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 절정경험
중독성 없는 행복의 기술
◇ 명상 중에 체험한 절정경험은 중독성이 없고 오히려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 /출처=셔터스톡
세계보건기구(WHO)가 건강에 대하여 1946년도에 내린 정의에 따르면, 건강이란 질병이 없는 육체, 정신적 건강, 그리고 사회적 건강까지 있어야만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50여년이 지난 1998년도에 WHO는 건강에 대한 생각을 약간 수정하게 되었다.
즉 기존에 있었던 육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사회적 건강에 영성적 건강(spiritual well-being)이라는 요소를 추가했던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오늘날 건강에 대한 정의는 매우 광범위해졌다.
영성을 논할 때 다음의 세 가지 분야를 성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은 내가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상담과 영성을 공부할 때에 어떤 성공회 교회에 들린 적이 있는데, 그 교회의 명상방(meditation room)에 걸려 있던 문구들이다.
그것은 ‘위를 바라보기(look up)’, ‘밖의 세상을 바라보기(look out)’, 그리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기(look in)’ 등이 그것이다.
위를 바라보라는 것은, 세속적인 일상사를 초월하는 좀 더 고귀하고, 아름답고, 영원한 영적 차원의 것에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고, 밖의 세상을 바라보라는 것은, 자기 자신에게만 관심을 기울이지 말고 더불어 살아가는 타인과 공동체에게도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라는 것은, 자신의 참된 존재를 살펴보라는 것이다.
명상은 이 세 가지 영성적 차원을 살펴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도구이다. 종교에 관계없이 명상하는 사람은 이 세 가지 요소들을 성찰해야 할 것이다.
사람은 반드시 명상을 해야 한다. 명상은 정신적인 건강과 영성적인 건강을 형성하는 가장 훌륭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미국에서는 기존의 기독교문화와 합리주의, 그리고 기계론적 세계관(mechanistic world view) 등에 반발하면서 뉴에이지(new age)라는 새로운 영성운동이 일어났는데, 히피(hippie)족이나 반문화운동(counter-culture movement)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사회, 문화, 정치, 생활양식 등에서 기존 사회 관습과는 매우 다른 일탈적인 면이 있었다.
그들은 전체론적(holistic)인 세계관, 인간성 개발 운동, 생태학적 운동, 페미니즘 운동, 힐링(healing) 등 긍정적인 면도 많았으나 절정경험(peak experience)을 위해서 LSD라는 마약도 즐겨 사용하였다.
그러나 LSD는 마음의 평화와 절정경험은 가져다주었으나 중독성이 있어서 신체와 정신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데 동양의 선(禪) 명상과 노장 사상을 경험한 서구의 몇몇 심리학자들이 동양, 특히 티베트 등에 가서 명상을 수행한 일이 있었는데, 그들은 명상 중에 LSD가 주는 것과 비슷한 절정경험을 체험했다.
그러나 명상 중에 체험한 절정경험은 중독성이 없었다. 그들은 미국으로 돌아와서 서구사회에 동양의 명상을 소개하였다.
이후 명상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고, 하버드 의과대학의 허버트 벤슨(Herbert Benson)은 명상을 치료적인 차원에, 그리고 매사추세츠 의과대학 교수인 존 카밧진(Zon Kabat-Zinn)은 명상을 스트레스 완화와 심리치료에 응용하여 사용하였다.
존 카밧진 교수의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인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은 알아차림에 기반을 둔 인지치료 프로그램인 MBCT(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와 함께 오늘날 전 세계에 보급되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들 의사와 심리학자들의 활약으로 명상은 하나의 시대의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되었고, 이후 뇌과학의 발달로 명상과 뇌의 관계를 연구하는 경향이 인기를 끌면서 오늘날 명상은 과학명상으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심리치료와 과학적 명상을 주축으로 하는 ‘한국명상학회’가 설립되었고, 최근에는 의사들을 주축으로 하는 ‘대한명상의학회’도 설립되었으며, 2018년에는 ‘KAIST 명상과학연구소’도 설립되었다.
이 시대는 가히 인공지능(AI)과 함께 명상(瞑想, meditation)이 대세인 것처럼 보인다. 한국도 명상이 일반 대중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종교인, 구도자, 의사, 심리학자, 그리고 상담자들도 좀 더 전문적인 차원에서 명상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고 있다.
그런데 명상이 일반화 내지는 대중화 되면서 명상의 성격에 대한 혼란과 혼돈도 일어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명상의 성격을 규정하면서 배타성과 독선적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명상의 스펙트럼은 참으로 넓은 것이 사실이지만, 궁극적인 진리를 추구하는 전문적인 구도자들을 제외하면, 나는 명상은 삶을 좀 더 효과적으로, 좀 더 진지하고 건강하게, 그리고 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글 | 윤종모 주교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