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이 자꾸 하늘로 향한다
높고 푸르고 청명한 가을 하늘에 뭉개구름은 꿈꾸듯 평화롭고
투명한 공간에는 새들과,잠자리들과 나비들의 飛行으로 한가롭다
가을이라 아침 저녁으로는 오히려 쌀쌀하다 싶을만큼 차가운 공기에
창문을 닫고 잠을 자게 되지만 한낮의 햇살은 따끈따끈해서
열매들이 충실하게 여물게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 덕분에 빨간 고추가 주렁주렁 점차 많아지고 있다
고추 모종일때에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비실비실하게 자라나서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기대보다 큰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다섯번째 고추농사를 지었는데도 여전히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는 문제는 고추를 말리는 일일 것이다
특히 태양초로 말리려면은 얼마나 많은 수고와 관심과 극성이 필요한가
태양초는 고추와 한달동안 씨름을 벌여야 완성되는 작품이다
날씨가 좋아야 하고 바람이 잘 통해야 하니 일단 도시에서는 불가능하고
시골에 넓은 마당이라도 있어서 마당에 널어놓고 그곳에 기거하면서
지켜봐야 하는 일이니 우리로서는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전기 장판에 쪄 보기도 하고 실에 꼬여서 매달아보기도 하고
방바닥을 뜨겁게 해 놓고 널어놓기도 하고 애를 써 보았지만
곰팡이가 생기고 누렇게 변색이 되고 ..에구 생각만 해도 힘드는 일이다
차라리 사 먹고 말지. 차라리 돈을 주고 방앗간에 맡기는 편이 간단하지.
그래서 올해는 초가지붕 위에 고추를 말리던 옛 어른들처럼
무작정 지붕위에 고추를 널어 놓았다
잘 마르면 좋고 마르지 않으면 그만이고.. 거의 포기 상태다
지붕은 비만 오지 않는다면 일단은 바람이 잘 통하고 햇살이 좋으니
최적의 조건을 갖춘 장소이기는 한데 비가 온다면? 글쎄 기다려 볼 일이다
농사는 시골에 사는 농부가 지어야 할 일이다
나중에 종자골로 들어와서 살게 된다면 그때는 가능한 일일테지만.
그들의 노고를 돈으로 되돌려 주는 일이 도시인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농부도 살고 도시인도 살아 상부상조하는 조화로운 세상으로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주말에나 오는 우리가 지나친 욕심을 부렸던 것은 아닐까?
농사를 지어보지 않았다면 이런 깨달음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하늘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면서 마치 영상물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에 여러 모양의 뭉개구름이 쉬임없이 흘러간다
아름다운 계절이 분명하고 사랑스런 계절이 분명하니 살아있는 생명들도
사랑의 몸짓들로 열병을 앓는것 같다
먼저 눈에 뛴 것은 잠자리 두마리가
나란히 일직선으로 붙어서 비행중인 장면이다.
여기저기서 나타난 수를 셀 수 없는 잠자리 쌍들이 개울이 있는
북쪽 계곡으로 지속적으로 약속이나 한듯이 날아갔다
잠자리는 대개 2~3 주밖엔 생존하지 못하므로 부지런히 짝을
찾아 다니다가 만나게 되면 수컷이 암컷의 목덜미에 꼬리로
깍지를 끼어서 한번 끼운것은 죽을 때까지 떨어지지 않게 되고
교미를 끝낸 잠자리들이 알을 낳을 자리를 마련하려고 물이 있는
개울로 이동하는 것이다 암컷이 알을 물 위에 낳는 동안 헤엄을 치지 못하는
암컷이 물에 빠지지 않도록 앞쪽에 있는 수컷이 열심히 날개짓을 하여
도와주게 될 것이다.그리고 알을 성공적으로 낳은 뒤에는
물에 빠져 함께 죽음에 이를 것이다
백일홍 꽃밭을 구경하다보니 이번에는 나비들의 求愛 비행이 한창이다
호랑나비가 따로 따로 꿀을 빨아 먹다가 어느 순간에 한 마리가
열심히 다른 호랑나비를 따라다니며 주위를 빙빙 돌기도 하고
옆에 가까이 다가가기도 하더니 함께 높이 날아오르며 비행을 한다
마음에 드는 짝을 만난 모양이다
사랑을 하기에 조용한 장소를 찾아서 비행을 계속 할 것이다
종족 보존의 본능으로 행하는 모든 생명체들의 몸짓은 우리 인간의
탁월한 두뇌로도 상상할 수도 없고 따라잡을 수도 없는
경이롭고 신비로운 신의 영역의 경지에 올려져 있는게 분명하다
하루 온종일 구애 비행에 열심인 나비들의 나풀거림이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가을 하늘이 정말 푸르고 맑고 시원하다
식물들이 온 힘을 다해 씨앗을 맺듯이
생명체들이 죽을 힘을 다해 종족 본능에 충실하듯
베어낸 풀들이 열매를 맺으려고 몇번이고 불쑥 솟아오르듯이
이 가을에
나는 아내로 어미로 며느리로 그리고 나 자신으로 충실해 보리라
특히 오늘밤에는 잠자리나 나비처럼 가을 하늘을 핑계삼아
구애 비행은 아닐지언정 구애 언어라도 구사해서
청솔님을 유혹해 볼까나? 푸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