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다수의 축구팬들과 같이 현재 조광래 축구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축구 매니아 수준의 지식과 동호회 수준의 축구 경험, 약간의 직업적 경험을 토대로 생각한 결과 상당한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국가 대표 감독 정도의 축구 전문가에게 제 주장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좀 아니다라는 전제를 깔고 글을 쓰겠습니다.
전술적인 부분이나 선수 보는 눈에 대한 평은 감히 하지 않겠습니다만 조광래 감독에게 갖고 있는 의문점 2가지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1. 왜 유치원 축구를 추구하는가? 2. 선수는 사람인가 아니면 도구인가?
우선 조광래 감독의 유치원 축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것은 가치관의 문제이지만, 국가대표팀은 어린 선수를 성장시키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내리그의 발전 정도와 해외리그 진출의 용이성의 추이를 보았을 때 선수의 기량 발전은 소속팀에서의 훈련과 출전을 통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더이상 국가대표팀이 긴 시간의 훈련을 통해 발생된 조직력을 장점으로 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감독이 구상하는 팀에 가장 적합한 선수를 선발하고, 뛰어난 선수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전술을 보완함으로써 팀을 운영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치원 축구는 감독이 다루기 쉽고 말 잘듣는 어린 선수들에게 자신의 축구 철학을 심어 넣는 것인데, 프로팀에서도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입니다. 최근 바르셀로나와 아스날의 경우를 비교해보시면 좀 더 쉽게 이해되실 것입니다. 크루이프의 축구철학이 녹아들어 긴 시간이 지난 후에 스페인 축구의 섬세함과 결합하여 탄생한 바르셀로나 축구는 얄미울 정도로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주지만, 그 탄탄한 토양이 비료 몇번 주고 영양주사 몇 대 놓아준다고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페인 축구와 네덜란드 축구의 정수가 만나고 카탈루냐 지방의 지역색이 만나 하나가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빠졌네요. EPL의 거대 클럽 아스날과 명장 벵거도 이루기 어려운 것이 유치원 축구인 것 같습니다. 좀 더 다른쪽으로 나가보자면 유치원 축구를 추구하는 감독의 특징은 자신의 축구 철학이 강하면서 고집이 엄청 강하다고 합니다. 자신이 펼치고자 하는 축구에 반하는 선수들은 가차없이 제거하는데 최근 구자철 문제로 시끄러운 마가트 감독의 과거 슈트트가르트, 바이에른, 현 볼프스부르크를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것입니다. 그런면에서는 맨유의 퍼거슨 감독은 유치원부터 대학원 수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흔히 중동국가대표팀에서 유치원축구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리그 운영이 부실하거나 왕실에서 감독과 선수들을 한번에 잘라버릴 수 있는 중동팀에서는 새로운 외국 명장이 부임하고 나서 어차피 기존 선수들의 수준이 낮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로 물갈이해서 가르쳐서 키우기도 합니다만 현재 대한민국 축구팀의 상황에는 부합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축구협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국가대표선수 선발 명단과 생년월일을 통해 만 나이를 계산해봤습니다. 이번 3차 예선을 위해 선발된 선수들의 자료를 보시죠.(괄호는 허정무 감독의 3차 예선 첫경기를 위한 선발 선수의 당시 자료입니다.) 평균연령: 24.44세 (25.08세) 골키퍼: 26세 (25.08세) 디펜더: 24.29세 (24.8세) 미드필더: 23.75세 (25.4세) 포워드: 26세 (25세)
겉으로 보기에는 허정무 감독과 조광래 감독간의 차이는 별로 없습니다. 미드필더가 조금 젊어졌지만 최근 어린 미드필더들이 약진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축구협회 분류 포워드는 4-2-3-1의 원톱만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박주영, 정조국, 한상운이 그 대상입니다. 지동원도 미드필더로 되어 있습니다) 평균 연령 0.5세 가량 낮아진 것 가지고 유치원 축구라고 비난하느냐 라고 주장하신다면 아래의 자료도 보시고 말씀하시지요.
