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윤보선 제2대 대통령 생가가 있고, 불멸의
성웅 이순신 장군 외가(현충사)가 있는 충남
아산시 선장면 가산리(일명 단쟁이 마을)이다.
1962년,
8살 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님 손에 이
끌려 작은 아버지가 살고 계시는 부천으로 이
사 왔다.
사무치게,
가난했던 시절, 그래도 촌구석인 아산보다는
부천이 나으려니 하고 고향을 떠나온 게 아닌
가 짐작만 될 뿐이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당시는 이삿짐차가 없었을 때라 고향 마을에
서 도고온천역까지 어머니는 등에 뭔가를 둘
러매고, 머리에는 이불인가를 이고, 그 뒤를
우리 3형제와 작은 누님이 졸졸 따랐다.
해서,
고향마을과 도고온천역 중간에 있는 선장면
사무소에서 당시를 떠올리며 얼마나 힘든 강
행군이었는지 걸어보기로 했다.
고향 땅을,
밟는 것은 가슴 뭉클한 일이다.
반세기가,
넘어 디 딛는 고향이라면 왜 안 그렇겠는가.
고향에,
가까워질수록 설렘반 기대반이다.
선장면사무소,
근처 선장카페에서 옛날 커피를 시켜놓고 걸
어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고향마을을 소환해
본다.
카페를 나와,
도고온천역 쪽으로 걷는 길은 60년대엔 온통
논이었을 텐데, 간간이 회사가 들어서 있구나.
태고적을,
유지하려해도 세월 앞에 어디 견딜 수 있을
라구.
어머니는,
끝없는 이 길을 어린 자식들이 칭얼대면 앉
았다 걸어가기를 수없이 반복했을 것이다.
⌜열심히 배우고
스스로 실천하자」
아산 성심학교 돌에 새겨진 글귀.
알고도,
실천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라 했거늘.
1시간여,
걸었을까, 땀이 송글 맺힌다.
오랜세월이,
흘러 흔적은 희미하지만, 과거에 멈춰진 추억
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뿌리의,
기억을 찾아가는 고향은 그리운 곳이다.
하긴,
‘까마귀만 봐도 고향 까마귀가 아닐까 할 정도’
로 내 두고 온 아산이니까.
아, 저기.
왼쪽 논에 당시 지나다니던 철길이 놓여있는
토성식당이 보이누나.
들깨 수제비,
입에 떠 넣는 가슴 아래로부터 기억과 감동이
올라오는데 주체할 수 없구나.
고향음식이 그렇습니다.
고향은 애증이고 그리움이다.
2시간 여 만에,
아산 레일바이크 입구에 도착했다.
도고온천역.
고향마을에서 선장면사무소를 지나 도고온천
역까지 약 3시간여, 이 먼 길을 걸어와 부천으
로 올라탔던 그 역이다.
지금은,
아산레일바이크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
고 도고온천역은 큰 새 역사로 옮겨갔다.
새로운 큰 역사로 옮겨간 도고온천역 밤 풍경
8살 때,
떠나온 아산은, 내 마음 속에 자리 잡은 고향이다.
희미했던,
기억은 서서히 분명해지면서 유년시절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세상이,
변하고 고향도 변했지만 소싯적 추억은 영원히 변치 않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