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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최근 사우디 국방부와 계약을 체결한 아큰지 중고도 장기체공 무인기
바이락타르 TB2 무인기로 대표되는 튀르키예 방위산업의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2년 40억 달러를 돌파했고, 2023년에는 60억 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튀르키예 방위산업체들은 기술력이 높아지면서 키질레마 무인전투기와 5세대 전투기 칸 등 다양한 첨단 무기를 내놓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관계가 소원했던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아랍에미리트와의 화해도 추가 수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 튀르키예 방위산업의 수출 현황과 전망을 알아보았다.
성장하는 튀르키예 방위산업
최근 우리나라 방위산업이 뛰어난 기술과 제품력을 기반으로 수출에 성공하고 있다. 이런 성공을 바탕으로 세계 방위산업계에서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세계 4위 수출국으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하지만, 성장은 우리나라만의 것은 아니다. 튀르키예도 국가적 지원을 발판 삼아 세계 수출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18~2022년 세계 무기 이전’ 통계에 의하면, 해당 기간 세계 방위산업 수출 시장에서 튀르키예는 12위를 차지했고 전체 수출에서 1.1%를 차지했다.
2013~2017년 기간의 0.6%와 비교하여 69%라는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2018~2022년 기간 튀르키예가 가장 많은 무기를 수출한 상위 3개국은 카타르(20%), 아랍에미리트(17%), 그리고 오만(13%)순이었다.(Pieter D. Wezeman, Justine Gadon and Siemon t. Wezeman, “Trends in International Arms Transfers, 2022”, SIPRI Fact Sheet, sipri.org, 2023.3.)
[그림 2] 2000년 이후 튀르키예 방산 수출 규모
튀르키예의 방위산업 육성은 과거 동맹국 미국에 의한 무기 금수 조치의 기억 때문이다. 1974년 튀르키예가 키프로스 문제에 개입하면서 벌어진 키프로스 전쟁 당시 미국은 튀르키예에 대한 무기 금수를 단행했다.
1975년 2월부터 1978년 9월까지 미국에서 도입하기로 한 새 전투기를 받지 못했고, 정비중이던 비행기도 돌려받지 못했다. 미국에서 도입한 전투기 등을 위한 예비 부품도 도입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Turkey’s defense power capitalizes on homegrown products, not to be affected by arms embargo”, dailysabah.com, 2019.10.14.)
이후 방위산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노력했다. 특히 2023년 5월 재선에 성공한 에르도안 대통령이 총리로 재임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방위산업 육성에 힘썼고, 2010년대 후반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튀르키예 국방부에 의하면, 현지 방위산업은 2004년 군 장비와 무기의 20% 정도를 공급했지만, 현재는 80%를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Hamdi Firat Buyuk, “SIPRI:Turkey Arms Exports Grew by 69 per cent in 2018-2022”, balkaninsight.com, 2023.3.13.)
그 결과,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대해 튀르키예가 군사 개입한 2016년 ‘유프라테스의 방패작전’, 2018년 ‘올리브 가지 작전’ 그리고 2019년 11월 ‘평화의 봄 작전’을 벌이는 동안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무기 금수 조치를 내렸지만 작전에 미친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튀르키예 방위산업의 제품군은 육성 초기부터 집중하던 군용 장갑차량과 최근 여러 전쟁에서 활약한 전투용 드론에 이어 해군 함정, 미사일 등 유도무기, 회전익과 고정익 전투용 항공기, 첨단 항전 장비 등으로 폭을 넓히고 있다.
튀르키예 방위산업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자국군 수요 충족을 넘어 수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방위산업 수출도 꾸준하게 늘어 2020년 23억 달러, 2021년 27억 7,800만 달러, 그리고 2022년은 11월까지만 37억 7,000만 달러였다.(Burak Ege Bekdil, “Turkish defense exports pass $4 billion in 2022, says procurement boss”, defensenews.com, 2022.12.31.)
[그림 3] 2022년 튀르키예 방위산업계 주요 성과
튀르키예 방위산업청(SASAD)에 의하면, 2022년 방위산업 전체 수출액은 44억 달러이며, 지상 분야 8억 3,500만 달러, 해군 분야 5억 6,100만 달러, 항공 분야 5억 4,600만 달러, 무기 및 탄약 5억 3,486만 달러, 보안 분야 6,500만 달러, 유지, 보수 및 운영(MRO) 8,600만 달러, 기타 분야 3억 7,100만 달러였다.(Agnes Helou, “Turkish defense exports jump led by interest in land systems, drones:
Report”, breakingdefense.com, 2023.7.13.) 튀르키예 정부는 2023년 수출 목표를 60억 달러로 잡고 있으며 그 이상도 자신하고 있다.(“Turkish defense industry sets $6B export target for 2023”, dailysabah.com, 2023.1.8.)
