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1일 계묘년이 왔다고 누구나가 새해 덕담을 하고 나서도
까치까치설날 다음날 우리는 설날 축제를 하면서
비로소 계묘년을 맞이했다.
마냥 귀엽기만 하던 토끼의 신고식은 장난이 아니었다.
영하 19°를 오르내리면서 초특급 강취 위로 나라안을
꽁꽁 얼어붙게 했지만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고 한 이틀 견디면 되는 줄 알었다.
하지만 영하 19°를 오르내리던 초특급 강추위의 여진은
몇 날 며칠이 지나도 가실 줄을 모른다.
식을 줄 모르는 짝사랑에 애를 끓이던 철부지 스칼렛 오하라는
남북전쟁으로 폐허가 된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밭에 무 꼬랑지를 들고
하늘을 향해 "하느님이 증인이야 난 굴복하지 않아 끝까지 살아가 보일 테다
하느님께 맹세한다 다시는 굶주리지 않을 테다"라고 절규하던 장면이 갑자기
왜 떠오른 것일까?
물론 국민소득 3만 불이 넘는 나라에서 밥 굶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초특급 강추위는 몸과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어
철부지 스카렛 오하라의 불타오르는 의지라도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그리고..."그래 어디라도 떠나보는 거야 이렇게 집안에 틀어박혀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다"라고 추위로 겁먹고 지친 마음을 달랬다.
예단포구 기행
2월 1일은 장봉도로 가볍게 탐방이 있는 날입니다.
계묘년 새해 첫나들이에 날씨도 놀랐는지
아침 기온을 영상으로 쑥 끌어올리며 깜짝 이벤트를 해 줍니다.
그들의 예쁜 짓에 활짝 웃음꽃을 피우며 천만다행이라고 화답을 했습니다.
점심을 간단하게 준비하고 갈매기에게 줄 새우깡도 잊지 않고 챙기며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올해 처음 보는 뿌연 안개가 초봄인척 하지만,
아침햇살을 빼앗긴 해님은 그 존재조차 희미하여
불안한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지하철역으로 갔습니다.
계양역에서 오늘 장봉도 탐사를 하기 위해 나오신 회원님들을 만났습니다.
안개는 서서히 걷히고 있었지만 거세게 부는 바람은 장봉도 탐사를 허락하지 않아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시는 대장님의 의견을 따라 미련 없이
장봉도 탐사는 포기하고 우리들은 영종도 예단포항을 가기로 했습니다.
영종도역에서 예단포항 가는 버스를 타고 예단포물양장에서 내려
네모난 보도블록을 따라 예단포구로 갑니다.
누우런 잡초가 깔려있는 빈공터에 기러기가 무리 지어
걸어가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보았습니다.
그들을 보는 순간 아 여기가 바다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며
가까이 다가가서 인사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왜 생겼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앞으로 바쁘게 걸어갑니다.
왠지 서운하여 한참을 바라보다 걸음을 재촉합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바다가 서해바다가 그리고 겨울바다가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며 다가옵니다.
물이 무서워서 수영도 배우다 포기했으니 바다가 친근할 이유는 없다 하더라도
무심히 다가오는 그들의 모습을 차마 뿌리치지 못해 가슴을 살며시 열어봅니다.
몽고의 침입으로 고려가 강화도로 피신 갔을 때 몽고에 보낼 조공을 예단하여
강화도로 보냈던 뼈 아픈 역사를 품은 예단포항에는 자그마한 동산이 있습니다.
동산 들머리 나무계단을 올라가니 나지막한 산길에 야자껍질로 만든 매트가
쫘악 펼쳐놓고 우리를 맞이합니다.
그들의 정성에 감동하여 신바람이 저절로 났습니다.
창공에는 매가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우리를 따라옵니다.
갑자기 병아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떨쳐버리며 반갑다고 눈인사를 건너봅니다.
한참을 빙빙 돌더니 어디론가 사라지고 또다시 날아왔습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날아오더니 또다시 멀리 사라집니다 아주 멀리.
층계가 있어 분명 이층 팔각정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지만
우리는 갈길 바쁜 나그네처럼 모른 척 지나갔습니다.
바다 건너 강화도가 그림을 그려놓은 듯 아련하게 보이고
바위들이 허였게 속살을 드러내며 마니산이라고 합니다.
기러기가 200년 산다는 전설이 있는데 예단포구 초입에서
보았던 기러기들은 혹시나 철종이 어린 시절 살았던 강화도에 그 기러기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면서 저 멀리 강화도를 다시 한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보았습니다.
햇살이 전혀 들지 않아 살얼음이 살짝 끼어있는 나무계단을 내려갔습니다.
찬바람이 옷깃을 헤치고 들어오며 거세게 저항을 합니다.
살을 에일듯한 추위를 가만가만 다독이며 나무계단을 내려가 기어이
예단포항 갯벌을 만났습니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는 크고 작은 바윗돌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진흙으로 푹푹 파지는 갯벌만 있는 줄 알었는데 이렇게 바위들의 잔치마당 갯벌을 보니
서해바다의 오묘한 신비를 살짝 엿보는 것 같아
왠지 또다시 올 것 같은 예감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크고 작은 바위들의 잔치마당을 지나고 나면
바닷물이 허였게 얼어붙은 갯벌도 만나게 됩니다.
