끗한 조망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싶다. 떡바위 쪽에서 올라온 등로도 좋지만, 반대편 덕가산 쪽 절골에서 올라오는 등로도 나무데크에 뭐에 아주 잘 닦아놓았다. 당분간 절벽이라 얌전하게 일반 등로를 따라 내린다. 한참을 뛰어내리니 칠보산과 덕가산 능선의 최저 안부 활목고개이다. 반질거리는 등로는 절골로 향하고, 우리는 반대편 각연사를 향해 내린다. 등로 좋다. 오늘 종일 고생한 것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지 푹신하게 갈잎이 깔리고 경사도 완만하여 산책길 같다. 약간 지겨워질 무렵 보물인 머리가 용을 닮은 돌거북 위에 건립된 통일대탑을 지나 드디어 절집에 도착한다.
각연사는 신라 때 창건된 절이라는데, 상당히 큰 대지에 덩그마니 큰 건물이 세 채 서있다. 하나는 스님들의 생활관이자 수도도량 같고, 하나는 대웅전, 다른 하나는 비로자나불좌상을 모신 건물이다. 비로자나불좌상은 석불로서 원래 노지에 놓이도록 조성된 것인데, 건물을 지어 그 안에 모신 것으로 보인다. 대웅전 불단 한켠에는 룸비니 동산에서 직접 채화를 해왔다는 세계 평화의 불이 놓여있고, 다른 쪽 벽에는 딴 절 같으면 별도의 건물에 마련되었을 사망한 사람들이 사진 같은 것이 걸려있는 것으로 보아 교세가 그리 큰 절 갖지는 않았다. 대웅전에서 생활관을 끼고 우측으로 돌아 도로를 따라 가면 아름드리 나무가 심어진 고즈넉하고 고풍스런 산책로가 지나게 되어 있고 마침내 주차장에 우리 차가 보인다. 그냥 한번 구경을 오더라도 그런대로 볼만한 절집이라는 생각이다. 어쨌거나 5시 46분. 9시간 근무를 했으니, 본전은 뽑은 셈이다.
ㅇ 괴산군 목도강
(부기) 매일 삼겹살만 먹을 수 없다는 민원을 반영하여 새로 발견한 괴산 민물 매운탕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특히 강변의 해질 무렵 여름날 풍경은 머리 속에 지워지지 않는 사진으로 남겨두고 싶을 만큼 평화와 여유 그 자체였다.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ㅇ 산행일시 : 2016년 6월 25일(토), 당일 산행
ㅇ 산행인원 : 11명
(버들, 모닥불, 솔잎, 대간거사, 상고대, 사계,
두루, 맑은, 신가이버, 해마, 메아리)
ㅇ 산행코스 : 군자산→보배산→칠보산
ㅇ 산행거리 : GPS 거리 약 13.2km
ㅇ 산행시간 : 9시간 10분
* (오지산행)은 대한민국 모든 산의 주능선과 지능선을
연결 산행하는 모임입니다.
* 오지산행 참가를 원하시면,
다음(DAUM) 카페 (오지산행) 홈페이지에 오셔서
회원가입과 산행참가 신청을 하시면 됩니다.
PC(웹) http://cafe.daum.net/OGmountain
모바일 http://m.cafe.daum.net/OGmountain
첫댓글 산도 좋았고 날씨도 좋았으며 같이 한 님들이 더 좋았습니다
항상 오늘만 같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항상 오늘만 같아라"/// 아주 딱 맞는 하루였습니다...산행기가 약간 다른 형태를 보이는 듯합니다..바쁘셔서 그랫나 하여간 잘 다녀오시고 주말에 뵙겠습니다
맑은 날씨, 시원한 바람, 비강을 후비는 산내음, 아주 두둑한 계탄 날이었습니다.
정말 매일 매일 이 날과 같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함께한 님들 또 계타러 가셔야지요......
괴강 붕어회가 맛있다던데.ㅋㅋ
풍광이 보기만 해도 시원합니다.
짝짝짝짝짝 산과 역사가 어우러진 정갈한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