[그림 4] 2023년 5월 1일 발표된 5세대 전투기 칸 시제기
늘어난 수출 덕분에 튀르키예 방위산업체들의 국제적인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2023년 8월 발표된 미국 국방매체 디펜스뉴스가 발표한 세계 100대 방산기업 목록에 튀르키예 기업들은 아셀산(47위), 튀르키예 항공우주산업(58위), 로케산(80위) 그리고 아스케리 파브리카 베 테르사네 으슬레트메 A.S(100위)의 네 개 업체가 이름을 올렸다. 2022년 순위는 아셀산 49위, 튀르키예 항공우주산업 67위, 그리고 로케산 86위였다.(https://people.defensenews.com/top-100/)
수출 현황
튀르키예 방위산업 수출은 주로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권 국가들에 집중 되고 있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전에서 활약한 전투용 드론을 유럽 국가들이 도입하면서 유럽 시장 진출도 시작했고 남미에도 장갑차량 등을 수출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방위산업 제품군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은 가장 많은 수출 품목으로 4X4 또는 6X6 장갑차량이 대표적이다. 주로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도입하고 있으며, 최근 유럽의 헝가리, 남미의 칠레,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등에도 수출하면서 진출 지역을 늘리고 있다.
[그림 5] 지상무기 전문 방산업체 BMC가 생산하는 제품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와 카플란 MT(튀르키예)/하리마우(인도네시아) 중형 전차를 공동 개발했고, 필리핀에 쿤두즈(Kunduz) 장갑 도저를 수출하는 등 궤도형 장갑차량 수출도 늘고 있다.(“Tukish-Indonesian Kaplan-Harimau medium tank now in mass production”, armyrecognition.com, 2020.2.7., “Turkey sells Kunduz Amphibious Armored Combat Earthmovers to the Philippines”, armyrecognition.com, 2020.2.10.)
드론을 포함한 항공 우주 제품 수출도 늘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중고도 장기체공(MALE) 전투용 드론이며, 바이카르 테크놀로지스의 바이락타르 TB2는 약 20개 국가에서 도입했고, 튀르키예 항공우주산업의 앙카는 최근 12대를 주문한 인도네시아를 포함하여 7개국이 도입했다. 바이카르 테크놀로지스의 아큰지는 파키스탄과 리비아가 운용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고, 아제르바이잔, 키르기스스탄, 사우디아라비아도 각각 주문했다.(Agnes Helou, “Turkey, Saudi Arabia ink deal for Baykar Akinci drones as Erdogan swings through Gulf”, breakingdefense.com, 2023.7.19.)
[그림 6] 최근 인도네시아가 12대를 도입하기로 한 앙카 중고도 장기체공 무인기
고정익과 회전익 유인 항공기 수출도 시작했다. 2020년 필리핀이 T129 공격헬기 6대를 주문했고, 2022년 3월 첫 두 대를 인수했다.(Akhil Kadidal, “Philippines gets first two ATAK helicopters”, janes.com, 2022.3.9.) 2022년 6월에는 나이지리아와 T129 공격헬기 6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휘르크슈 기본 훈련기와 경공격기 버전에 대한 수출도 이어지고 있다. 첫 도입국은 아프리카 니제르였고, 2022년 6월 차드도 도입을 결정했다.(Burak Ege Bekdil, “TAI to deliver Hurkus-C combat aircraft to Niger, Chad”, defensenews.com, 2022.10.8.)
[그림 7] 파키스탄과 나이지리아 JF-17에 장착이 확인된 아셀포드 타겟팅포드
완제품 항공기 외에 전투기에 장착되는 타겟팅 포드 같은 항공 전자장비도 수출했다. 중국과 JF-17 전투기를 공동 개발한 파키스탄은 튀르키예 아셀산이 개발한 아셀포드(Aselpod) 타겟팅 포트를 운용하고 있으며, JF-17을 도입한 나이지리아도 이 포드를 도입한 것이 확인되었다.(Bilal Khan, “Aselsan confirms Aselpod intergration on Pakistan JF-17”, Quwa.com, 2018.1.23., Jack Iraboh, “Nigerian Air Force using targeting pod with JF-17”, janes.com, 2022.8.26.)
튀르키예의 야심찬 5세대 전투기 칸(KAAN) 개발에 다른 나라를 참여시켜 국제 공동개발 프로그램으로 만들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2023년 8월 초, 튀르키예와 아제르바이잔은 칸전투기 프로그램을 위한 협력 의정서에 서명했다. 두 나라는 개발 활동의 범위와 작업 원칙 등을 결정할 예정이다.(Norbert Neumann, “Azerbaij an’s integral role in Turkish TF-X Kaan fighter programme strengthens defence capabilities and strategic ties”, shephardmedia.com, 2023.8.2.) 최근에는 파키스탄에도 칸 프로그램 합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Agnes Helou, “After Azerbai jan, will Pakistan also join Turkey’s 5th generation fighter program?”, breakingdefense.com, 2023.8.4.)