두툼하게 얼어버린 바닷물이 위험천만이라 하여도
조심조심 발에 힘을 주고 걷다 보면 그 흔한 파도소리는
들리지 않아도 뽀드득뽀드득 얼음길 밟은 소리가 따라옵니다.
기다란 장어 한 마리가 갯벌 얼음길 위에 늘어져있습니다.
얼어 죽은 게 분명한데 어디서 왔는지 소속이 불분명한
장어를 보고 있노라니 올 겨울 추위를 실감했답니다
갯벌 끝자락에는 여신암에서 신령님을 모신 자그마한 기도처도 있습니다.
물론 기독교 신자라 하더라도 호기심만은 어쩔 수가 없어
살며시 들여다보았습니다.
'도량은 깨끗이 하고 음식물은 가져가라'는 신령님 옆자리
나무판에 쓰여있는 글을 보며 부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2023년 2월 1일
NaMu
첫댓글 예단포구 가보지 않은 곳
흡사 역사 기행 나온 듯 생생한 느낌을 가지고
자세한 설명 잘 읽었습니다.
건필 유지하시고 즐겁게 지내세요.
저도 처음 가봤는데요.
자그마한 포구에 동산이 있다는게
신의 한수 같았어요.
옙^^순전히 글이 쓰고 싶어서 나들이도
하게 되었답니다.
알찬 걸음 하셨습니다.
묘사를 참참 잘 하십니다.
장편도 너끈히 쓰실 호흡과 식견을
가지신 듯 보이는데요.
잘 읽었습니다.
아직은 많이 서투른데 잘 봐주시고
과찬을 해 주셔서 넘넘 감사드려요.
장봉도를 역사 탐방으로 갔다가,
날씨가 얼마나 추었으면
갯벌의 바닷물이 얼었을까요.
예단 포구, 처음 듣는 지명입니다만,
강화도를 바라볼 수 있다니,
강화도령 이야기도 나올 법도 합니다.
영종도를 가면 예단포항을 찾아봐야 겠네요.
추운날씨 무릎쓰고,
예단포항 잘 다녀왔네요.
덕분에 겨울 바다를 연상해 봅니다.
햇빛 안드는 응달에는요 얼음이 제법 두툼하게
얼어 있어어요. (넘나 신기해서 사진도 찍었는데요
댓글로 사진을 끌어 올줄 몰라서요)
자그마하지만 동산까지 있어서 조망은 참
좋았던 것같아요.
찬바람이 불어서 추웠거든요.
그렇지만 콩꽃 님께서 잠시나마 겨울 바다를 떠 올리셨다니 예단포항 다녀 온 보람을 느겼답니다.
예전 한국에 있을 때 영종도에 바다 보고 해물칼국수 먹으러 자주 가고 했었는데, 예단포구는 못가보았네요. 예단 이름에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강화도엔 남쪽으로 남쪽으로 섬으로 이동하며 열심히 싸웠던 삼별초의 항쟁 기운이 서려있는 곳이라 더 특별하지요.
그러게요 영종도는 해물칼국수가 유명한가봐요.
저도 첨 가봤는데요.
이름이 특히하더니 그런 아픈 사연이 있었어요.
아 강화도에는 삼별초도 있었네요.
거대 중국과 일본에 끼어 지리적으로 침략을 받을 수밖에 우리 민족이지만 DNA 저항정신은 타고나는 것같아요.
몽고로 보낼 조공을 예단하였다고 하여 예단포로군요.
사진이 없이, 사실적인 글로
예단포구를 생생하게 묘사한 글솜씨가 대단합니다
나도 한번 찾아가 보고 싶군요.
옙^^ 예단포가 그런 아픔 품고 있다고 하네요.
동산이 있어서 사방팔방 서해바다 조망하기에는
넘나 좋은 예단포라서요.
시간 날때 함 다녀오세요.
나무랑님 덕에 역사 지식이 하나씩 둘씩 늘어납니다.
그래서 예단포구였군요.
저도 신청할까 하다가 추위가 자신 없어서 말았는데.
씩씩하게 잘 다녀오셨네요.
글 감사합니다.
저도 몰랐어요.
저도 글을 쓰기 위해 알아보니까
그렇다고 하네요.
바람이 어쩜 그렇게 찰 수가 있는지
잘 못 맞으면 제대로 상처 받을 것같았어요. 글쎄ㅠㅠ
잘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즐거웠던 예단포 여행 이었습니다
나무랑님 글로 보니 더욱 선명하게
생각나는군요 생생한 여행기 넘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낯을 무쟈게 가려서요.
인사도 못 드렸어요.
죄송합니다 솔하늘님.
춥긴 했지만 숨겨진 비밀같은 예단포
조용해서 더 좋았던 것같아요.
아직은 많이 서투른데요 잘 봐주셔서
넘넘 감사드립니다.
예단포구를 처음 들어봅니다 .
나무랑님의 글 표현이 너무 좋아서 인지
추위가 엄청 느껴지고 바다가 보였습니다 .
갈매기들이 좋아하는 새우깡을
저도 좋아 한답니다 .
가끔 사먹어요 .
탐방기를 써 주시는 덕택에 몰랐던 것을
알게 됩니다 .
고맙습니다 .
그러게요 날씨는 영상였는데 바람이 얼마나 차겁던지
엄청 추웠답니다.
저도 새우깡 좋아해요. 짭조름하니 맛있거든요.
아직은 서투른데 잘 봐주셔서 넘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