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9일(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유혹에 빠지지 않게 그리고 악에서 구하소서.
생활하는데 알고 있어야 할 현행법은 기껏해야 교통법규 몇 개와 과속 단속 카메라 위치 정도다. 속도위반 과태료 통지서를 받아보고 속상하고 또 그 당시 사정을 변명도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과태료를 납부한다, 여하튼 규칙을 위반한 건 사실이니까. 헌법은 1조밖에 모른다. 그것도 요즘처럼 나라에 큰일이 터졌을 때마다 많이 들어서 알게 됐다. 내 일상은 헌법 울타리에서 아주 먼 곳에 있어서 그걸 들여다볼 기회도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그걸 몰라도 사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누가 봐도 헌법 규정을 어겼는데도 법을 다루는 이들이 다른 주장을 한다.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차라리 인공지능 법관에게 재판을 맡기는 게 공정하겠다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닌 거 같다. 사람은 정말 자기중심적이고 참으로 이기적이다. 공적인 법도 사적으로, 자기에게 이롭게 해석하고 적용하고 그렇게 판결되기를 바란다. 에덴동산에 살던 첫 인류는 하느님 법 울타리 근처에 가지 않았을 때까지는 평화롭고 행복했었다. 그 열매를 따 먹지 말라는 나무 근처에 가지 않았으면 아무 일이 없었을 거다. 뱀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인간의 심리를 알고 있었나 보다. 하지 말라고 하면 그냥 안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버지가, 하느님이 하신 말씀이니 말이다.
원죄를 갖고 태어난다는 교리가 여전히 억울하게 느껴지지만, 요즘 나라 상황이나 세상을 보면 그 교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 내 육체와 얼굴 생김새 그리고 성격과 성향은 내가 만든 게 아니다. 물려받은 거다. 거기에는 죄스러움, 특정한 죄로 기울어지는 경향도 담겨 있다. 나는 그 안에서 선택 결정 실천한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곳이 내가 생활하는 세상이다. 그래서 나는 악하지 않은 데도 죄를 짓게 된다. 하느님 말씀을 거스르게 된다. 나도 이런 나를 어떻게 할 수 없다. 나만 이런 게 아니라, 성인과 순교자들도 다 그랬다. 국회에 난입한 병사들 마음,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본회의장을 떠나는 일부 여당 의원들 마음을 이해한다. 그런 무리에 속해 있으면 양심은 그러면 안 된다고 해도 잘못된 결정을 따르게 되고, 또 뭔가에 홀린 듯이 불의한 일을 의로운 일이라고 믿게 된다. 그런 상황에 놓이면 나도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 않았을 거다. 정말이지 여기서 사는 동안 그런 상황에 놓이지 말게 해달라고,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악에서 구해달라고 매일, 특히 죽는 순간에 더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도 기도해달라고 해야 한다.
성모님은 요아킴과 안나 성인 사이에 원죄에 물들지 않게 잉태 되셨고, 요셉 성인과 혼인하고 예수님을 낳으셨지만 평생 동정이셨고,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셨고, 하늘의 여왕이 되셨다. 이 믿을 교리들은 예수님이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말씀이요 구세주 메시아라는 믿음 때문에 밝혀진 교리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인류 구원 계획의 일부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이제 더 이상 하느님 말씀을 거스른 하와의 자손이 아니다. 성모님 자녀다. 성모님은 인간의 이해를 초월하는 하느님의 계획에 믿음과 신뢰로 동의하셨고, 예수님은 죽기까지 하느님 뜻에 순종하셨다. 내 안에는 그리스도 예수님의 그런 피가 흐르고, 내 곁에는 언제나 성모님이 계신다. 그래서 불의한 세상 속에서 의로운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자주 넘어지고 큰 실패도 하지만 예수님을 통해서 아버지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고 있으니 염치없어도 언제나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예수님, 성공이 아니라 사랑하라고, 업적을 남김이 아니라 주님을 따라오라고 하셨음을 마음에 다시 새깁니다. 저는 못하지만 주님의 은총으로 할 수 있습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남자의 도움 없는 임신과 하느님의 죽음까지 받아들이신 하느님께 대한 어머니의 완전한 신뢰를 가르쳐주소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