튀르키예는 전투기 개량 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우선, 자국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F-16 블록 30 전투기 43대 가운데 35대를 자체 개발한 AESA 레이다, 임무 컴퓨터 등으로 사용 하여 개량하는 외즈귀르(ÖZGÜR)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림 8] 2016년 메드사이언스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자료에 언급된 필요 기술들
튀르키예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F-16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으며, 블록 30의 소스코드를 보유하고 있어 독자 개량이 가능하다.(Gastón Dubois, “Project ÖZGÜR : Turkey starts modernizing its F-16 with indigenous technology”, aviacionline.com, 2022.6.3.) 2023년 7월 말에는 아제르바이잔 공군의 Su-25 지상 공격기를 튀르키예가 개발한 항전 장비로 개량하고, 튀르키예가 개발한 스마트 무기를 통합하는 개량 사업에 합의했다.(Harry McNeil, “Azerbaijan partners with Turkey’s “TUSAS” for Su-25 aircraft modernisation“, airforce-technology.com, 2023.7.26.)
해군 분야의 수출도 이어지고 있는데, 파키스탄과 우크라이나에 아다(Ada)급 초계함을 수출했다.(Dylan Malyasov, “Türkiye launched first Ada-class corvette for Ukrainian Navy”, defence-blog.com, 2022.10.3.) 나이지리아는 조선업체 디어산에 원양초계함(OPV)을 주문, 2022년 9월 기공식을 개최했다.(Tayfun Ozberk, “Turkish Dearsan Lays Keel Of First Of Two OPVs For Nigeria”, navalnews.com, 2022.9.16.)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와의 화해로 수출 증가 예상
튀르키예의 방위산업 수출은 최근 중동 주요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동 걸프 지역에서 군사비 지출 1위와 2위인 사우디아라비아 그리고 아랍에미리트와의 관계 개선은 튀르키예에 매우 중요하다.
튀르키예는 중동 걸프 국가들과 관계가 정상화되면 추가로 10억 달러 이상의 방위산업 수출을 예상했고, 초계함, 호위함, 헬리콥터, 장갑차 그리고 드론의 수출 가능성을 예상했다.(Burak Ege Bekdil, “TurkeyGulf détente may boost Turkish exports”, defensenews.com, 2021.2.15.)
[그림 9] 기간별 튀르키예 방산 주요 수출국 변화 추이
중동 걸프 국가 최대 군비 지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는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쇼기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되면서 관계가 급속도로 나빠졌다. 하지만, 그 출발점은 2010년대 초반 아랍의 봄 당시 사우디 등 일부 국가들이 위협으로 간주하던 무슬림 형제단을 튀르키예가 지원한 것이다.
거기에 더해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바레인이 이란과 우호적이던 카타르와 관계가 악화되었다. 카타르는 튀르키예가 소규모지만 군대를 주둔시키는 등 밀접한 관계였다. 리비아 내전에서도 튀르키예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가 지원하는 군벌 리비아 국민군(LNA)과 대적하던 서부지역의 리비아 통합정부(GNA)를 지지하면서 대립했었다.
이런 대립 관계 상황이 누그러진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화해한 2021년 초반부터다. 그 뒤로 사우디아라비아의 튀르키예제 무기 도입이 진행되었다. 2021년 3월, 에르도안 대통령이 사우디에서 자국산 무장 무인기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밝힌 뒤 튀르키예의 베스텔이 생산하는 카라옐(Karayel)-SU를 사우디아라비아 회사가 면허 생산하기로 했다.(Burak Ege Bekdil, “Two Saudi companies to produce Turkish drones”, defensenews.com, 2021.5.22.)
2023년 7월 17일(현지 시각),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대통령이 약 200명에 이르는 기업인들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는 사우디 국방부가 바이카르가 생산하는 아큰지 중고도 장기체공 무인기를 도입하고 현지에서 생산하는 계약이 체결되었다.(Elisabeth Gosselin-Malo, “Saudi Arabia signs major order for Turkish drones”, defensenews.com, 2023.7.18.)
[그림 10] TCG 아나둘루함 갑판에 전시된 TB3와 아큰지 무인기
최근 튀르키예는 걸프지역 국가들과 자신들이 강점이 있는 드론과 함께 해상에서 운용할 있도록 해주는 드론 항공모함 수출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튀르키예 해군은 2023년 4월 취역한 TCG 아나둘루함을 드론 항공모함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바이락타르 TB3와 키질레마 무인전투기를 운용할 예정이다. 터키 방위사업청장은 잠재적 구매국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를 꼽았다.(“Türkiye in talks to export drone carrier ship to Gulf nation”, navyrecognition.com, 2023.8.2.)
지금까지 알아본 것처럼 튀르키예의 방위산업 수출은 자국 업체들의 기술 발전과 지정학적 변화로 인해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튀르키예 방위산업도 약점은 있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알타이 전차에 우리나라 파워팩을 채택하고, 개발중인 주요 항공기들의 엔진을 외국에 의존하며, 미사일 방어 같은 첨단 무기체계의 부재 등은 수출 제약 요소가 될 수 있다.
튀르키예 방위산업은 수출 규모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뒤지지만, 더 많은 품목을 국산화하고 제품력을 높여가면서 수출을 늘려나갈 것이다. 우리나라가 무기 수출 세계 4위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존 수출 상위권 국가들을 어떻게 따라잡냐도 중요하지만, 후발주자인 튀르키예의 도전을 어떻게 막아낼 지도 중요한 해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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