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무엇부터 얘기를 해야할까요
일단 저는 2007년 펜타포트부터 록페에 다녔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록페스티벌 전도사라고 불릴 정도로 강한 애착을 보여왔고 실제로 저를 통해 재미를 붙여 매년 함께하는 친구들도 늘어났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썩 쾌적한 환경은 아니지 않습니까 무더운 여름에 매번 겹치는 장마시즌... 불편한 점을 나열하라면 수도없겠죠. 그렇지만 매년 항상 다른 장면들로 추억들이 생기기 때문에 한해를 끝마치면 곧바로 다음해의 기대감에 준비하며 살아가는 인생의 낙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올해...
멤버는 제 여자친구와 친구1&여자친구 친구2 아는형1 아는동생1 친구3 이었습니다. 여자친구와 친구1의여자친구 아는동생1 친구3은 심지어 이번이 처음 록페... 물론 다들 제가 끌여드린 멤버였습니다. 가기 전날까지도 신신당부를 하긴 했습니다. 생각보다 힘들수도 있다 너희가 생각하는것 이상일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어디서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 될것이다 라구요. 정말 말그대로 어디서도 해보지 못한 경험이 되었네요...
날씨는 어쩔수없다 치죠. 사실이니까요. 비에 대비를 한다한들 다들 예상했던 비는 올것이나 강수량은 적을것이다를 완벽히 빗겨간 토요일을 누가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요. 모기요? 물릴거 예상하고 기피제 수시로 뿌려대고 모기약 바르고 긴바지 입고 별의별짓을 다했지만 사람이 있는곳에 모기가 있는게 아니고 모기 양식장에 사람이 들어간 꼴인데 뭐 어쩌겠습니까. 이해합니다. 운영미흡이요? 사실 별 기대도 안했습니다... 개중에는 친절한 분들도 계셨고 하루 먼저 목요일날 입장할때는 꽤 높으신 위치에 계신것같은 분이 입구부터 캠핑장까지 저희 짐을 도와 들어주시면서 즐겁게 담소까지 나누며 갔습니다. 애초에 전부 친절하고 이해심 깊고 그런 관계자들은 바라지도 않았어요.
제가 지금 마음이 착잡한 이유는 제가 록페스티벌을 싫어하게 될 것 같아서...입니다.
매년 항상 다녀오면 현실과의 괴리가 굉장히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그곳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떠올리기가 두려워요. 너무 힘들고 맘에 들지 않는것들 투성이라 3일 일정이 끝나고 하루 더 텐트에서 자고 그다음날 출발하려고 일어나서 준비를 할때 "내년에는..."이란 말을 하곤했었는데 그말이 도저히 안나오더라구요. 토요일날 그 퍼붓는 빗속에서 추위에 몸을 벌벌 떨며 저를 바라보던 친구들의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네요.
문제점이야 여러 다른 분들이 얘기해주셨으니 저는 다른 시각에서 간단히만 짚어볼게요. 일단 점점 페스티벌 자체를 즐기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공연시간 딱딱 맞는거 좋고 이전에는 딜레이도 참 자주 됬었는데 공연스타트도 칼같고 끝나는것도 칼같고... 다 좋단 말입니다. 그치만 페스티벌이잖아요. 단독공연도 아니고 페스티벌... "페스티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아. 페스티벌이니까!"라는게 제 모토였습니다. 가끔 딜레이도 되고 뜬금없는 앵콜이 나와서 다음 공연 보러 가야되는데 어떡하지하고 갈등하기도 하고 하는 재미가 또 있는거잖습니까. 또한 아티스들도 단공과는 다른 셋, 다른 연출을 선보이는 곳이 페스티벌인데 점점 페스티벌 공연을 보는게 아니고 영화를 보는 느낌이랄까...그렇게 되버렸어요. 같은 맥락에서 공연 외에는 즐길거리가 하나도 없다는게 정말 아쉬웠어요. 지산 그린스테이지 쪽에 있었던 미러볼을 기억하시나요. 안산에도 재작년까지 있었던 풀장은요? 펜타포트에서 록음악 관련 영화도 상여했었다는 거 아시나요... 지산에서 근처 편의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야광티셔츠를 파시던 분들 길가에 앉아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부르던 밤들... 그게 전부 페스티벌을 즐기는 방법들이었습니다. 왜 점점 그런것들이 사라지는걸까요 왜 우리는 더이상 페스티벌을 즐기지 못하는걸까요.
