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密陽)을 보고

평소 좋아하던 이창동감독의 신작이 나와서 꼭 보려고 마음 먹었다. 이전에 영화이야기올릴때는 종영되기 얼마전에 올렸기에 내 글을 보고 영화보려고 하면 영화관을 찾기 힘들었기에 미리 올려서 충분한 기회있을 때 보시라는 권고의 의미도 함께 있다. 오아시스는 솔직히 보지 못했고 박하사탕과 초록물고기는 케이블로 봤었다. 이감독에게 힘이 되어드리기위해서라도 이번에는 꼭 영화관에서 보려고 마음먹었었다. 영화이야기로 들어가면..(스포일러포함. But 스릴러가 아니라서 별 지장없음) 밀양의 중의적인 의미를 바탕에 깔고 비밀스러운 햇볕(密陽, Secret Sunshine)이라고 겉으로는 밝히면서도 그 비밀스럽게 비추는 햇볕의 존재(종찬, 신애등등)를 여러개체속에 분산시켰고 실제 도시 밀양을 배경으로 삼음으로서 영화제목에서부터 이감독의 철학적 메세지를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다. 너무 슬프면 오히려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역설적인 상황설정으로 인간사에서 가끔 겪는 극한을 주인공 신애와의 교감을 통해서 끌어낸다. 박하사탕과 유사한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교회에서 전도연이 흐느끼며 점점더 세게 바닥을 내리치는 모습은 박하사탕에서 고문경찰이 운동권학생을 처음에는 살짝 치듯이 하다가 점점 세게 치는 장면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점점더 감정이 실리고 끓어오르는 감정의 극한을 대사보다는 행위로만 보여주려는 이감독만의 표현법으로 보인다. 기독교에 심취해서 슬픔을 나눌만 할때 용서하러갔던 교도소에서 주체가 엇갈린 용서 때문에 오히려 안티기독교가 되어서 자해행위로 신에게 반항하고, 가해자의 딸이 처한 위기상황을 보고도 못본체 해버리고, 머리하러 갔다가 완전히 용서하지 못하여 상처만 깊어진 기억때문에 미용실 뛰쳐나와 혼자 이발하는 모습등에서 [밀양]은 나누려고 했지만 끝내 타인과 나눌 수 없는 고통과 슬픔에 관한 이야기다. 또한 [밀양]은 엇갈린 용서에 관한 이야기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용서하는 사람사이의 용서와 가해자가 신에게 용서받는 종교적인 용서의 충돌속에서 과연 어느 것이 합당한지 둘다 가능한지등등에 대한 물음표를 이감독이 던지고 있다. 위선적인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라는 평가도 있는데 솔직히 별로 수긍하기 어렵다. 종교적인 단순비판보다는 인간사의 고통을 신과도 결국 나눌 수 없다는 장치로 기독교를 끌어들인 것으로 본다.(물론 자기동의없이 용서해준 신에 대한 반감이 원인이긴 하지만) 마지막장면을 가지고 너무 황당하게 끝났다는 지적도 있는데 감독의 의도를 읽어내지 못했기에 그런 지적하는 것이다. 용서하지못한 기억 때문에 결국 자신의 머리를 거울보고 스스로 깎은 머리칼이 그늘속에서 흘러들어가지만 그주위를 햇볕이 비추고 있어서 결국 영화제목처럼 비밀의 햇볕은 아직 곁에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준 것이다. 영화제목[밀양]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해서 [밀양]의 존재를 보여줌으로 끝난 즉, 밀양으로 시작해서 밀양으로 끝난 영화다. 이 영화에서 제일 돋보이는 것은 관객들의 공통적인 지적대로 신애를 연기한 전도연의 열연이다. 너무큰 슬픔에 빠졌다가 다시 종교를 통해 얻은 평안속에서 용서함으로써 평정심으로 돌아오고 또다시 엇갈린 용서 때문에 신에게 반항하는.. 등등 여러번 변하는 복합적인 극단의 인물묘사를 신들린듯한 연기로 소화해냈다. 신애라는 인물캐릭터가 전도연을 살린 것도 있고 전도연이 캐릭터를 살린 면도 있기에 인물과 연기자의 조화가 환상적이었고 이런 완벽한 조합의 주인공을 캐스팅한 이감독의 대단한 안목 역시 놀랍다!! 연기자가 멋진 연기를 하는 것은 배우 개인적 역량뿐만 아니라 그런 명연기를 끌어내는 감독의 역할도 엄청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스포츠에서 선수들의 역량을 그이상으로 끌어내는 명감독이 있듯이~) 그래서 전도연씨가 같은 조건에서 다른 감독과 함께 했다면 이런 수준까지 연기하진 못했을것이라 단언한다. 단지 상영관 많을때를 놓치지 마시라는 뜻으로만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이제 곧 칸영화제에서 밀양의 수상여부가 결정난다. 걸작은 수상여부와 상관없이 걸작이고 나의 이감독님에 대한 사랑은 역시 수상여부와 전혀 상관없기에 수상발표직전에 올린다. 헐리우드블록버스터영화 때문에 많이 힘든 한국영화계에 한국의 힘과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이창동감독의 걸작을 큰 스크린에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꼭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재미로만 놓고 본다면 추천까진 힘듭니다. 하지만 세속적인 흥미보다는 한번 실컷 울고 싶거나 관람후 자기수준이 높아졌다고 뻐기고 싶은분들에게는 강력 추천!! 칸수상은 보너스로~~ (세속적인 인간의 관심사는 어쩔 수 없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