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장수술을 받았습니다.

[김허택]

사람이 살다보면 병에 걸리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그동안 술은 엄청 즐겨 마셨고, 담배는 술자리나 글을 쓸 때 피웠지만 별다른 아픔 없이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건강하게 살아온 세월은 부모님의 덕택이겠지요. 그런데 작년에 대장 임파선에 11cm의 암덩어리가 생겼습니다. 여덟 번의 항암주사와 꾸준한 걷기운동, 주말농장에서 일을 하면서 이겨냈습니다. 지금도 3개월에 한 번씩 CT촬영과 혈액검사를 받지만 아직은 별탈이 없습니다.

아픔이 인생의 가장 큰 스승이랬지요. 지금도 새벽 4시 20분이면 벌떡 일어나 중외공원 호수가를 걷고 또 걸으면 건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맹장수술을 또 받아야했습니다. 지난 10월 10일이었습니다. 마치 식채한 듯이 위장이 더부룩하면서 아파왔습니다. 냉장고에 보관된 몇일 지난 고등어가 상하지 않았기에 먹었는데, 그것이 탈이 난줄 알고 매실 액기스를 먹었습니다. 하루가 지나면서 위장에서 시작된 통증이 맹장 부위로 내려왔습니다. 2시간 간격으로 통증은 극에 달했습니다.

아직은 암 관리를 받는 중이라 화순전남대학병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여러 가지 검사를 받고 밤 10시에 맹장 수술을 받았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봐왔던 수술실 앞에서의 가족들과의 인사를 저도 하고 있었습니다. 아내와 큰딸이 힘내라는 말에 기분이 정말 묘했습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드라마에서 보던 수도원 같은 엄숙하고 긴장된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그냥 의사들끼리 장난치고 웃는 그런 평범함이었습니다. 아무튼 마취에 들어갔고, 마취에 깨어났을 때는 밤 12시가 넘었습니다. 회복실에서 나왔을 때는 박수소리가 났습니다. 수술실에서 나올 때마다 수술 끝나기를 기다리는 모든 가족들이 박수를 쳐주며 격려해준다고 했습니다. 

입원실로 돌아와서 3시간 동안을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호흡기를 통한 마취라 폐에 남아 있는 마취제를 모두 뱉아내어야 폐렴에 걸리지 않는다고 해서 새벽 4시 30분까지 잠을 쫓아가며 숨을 크게 내쉬는 고통이란.... 아무튼 저는 맹장이 터졌는데, 복막염이면 개복수술해야 하는데, 다행이 복막염까지는 가지 않아 배꼽으로 구멍을 뚫어 맹장을 잘라내는 복강경수술과 장 세척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3일이면 퇴원할 것을 9일만에 퇴원을 했습니다. 한달이 지난 지금도 배꼽과 맹장 부위에 수술 자국 딱지가 있습니다. 그 딱지 때문에 꽉 낀 팬티도 입지 못하고, 심한 운동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새벽 4시 30분이면 걷기운동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삶은 이렇게 처절한 몸부림인가 봅니다.  

[강지정]

선생님 다가오는 새해에는 건강하시길 빌께요 그래야 친구랑 굴밥 먹으러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