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친절의 리더십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에 대해 사람들은 ‘카리스마가 있을 것 같은 인상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의 삶은 학창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포기라는 것을 모른 채 치밀하고 열정적으로 이어져 왔다.
일례로 사무총장이 된 직후에도 민간 싱크탱크인 대외관계협회(CFR) 산하 모리스 그린버그센터의 세바스찬 맬러비 소장은 자신이 쓴 ‘새 유엔 총장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Why New UN Chief Is Bound to Fail)’란 커버스토리에서 “반 총장의 취미가 일이고, 관료주의와 끊임없이 싸워온 투사지만 결국에는 패배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반 총장은 만장일치로 연임에 성공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그의 연임을 부러워하면서 “반 총장의 연임 비결을 알아내기 위해 여전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국제 사회의 반향을 일으켰다.
이렇듯 부정적인 여론을 개의치 않고 그의 삶에 바탕이 된 친절과 겸양을 굳건히 다져온 데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실력을 기른 덕이 크게 작용했다. ‘도광양회’는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린다’는 뜻의 고사성어로 칼날의 빛을 칼집에 감추고, 어둠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른다는 뜻이다.
또 국제 사회가 그의 리더십에 감동한 이유는 친절을 실천한 열정의 리더십에 연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 총장의 친절 실천에 대한 열정은 대중과 인사하는 몸짓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그는 항상 몸을 앞으로 숙이며 대중들에게 더 다가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며 손을 아주 높이 올려 크게 손짓하는 모습 속엔 열정이 느껴진다.
아울러 유엔사무총장 취임 후 가졌던 고향방문, 학생들을 위한 강연, 서울 평화상 수상 , UN밀레니엄 프로젝트의 일환인 UNAI포럼 등 어느 곳에서나 표정은 밝고 환하며 바른 자세를 유지해 왔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연임이 확정됐을 때도 그는 자연스럽게 허리를 숙이는 아시아의 인사법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의 노트에 손수 사인을 해 주는 등 세심한 매너 역시 몸에 배어있다.
이러한 반 총장의 성품의 대명사가 친절·배려·온유로 통한 이면에는 교과서적인 삶의 본이 된 그의 부모님 덕이 있다. 아버지, 어머니의 몸에 밴 선행을 보고 자랐기 때문. 그의 부모는 나환자와 함께 점심을 먹었고, 충주에 내려온 영어 학원 강사가 겨울에 학생이 줄어 견디기 어렵게 되자, 그 강사를 집으로 데려와 함께 생활했다. 재미있는 일화 중 하나는 출판사를 하는 친구가 부도를 냈을 때 위인전기 전집 등을 대량 구매해 준 것이 계기가 돼 반 총장이 어릴 때부터 세계적인 위인들을 동경하게 됐다는 얘기도 있다.
성장과정에서도 교과서적인 삶을 원칙으로 삼았다. 중학교시절부터 숙제로 영어를 10번 써 오라고 하면 곧이 곧대로 10번을 써가고 마는 원칙을 고수했다.
반 총장은 스스로도 유엔사무총장장직 수행과 관련 “지구상에서 가장 불가능한 직”이라고 했을 만큼 힘든 자리라고 자인한 바 있다. ‘불가능한 임무(mission impossible)’를 맡았으며 유엔의 모든 일들이 그에게는 쉽지 않게 꼬여 있다는 것 자체를 잘 알고 있던 터였다.
그의 머릿속에서 하루라도 떠날 날이 없는 천재지변, 인종차별, 질병, 기아, 내전현장, 테러 현장 등 내딛는 발자국 마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지만 외유내강형으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인도의 간디 또한 비록 몸이 왜소했을 지라도 그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흘렀기 때문에 인도의 지도자로 존경을 받았다.
