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입니다만...
1. 기대한 것 보다 대등한 경기였습니다. 멕시코가 한국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템포를 너무 늦춰서 화를 자초한 감이 있었지만 한국의 롱패스 중심의 역습, 그리고 짧은 패스를 통해 썰어나가는 지공 전략이 아주 잘 수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축구는 기술점수로 이기는 스포츠가 아닌, 점수를 내 이기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스웨덴전 결과가 매우 아쉽게 되었습니다. 스웨덴을 상대로 조금만 더 공격적으로 들이대 봤으면 어땠을까 싶음.
* 여담으로 한국이 멕시코와 같은 조로 묶여 멘붕했듯, 멕시코 사람들도 한국이 멕시코와 같은 조로 묶여 멘붕했다고..ㅋㅋㅋㅋ 멕시코에게 한국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항상 멕시코를 힘들게 만드는 까다로운 팀으로 인식된다고 합니다. 그런 인식이 멕시코가 한국을 상대로 좀 더 조심스러운, 더 확실한 것을 노리는 플레이를 가져가도록 유도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결과론적으로 우리가 속도를 앞세운 역습으로 수차례 멕시코 수비를 곤란하게 했으니 멕시코 감독이 좋은 결정을 내렸다고 봐야죠.
2. 장현수는 확실히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입니다. 후방에서 빌드업도 수준급이고, 현대축구에서 요구되기 시작하는 발재간도 굉장히 좋은 편. 하지만 실수를 저지른 후 멘탈이 크게 흔들려 기량이 뚝 떨어지는건 왜 저 정도 기량을 가진 선수가 아시아를 벗어나지 못했는지 너무 잘 보여줍니다. 축구는 실수의 스포츠고, 누구든지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훔멜스도 실수합니다. 중요한 건 실수를 한 후에 흔들리지 말고 뻔뻔하게 자기 역량을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멘탈관리도 결국 선수 기량의 한 부분.) 장현수가 핸드볼 파울을 내준 후 급격히 흔들리며, 결국 두번째 실점 장면에서도 조급하게 태클해 완벽한 득점찬스를 헌납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좋은 실력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경기 내외 압박과 스트레스가 극심한 국가대표와는 잘 맞지 않는 선수인 듯. 어렸을때 중국이 아니라 일찍이 유럽으로 갔으면 어땠을까...
3.1. 대등한 경기에도 불구하고 1) 페널티 박스 바로 밖까지 볼을 배달하는 공격전개 능력, 그리고 2) 미드필드의 기동력이 한국과 멕시코의 운명을 갈랐습니다. 멕시코는 한국이 측면 수비를 공격적으로 가져가는 점, 그리고 미드필드의 수비복귀 속도가 늦다는 점을 집요하게 노려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오는 플레이로 한국 수비를 굉장히 효과적으로 무너뜨렸습니다. 두번째 실점 장면도 역습 상황에서 미드필드에서 효과적으로 공격을 지연/끊어주지 못해 수비가 발가벗겨진 셈.
3.2. 멕시코 측면 플레이의 핵심이자 멕시코의 16강 진출 1등 공신인 로자노는 월드컵 끝나고 PSV보다 훨씬 더 큰 클럽으로 이적할 듯. 경기 내내 주변 눈치 보이는걸 무릅쓰고 로자노 플레이에 감탄을 연발했음.
4. 2010년대 들어 한국의 수비수 기량이 계속 지적되는데, 엄밀히 말해 한국은 수비수 기량이 떨어지는게 아닙니다. 미드필드의 기동력/활동량 문제로 수비라인을 효과적으로 보호해주지 못하고 있고, 그게 매번 수비불안, 또는 실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간단한 예시를 들자면, 공격작업 중 공을 뺏겼을 시 한국 미드필더들이 수비진영으로 복귀하는 속도와, 다른 팀 미드필더들이 복귀하는 속도를 비교하면 우리 미드필더들이 거의 농구에 흡사한 현대축구의 흐름에 얼마나 뒤쳐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드필드의 수비력을 재고하기 위해 한국 국대는 2010년 이후 기성용의 기동력 때문에 한국영, 주세종 (그리고 가끔 구자철) 등 활동량이 확실하고 때때로 험악한 플레이로 분위기 싸하게(...) 만들 수 있는 선수들을 파트너로 놓고 있지만... 선수 하나하나의 기량에 비해 결과가 많이 아쉬운게 사실입니다. 2010년에는 세계에 큰 족적을 남긴 박지성이라는 선수와, 김정우라는 시대를 풍미한 미드필더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런 선수들이 다시 나오기를 기대하는 건 너무 요행을 바라는게 아닌가 싶어요.