저는 화나는게 아니고 슬퍼요. 억울해요. 왜 내가 페스티벌이 밉고 싫어져야되는지 모르겠어요. 왜 내가 내년에 갈지말지를 고민해야되는지도 모르겠구요. 마지막 공연이 끝나고 매년하는 불꽃놀이도 짜증났어요. 예전에는 멈춰서서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었죠. 벌써 끝이라니...라는 심정으로. 근데 이젠 아니에요.
첫댓글 저에요 저..제마음이에요..ㅜㅜ 저희일행이 가져갔던 악기들은 왜 짐짝으로만 느껴지는지
진짜 구구절절 공감이네요 페스티벌 같은 분위기를 내년에는 느낄 수 있을련지..
진짜 레알 공감이요...단콘도 칼같이 잘 안 끊는데 아 너무 아쉬웠어요...ㅜ
읽는내내 착찹한 마음에 더해 슬픔까지 느껴지네요 ...
그래요 그때의 페스티벌 그리고 추억들은 끝난거에요..기대도안돼요
올해 불꽃 보지도 않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만 재촉했네요....ㅜㅜ
완전 공감합니다.. 매년 폭죽 보면 아쉬워서 울컥했던 것 같은데 ㅠㅠ
와 맞아요..... 페스티벌인데 뭐어때? 이게 안되는거 같아요. 생각해보니까 공연볼때 빼고는 한순간도 재미있는 시간이 없었어요..
저도 공연보고있는 그 순간에만 내가 축제에 와있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뻘밭도 그렇고 힘든건 제가 갔던 것 중에서는 11펜타때가 더했지만 영화도 틀어주고 재밌게 놀아서 좋았었는데 말이죠.
더이상 친구들한테 락페 소개해주면서 노래 잘 몰라도 재밌게 놀수있어 라고 말을 못할것같아요
공감해요 ㅠㅍ 지산때는 페스티발말고 풀장도있엇고.. 밤에는 언덕에서 심야영화도 틀어주고그래서 좋앗는데
그래서 펜타포트 가야합니다. 이대로 올해 록페스티벌을 끝내긴 억울해서
진짜 너무 슬퍼요. 전 토요일만 되도 아 이제 하루밖에 안 남았네. 일년을 또 어떻게 기다리지? 이 생각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토요일부터 내일 푸파 건너뛰고 그냥 집에 가버릴까?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의 나도 그립고 예전의 락페도 그립고ㅠㅠㅠ 슬퍼요
정말 공감가는 글이네요...
06년 펜타 처음 갔을때 이런 지상낙원도 있구나....하고 너무 아쉬워 1년을 기다렸었는데...
그래도 지산까지는 낙원이였는데...
어떻게 하다가 페스티발 낭만이 다 사라졌는지... 이번에 펜타 가서 확실히 비교 해보고 올꺼에요!! 펜타도 도긴개긴이면 내년부터는 국내락페는 안 갈꺼 같아요..
좋은글이네요~보면서 고개계속끄덕이게되네요
원글님~ 저는 지산,안산 다갔고 트라이포트부터 펜타는 다갔었는데요, 나름 펜타에 애정있는 사람으로 말하자면 펜타에서는 정말 페스티벌느낌이 날거라고 생각해요. 결론은 펜타오셔서 안산의 불쾌함을 날려버리셨음 좋겠네요. ^^
정말 공감가는 글이네요.. 힘들었던 것은 모두 제쳐두고요, 이런 식의 락페가 계속되다가 제가 일년동안 목빠지게 기다려서 락페에 가는 이유조차 사라지게 될까봐 두렵네요... 락페 특유의 감성 낭만 모든것이 사라진 최악의 페스티벌이었어요. 남은 것이라곤 수십방의 모기상처와 씨제이-강친의 갑질에 의한 기분더러움 뿐이네요. 갑자기 슬퍼지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