그렇다면 친절이란 무엇일까.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는 단어다. 국어사전의 의미로 본다면 ‘대하는 태도가 매우 정겹고 고분고분 함’이라고 나와 있다. 친절(親切)의 어원(語原)은 옛날 송(宋)나라 시절의 주자어록(朱子語錄)에서 유래한 말이다. 친(親)은 친하다, 가까이하다, 우호적이라는 뜻이며, 절(切)은 ‘정성스럽다. 성실하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톨스토이는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모든 비난을 해결하고 얽힌 것을 풀어 헤치며 어려운 일을 수월하게 만들고 암담한 것을 즐거움으로 바꾸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친절이다” 라고 말한다. 이렇듯 친절은 모든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 주는 열쇠와도 같은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 또한 “친절의 그릇이 큰 사람은 남에게 호의와 친절을 베풀어주는 것으로 자신의 기쁨으로 삼는다. 그리고 자신이 남에게 의지하고 남의 호의를 받은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내가 남에게 베푸는 친절은 그만큼 자신이 그 사람보다 낫다는 얘기가 되지만, 남의 친절을 바라고 남의 호의를 받는 것은 그만큼 내가 그 사람보다 못하다는 의미가 되는 까닭이다”라고 했다. 또 인도 콜카타에서 가난하고 병든 사람을 위한 봉사와 희생의 삶을 살아와 ‘빈자의 성녀’로 추앙받아 왔던 마더 테레사수녀는 “친절한 말은 짧고 말하기도 쉽지만 메아리는 오래 간다”고 했다.
과거엔 친절이란 단어가 어색함보다는 매우 친숙했던 시절이 있었지만 요즘은 친절이란 말 자체를 무시하니 마치 ‘인간미(人間味)’가 점점 멀어져 가는 삶 같아 매우 안타깝다. 친절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것이다. 사람이 묻는 것을 정성으로 답해주고 또는 사람이 어려워 할 때 진심으로 나서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친절이다.
그럼에도 도시 속의 친절은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다. 지하철에서 경로석을 두고 싸우는 사람들, 친절을 돈으로만 해결하려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글로벌 리더의 자질로 중요시되는 것 중 하나는 친절과 나눔에 있다. 즉 자신의 이익이나 관점만을 앞세운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먼저 살피는 배려를 염두에 둔 친절의 실천이 요청되는 때다. 내가 속한 조직이나 단체에서 세운 공이나 업적이 있다고 가정 할 때 그 공이나 업적을 독차지하면 혼자만 기쁜 일이요, 그 기쁨과 즐거움은 반으로 줄어들고 금방 없어져 버리게 된다.
산꼭대기에서 멀리 바라다 보이는 계곡을 향하여 큰소리로 “야호!”하고 외쳐본 적이 있는가? 크게 소리를 지르는 순간 곧바로 “야호!”하고 메아리쳐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이것은 공과 업적을 내 자신에게 돌아오는 순간 다른 사람에게로 돌린다면, 산울림의 메아리가 반향을 일으켜 즉시 내게로 돌아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리고 이때는 기쁨과 즐거움이 배로 커져서 돌아오는 것이다. 반기문총장의 열정의 리더십의 속성인 친절로 시작하는 오늘 하루도 누군가의 마음을 열어 그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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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의식 (경영학 박사)
충주고등학교 선배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역할모델로 정진해 경희대학교를 장학생으로 졸업했다. 이후 제일은행 지점장, 본부부장을 거치는 동안 쉼 없는 노력과 열정으로 주경야독해 경영학박사 학위를 취득, 어릴 때 꿈이었던 교수의 자리에 올랐다. 은행 명예퇴직 후 인하대 겸임교수, 인천대 초빙교수를 지내는 동안 열혈교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저서로는 ‘열정은 배신하지 않는다’와 역할모델인 반기문 총장을 소재로 한 ‘세계를 가슴에 품어라’ 외 다수의 책이 있다. 현재 (사) 글로벌 녹색경영연구원 교육원장ㆍ교수로 재직중이며, 최근 들어서는 ‘반기문 글로벌리더십’ 전파에 열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반 총장의 가족, 친지, 학교 선ㆍ후배, 초ㆍ중ㆍ고ㆍ대학 동창, 담임선생님, 직장동료 등 광범위한 사람과 접촉했고, 이를 토대로 [반기문 총장의 열정의 리더십]을 연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