차라리 기성용을 3백의 리베로 롤로 복귀시키고 중앙에 이명주, 김은선, 주세종 등 개싸움과 전진패스가 둘 다 능한 전천후 미드필더를 세우는 것도 한 방법일 듯. 현재 기성용은 국가대표의 대들보지만, 기성용 중심의 판짜기는 한국이 심지어 아시아 안에서도 미드필드를 내주고 시작하게 해 결국 한국 공격 루트의 다양성을 지워버리는 아주 아쉬운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5. 문선민 허슬플레이는 미드필더가 수비수를 위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아주 교과서적인 사례를 제시해줬음. 경기 내내 박지성 전성기를 보는듯한 롤을 수행해 줬습니다. 인유에 돌아가서도 저런 헌신적인 경기력을 보여준다는 전제하에 아마 월드컵 이후에도 종종 국가대표 선수로 얼굴을 볼 수 있을듯.
맻는 말:
결과적으로 대등하게 싸웠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경기 결과가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국내 리그, 그리고 그 리그 선수들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나아가 그들에 대한 무시와 멸시에도 불구하고 국제무대에서 이 정도 경기력, 그리고 월드컵에서 매번 한국 국가대표를 볼 수 있다는 점이 국축팬으로서 씁쓸하면서도 기분이 좋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언젠가 한국이 태국, 중국과 같은 나라에게 자리를 내 주며 연속 월드컵 진출에 실패하는 일도 일어날겁니다. 한국과 호주는 이미 그 징조를 아시아 예선에서 실감했었죠. 결국 일상속에 존재하는 축구에 대한 애정, 즉 리그 경쟁력이 한 나라의 축구력을 가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약 한국이 월드컵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시, 우리 일상에 축구가 얼마나 든든하게 뿌리내리고 있는지 여부가 대한민국이 "한번 삐끗했다"며 아무렇지도 않게 그 다음 월드컵에 진출할 수 있을지, 아니면 우리가 지금껏 노력없이 즐긴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의 쾌거가 신화와 같은 옛날 이야기로 여겨질지 판가름할겁니다.
더불어 대회 내내 선수들이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이 경기력에 큰 독이 된 것 같아 씁쓸합니다. 조금만 더 응원을 해 줬다면, 조금만 더 냉소가 아닌 믿음으로 대회에 보내줬다면 어땠을까 싶네요. 뭐 이것도 결국 결과론적인 이야기긴 합니다.
첫댓글 축알못이지만 장현수 선수의 치명적인 실수(...)를 빼면 위협적인 장면도 몇몇 나왔고 움직임도 확실히 스웨덴전 보다 활발했습니다 여러모로 첫경기를 안타깝게 곱씹을만큼 괜찮게 움직여줬다고 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이 정도 준비시간에 이 정도 선방이면 잘한거라고 생각합니다.
장현수 선수 기량이 아무리 좋아도실수가 반복된다면 실력이라고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봄니다.
그리고 지난 브라질월드컵 예선전때부터 전반적으로 부진했고 특히 2번에 걸친 최종예선전에서 우즈벡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여줘서 다음 월드컵 예선때는 솔직히 월드컵 본선 진출도 장담하지못할거같다느 느껴짐니다. 아마 다음번에는 우즈벡이 본선에 진출하지않을까 라는 생각도 드네요.
넹 냉정히 말해 실수도 실력이죠. 저도 장현수가 지금보다 더 뻔뻔해지지 않으면 더 이상 국대는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김민재처럼 그 만큼 수비능력과 빌드업이 좋은 어린 선수들이 K리그에 있기도 하고요.
좋은 글 입니다.
문선민이 더 기량을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선수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가슴에 달린 태극기와 칠천만 동포의 믿음이 얼마나 무겁고 귀한 것인지 마음으로 이해하는 선수인 것 같습니다.
장현수에 대한 코멘트에 좀 의문이 드는게, 이번 월드컵만 봐도 최종수비수가 해야 할 역할을 제대로 못해주는데 빌드업이나 발재간이 무슨 소용인가요?
빌드업할 사람이 없어서 기성용을 내려쓴게 스웨덴 전이구요;;;;
기동력이 떨어지는 기성용에게 공을 전달 못해주니 손홍민과 같이 고립되었죠.. 앞에 전진패스 해줄 능력은 현대 수비수들에게 중요한 능력이긴 해요.. 물론 장현수가 결정적인 순간에 삽질을 반복하는 건 문제지만 대안이 있냐면 그거도 없어요
최종 수비수가 해 줄 역할을 못했다고 다그치기엔 한국의 미드필드와 수비 간 수비연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너무 뒤쳐져 있어서요. (그나마 지금 아주 많이 나아졌다는게 씁쓸한 점) 센터백을 그렇게 노출 시키면 실수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한국 국대의 구조적인 문제때문에 벌어지는 일을 한두 선수가 독박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예전에 김영권이 욕을 먹었다면 지금은 그게 장현수로 옮겨탄거 같아요.