여기서 어려운 숫자인 표준편차라는 것을 한번 봅시다. 서로 간의 나이차가 어느 정도인지를 상대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해주는 자료입니다.(허정무 3차예선) 평균표준편차: 3.38 (2.81) 골키퍼: 2 (2.65) 디펜더: 4.68 (2.44) 미드필더: 3.19 (3.37) 공격수: 1 (3.61)
이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수비수와 미드필더의 특히 수비수의 중간 세대, 흔히 만 24~26세 정도의 프로리그 4~6년차의 경험과 젊음을 동반하고 있는 선수 세대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중간 세대는 좋게 말하면 경험과 체력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나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다라는 것입니다. 이 세대에 속해있으면서 국가 대표로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것은 아예 어릴 때부터 천재성을 발휘해서 스타가 되지도 못했고, 아직 선수 생활의 최전성기에 올라와 있지도 못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미 머리도 어느정도 굵어져서 감독이 마음대로 주무르기에도 애매한 상태의 선수입니다. 중앙 미드필더에 익숙한 김재성 선수에게 사이드백으로 뛰어라던가, 중앙수비수 조용형 선수에게 수비형 미드필더나 사이드백으로 뛰어라고 하면 은연중에 반발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이 경기력에 드러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김영권 선수에게 사이드백, 홍정호 선수에게 수비형 미드필더를 시킨다면 별 불만없이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려고 할 것입니다. 국가대표 자리는 개인의 명예뿐만 아니라 금전적 이득, 어린 선수에게는 해외진출의 기회까지 주어지는 상당히 매력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표준편차 4.68은 상당히 큰 정도입니다. 이정수(30세), 차두리(31세), 홍정호(22세), 조영철(22세), 홍철(20세), 이재성(23세), 김영권(21세) 중간 세대가 없습니다. 중간세대는 현재 어린 선수들보다 경기력이 떨어진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물론 현재 어린 선수들의 재능이 더욱 뛰어나서 나중에 더 큰 선수가 될수도 있겠지만, 아시안컵, 월드컵과 같이 즉각적인 성적이 필요한 중요한 대회에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2년~3년 뒤 최전성기를 누리게 될 중간세대가 대표팀에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어린 선수들이 기왕이면 다홍치마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아시게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개인적인 정보를 통해 알게 된 비교적 정확하고 상세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판단컨데 조광래 감독은 언론 즉 여론에 매우 민감하고 언론플레이를 즐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아시안컵 당시 이영표, 박지성, 차두리, 기성용, 이청용과 같은 해외파 선수와 국내파 선수간의 대우에 큰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이쁨 받는 쪽과 받지 못하는 쪽 양쪽 모두 곤란해했다고 하던데요. 이것은 제가 잘못 알게 된 내용일수도 있으니 확실하다고는 말씀 못드리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김용대 선수가 결혼하고 신혼여행도 못가고 한달의 합숙훈련 후 아시안컵에 엔트리를 올리게 됐는데, 1분도 뛰게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실망이 컸습니다. 감독이라면 조직의 리더인데 선수들을 조금 더 배려하면서 이끌어가려는 마음도 있었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도 있습니다. 뭐 개인적인 감정보다는 대의를 위한 결단이었다고 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참고하시라고 아래에 자료 첨부합니다.
조광래 최초소집 아시안컵 3차예선 전체 평균연령 24.96 24.83 24.44 표준편차 4.59 4.34 3.38 골키퍼 평균연령 29.67 26.3 26 표준편차 6.43 4.16 2 디펜더 평균연령 25.18 28.25 24.29 표준편차 4.67 3.49 4.68 미드필더 평균연령 23.56 22.67 23.75 표준편차 3.61 3.35 3.19 포워드 평균연령 23 20.67 26 표준편차 2.83 2.31 1
허정무 3차예선 최종예선 월드컵 전체 평균연령 25.08 24.32 27.13 표준편차 2.81 2.63 4.49 골키퍼 평균연령 25 25.3 29.3 표준편차 2.65 2.52 6.66 디펜더 평균연령 24.8 24.14 27.63 표준편차 2.44 1.35 2.97 미드필더 평균연령 25.4 24 25.63 표준편차 3.37 3.59 4.6 포워드 평균연령 25 24.5 27.5 표준편차 3.61 3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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