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빌라 밀집 지역/사진=전병윤 기자© News1 |
"어차피 세금 걷겠다는 것" 냉소적 반응
다가구비해 다세대주택 보유자 형평성 불만
세 부담에 월셋값 상승 우려는 과잉 해석
(서울=뉴스1) 전병윤 기자,최동순 기자 = "결국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 아니냐.", "이참에 월셋집을 정리하겠다."
정부가 집주인들의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방침에 대해 재수정을 거듭하는 사이 주택시장의 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임대소득에 과세를 하더라도 3년간 유예하고 다주택자들도 연간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면 분리과세(전체 소득에 합산해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종합소득세 대신 임대소득만 따로 분리해 14%단일세율을 매기는) 혜택을 주겠다며 집주인들의 반발을 의식해 한발 물러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소적이다.
집주인들은 과세 유예나 분리과세 확대 적용과 같은 인센티브보다는 정부의 방침이 임대소득 과세로 방향을 틀었다는 것 자체에 방점을 찍고 있다. 세원 노출에 대해 예상보다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각에선 확정된 방안이 나오기전까지 차분히 기다려보자는 신중론과 이미 임대사업자로 신고한 뒤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 집주인들은 정부 방침을 지지하는 등 개인별로 인식 차이를 보였다.
◇월세 놓던 다세대주택 집주인, 심리적 稅부담 커
빌라와 원룸 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동작구 사당동은 정부의 임대사업자 과세 발표 후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사당동 B공인중개 H대표는 "연초에 빌라 한 채를 구입하려던 사람이 올 2월에 월세나 전세에 과세를 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자 매매계약을 보류했었다"며 "2개월전쯤에는 보유하고 있던 월세를 판 집주인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 추세를 보이던 매매가는 주춤해졌고 아직 전세나 월세가격의 변화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며 "다만 과세 부담을 느낀 집주인들이 월세나 전세를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묻는 문의가 자주 온다"고 말했다.
다가구주택과 다세대주택간 희비가 엇갈리고도 한다. 다가주주택은 소유권이 하나이고 여러채로 나눠 세를 놓은 형태고 다세대주택은 빌라처럼 각 가구별로 구분등기해 소유권이 나눠져 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앞 담벼락에 한 임대인이 하숙과 원룸 월세를 알리는 전단지를 붙이고 있다. 2014.2.6/뉴스1 © News1 양동욱 기자 |
정부 방침에 따르면 1주택자는 9억원 이하면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9억원 이상의 경우는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면 분리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당동의 빌라는 대부분 다세대 형태이고 다가구주택의 경우는 9억원 미만이다. 다가구주택을 보유한 백모씨는 월세 4개로 임대소득을 올리고 있다. 보증금 1000만원에 2개는 월 50만원, 나머지 2개는 월 40만원. 연간 임대소득 2160만원으로 금액 기준으로만 보면 백씨는 과세 대상에 속한다. 하지만 본인이 살고 있는 다가구주택이므로 1주택자에 해당되고 집값도 9억원 미만이라 과세 대상에서 빠진다.
반면 방 2개 짜리 다세대주택 세 채를 임대중인 오씨는 과세 대상에 속한다. 오씨는 한 가구당 월 70만원씩 월세를 받아 연간 2520만원의 임대소득을 거둔다. 본인 집을 포함해 3주택 보유자로 연간 임대소득 2000만원을 넘어 앞으로 과세 대상에 속한다.
사당동 E공인중개 대표는 "빌라(다세대주택)를 분양 받거나 신축해 임대사업을 벌인 곳이 많다"며 "앞으로 소득을 신고한 뒤 세금을 내고 월세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다가구주택 보유자에 비해 차별받고 있다는 심리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3년간 과세를 유예하거나 분리과세를 준다는 건 솔직히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것보다 정부가 임대소득에 세금을 무는 것으로 정책을 도입한 이상 앞으로 세금 부담이 커지면 커졌지 없어지진 않을 것이란 걸 우려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가 월세 아파트, 관망세 뚜렷…임대시장 변화 없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일대 아파트시장은 예상외로 차분한 분위기다. 정부에서 마련하고 있는 과세 완화 기준인 연간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에 속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변 아파트 월세 수준은 평균적으로 보증금 5000만원에 200만~250만원대로 연간 3000만원 이상 임대소득을 올린다.
서초 두산위브트레지움 앞에 위치한 B공인중개 대표는 "임대사업자든 매매를 하려는 사람이든 시장에도 내성이 생겨서 정책 변화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며 "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종전과는 달리 확정된 방안이 나오기전까지는 일단 지켜보자는 심리가 강하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 지역에 월세나 전세를 놓은 집주인들은 연간 임대소득이 높고 고가 다주택자여서 대부분 과세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월세나 전셋값이 과세 영향으로 등락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세금을 내야 하는 번거로움과 세원 노출에 대한 부담을 느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문의가 오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과세 영향으로 월세가격이 오를 것이란 우려에 대해 서초동 인근 씨티공인중개사무소 A대표는 "월세 시장은 공급량이 늘면서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예전처럼 월세가 나오자마자 금방 계약되는 분위기는 아니기 때문에 집주인이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 전가하기 위해 월세금을 올린다는 건 지나친 해석"이라 전했다.
임대 소득에 대한 과세를 찬성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서초구 방배동에 있던 본인 집을 헐고 다세대주택을 지어 7가구 전세를 놓고 있는 박모씨는 2년전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박씨가 임대를 놓은 주택의 전세보증금 합계는 10억원을 넘는다. 그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세금을 내고 있는 대신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 등을 감면 받고 당시 취득세도 면제 받았다"며 "올해 일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임대를 놓으면서도 제대로 신고를 하지 않아 통계에 잡히지도 않았고 관행적으로 탈세를 해 왔던 게 사실"이라며 "소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낸 뒤 일부 감면을 받는 게 정상이므로 임대사업 자체가 큰 벌이는 안 되더라도 과세 방침을 따르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