결론적으로 저도 장현수가 국대감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기성용 중심의 현 국대 전술 안에서 미련이 많이 남을 수 밖에 없는 옵션이긴 합니다.
k리그 mvp라는 선수도 미드필드 1:1 대결에서 찢겨나가면서 점유율 70% 주는게 현실인데 숏패스로 미드필드 올라가는 빌드업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중앙수비수도 무능하고 미드필드 수비가담도 안되면 그냥 10백 하다 뻥뻥 질러주던가 했어야죠 ;
일단, 치킨과 맥주값을 아꼈으니까 일단은 이득
와 잘 읽었습니다. 독일전도 좋은글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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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장현수를 기성용을 받쳐주는 수비형 미드필더나 3백 리베로로 쓰면 어떨까 싶습니다. 재능은 아까운데 센터백 자리에 우겨넣기엔 너무 쿠크다스 멘탈입니다. 열번 잘해도 한번 못하면 살해협박도 들어오는 보직이라 선수에게 너무 가혹해요.
장현수가 저런 실점 주는게 한두번입니까ㅋ 그게 실력입니다. 중앙에서 저렇게 무너지면 측면도 무너져요. 측면이 항상 중앙수비에 불신을 가지고 중앙커버 들어갈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되고 생각이 많아지니 측면도 무너집니다. 국내 선수풀이 좁니 어쩌니 해도 장현수만큼 기회 주면 장현수보다 못할 중앙수비수만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중앙수비를 측면이 지원하는건 당연합니다. 그리고 측면수비가 중앙으로 들어가면 그 공간은 미드필더들이 메꿔야죠. (문선민은 그걸 아주, 너무 잘 해줬습니다) 수비는 팀 전체가 하는겁니다. 포백만 하는게 아닙니다. 그냥 우리 미드필더들이 수비연계에 대한 이해가 많이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장현수가 털린것도 선수 멘탈은 차치하고 실점상황에서 선수에게 과다한 압력이 쏟아진게 원인이었잖아요. 그걸 이겨내면 월드클라스 수비수겠지만... 장현수가 월클은 아니니...ㅎㅎㅎㅎ
@돈데기리 중앙수비가 신뢰를 잃으면요... 측면수비수가 측면방어를 우선시 해야할 상황에서도 중앙을 커버할 생각을 하다 일대일 돌파 당하기 일쑤입니다. 생각이 너무 많아져 반응속도가 느려져요.
@수라나찰 측면이 당연히 중앙 카바들어가는거야 당연하지만 말도 안되는 실수는 그것도 매경기마다 보여준다면 측면수비 멘탈이 날아갑니다. 무리한 플레이를 측면수비수가 보여줄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기성용이 후방에 너무 치우쳐져 있는것도 문제입니다. 그러니 후방과 미드의 링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죠. 그 정도로 중앙수비에 대한 감독자체의 믿음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결국 신감독한테 시간이 없다는 것도 죄다 변명이었죠. 기성용을 후방에 짱박으면 어쩌자는거임? 오히려 수비에 더 악영향을 준거나 마찬가지죠. 가뜩이나 기동력이 부족한 기성용을 아예 수비진에 묶어버렸으니...
결과론이죠. 기성용을 위에 놓으면 수비와 미드필드 간격이 태평양이고, 계속 털린다는 말을 했겠고, 기성용을 아래로 놓으면 후방 빌드업이 안된다고 했겠죠. 기성용에게 의존하기 때문에 생기는 풍선효과입니다. 너무나도 좋은 선수인 만큼 위치선정에 따라 필요한 희생도 크기 때문에. 2010년대판 홍명보의 재림이죠.
저는 서울 시절이라면 모를까, 30줄을 바라보는 기성용은 이제 수비자원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백, 3백을 유기적으로 오가는 기성용 쓰임새는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방에서 풀어줄 2선 자원이 많아진 지금이 기성용을 쑥 내려버릴 적기라 봐요. 본인 선수생활 보호를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하고요.
오히려 어제 경기 중 중앙 미드필드만 놓고 본다면 기성용보단 주세종이 활동반경과 전방 패스를 함께 가져가며 훨씬 더 잘해줬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로 한국 국대에서 중앙 미드필다 기성용이 가진 한계가 큽니다. 이제 활동량이 받쳐주지 못하는 미드필더는 도태되기 시작할겁니다.
@돈데기리 결과론으로 치부하기에는 신감독의 전술은 두고두고 회자될 겁니다.
@돈데기리 활동량이 아닌 패스 자체가 안되는데 뭔 활동량입니까. 패스로 후방과 미들 이어주는 걸로 유럽에서 먹고산 기성용을 후방에 쳐박아두니 뭐가 되겠음? 선수탓 할게 아닙니다. 감독역량의 부족이죠. 스웨덴전에서도 손흥민을 전술적으로 묶은 것도 감독이죠. 국내외에서 비판 일색입니다. 이게 단순히 결과론적이라 할 수 있습니까? 말도 안되는 변명이죠.
대체가 없다는 것도 변명임. 국대경험만 좀만 쌓아주면 대구의 한희훈도 장현수보단 더 안정적일듯...
안정환 ,이영표,박지성 조차 생방송에서 깔정도면 더이상 쉴드 처줄 건덕지도 없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