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갑산을 가더라도 술을 한 잔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왜냐 하면 6일째 척추시술 약을 복용하면서 금주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년말에 척추협착증 수술을 할까 생각해 오다가 대학 동기생의 허리아픔 탈출기를 듣고서
FIMS 시술을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하고 왕자맨션 10동 앞 전광남정형외과에 가서 FIMS 시술을 한번 받아 보기로 한 것이다.
허리에서부터 발바닥까지 아픈 곳을 가는 바늘로 찔러 정확한 아픈 위치를 파악한 후에 그곳에 주사액을 주입함으로써
척추 주변인대를 완화시키는 방법이라고 한다. 일주일 간격으로 5번은 맞아야 한다고 한다. 매회 비용은 28만원으로 보험적용이 안된다고 한다. 지난 목요일에 첫번째 시술을 받았다. 주의사항을 적은 쪽지에는 금주라는 말은 들어 있지 않았다. 스스로 판단해서 알콜을 임시 끊은 것이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 막내 동생이 통영에서 회를 사 보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회를 두고 술을 한 잔 하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었다. 하루 만보 걷기 프로그램을 수행중에 졍형외과에 전화를 해서 술을 마셔도 되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폰으로 전화를 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알고보니 매주 목요일은 1시에 문을 다는다고 돼 있다. 병원은 개인이 운영하는 구멍가게가 아니다. 시민들의 안전과 응급조처를 위한 공공 서비스 성격을 갖고 있다.
그런데 지 맘대로 오후에 쉬다니, 말이나 되는가?
전화가 연결되면 FIMS 시슬을 받는 환자가 약을 복용하면서 음주를 해도 되는가 물어볼 작정이었다.
그런데 휴무여서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 일단 산수갑산을 가더라도 맛있는 회를 앞에 두고 술을 한 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와인을 글라스에 한 잔 따루어 눈을 지긋이 깜고 한 모금 주욱 들이 마셨다. 여차했으면 와인 맛을 잊을 뻔 하였다.
입 안에서 한 모금 혀를 굴린 다음 목구멍으로 넘겼더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그런 다음 젓가락으로 회를 한 점 집어 초장에 직은 다음 입속에 넣고 생마늘 조각을 쌈장에 푹 찍어 우적우적 씹었더니 세상 만사가 봄 눈 녹듯이 스르르 사라졌다.
인터넷으로 찾아 보니 내가 알고 있는 산수갑산이 아니라 본래는 삼수와 갑산이 합처진 것이란다. 그래서 산수갑산은 비표준어 이고 삼수 갑산이 바른 말이란다. 삼수 갑산은 본래 함경남도에 있는 '삼수'와 '갑산'이라는 지역을 ㄸ스하는 말이란다. 산수와 갑산은 각각 함남의 북서쪽과 동북쪽에 있는 오지로서 두 지역 모두 날씨가 춥고 산세가 험해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귀양지로 유명하였다.
이런 연유로 삼수와 갑산은 춥고 험한 지역이나 유배지와 같은 의미를 갖게 되었고 '삼수갑산을 가다'라는 관용구로 쓰이면서 '멀고 험한 곳으로 가다', '매우 어려운 지경에 이르다'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삼수갑산'을 '산수갑산'으로 잘못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삼수갑산이 아니라 산수갑산으로 알고 있었다. 어이 없게도 태산과 마찬가지로 중국에 있는 높은 산으로 한번 가면 영영 돌아올 수 없는 산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