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9월 1일, 부산으로 내려온 후 거의 20여 년 동안은 주말이나 연수회, 혹은 돌잔치 등의 모임이 있을 때마다 바둑이 등을 즐기곤 했다. 그동안의 판돈을 계산하면 수백억원대는 되었을 것이다. 도박장소도 호텔방, 꾼들의 집 등이었으며 심지어는 우리 시골집까지 원정오곤 했었다. 그 중 기억나는 한 사건이 1994년 10월21 성수대교 붕괴사건이다(인터넷 뒤져보고 날짜 확인). 이 사건이 일어나기 이틀 전 부산 직장의 도박꾼들이 시골집으로 원정도박을 왔는데(아마 중간고사 기간이어서 수업은 없었던 것으로 짐작됨) 당일 도박으로 밤을 꼬박 새고 다음날 아침 어머님과 마눌님이 차려 주는 아침식사를 미안한 듯이 받아 먹은 도박팀들은 밥상을 물리친 후, 해장 바둑이 한번만 돌리자고 하여 또다시 게임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도박판이 저녁때가 되어도 끝나지 않아 저녁까지 얻어 먹고 도저히 어머니께 미안해서 안되겠다고 하기에 할 수 없이 아시아 호텔로 자리를 옮겨 게임은 계속되었는데 다음날 아침 7시쯤 객실의 TV를 켜니 성수대교가 붕괴되었다는 뉴스가 나오는 것이다. 팀 중에는 서울이 연고인 사람도 있었고 연고가 없다 하더라도 식구 중 한두 명은 서울에 살고 있었기에 다들 놀라 그길로 휑한 눈으로 호텔라운지에 내려가 공중전화로 가족들의 안부를 살피고 다들 무사함을 확인한 후에 부랴부랴 객실로 올라와 하던 게임에 열중하였다.
그 외 이보다도 더한 에피소드들도 있었는데 차마 여기서 밝힐 수는 없는 것들도 있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기로 하며 그 동안 게임 때 실제로 일어났던 희귀한 사례들을 회상해 보기로 한다.
1. Royal Straight Flush
Ordinary High Low 게임 중 최고 족보는 바로 이 Royal Straight Flush이며 웬만한 도박꾼이라 해도 평생에 한 번 잡을까 말까한 패이다. 본래 이 패가 나오면 꾼들은 그날 갖고 있던 돈을 다 내놓고 박수치며 일어난다. 한국산악인들의 로망이 3대 당일종주(지리산, 설악산 공룡능선, 덕유산 종주), 골퍼들의 3대 로망이 Single, Eagle, Hole in One, 낚시꾼들의 로망이 월척이듯이, poker꾼의 로망이 바로 이 Royal Straight Flush 패를 한 번 잡아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 패를 우리 멤버들은 최소 5번 이상은 잡아보았으니 그 동안 우리의 poker 회수를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2. 5장짜리 게임에서의 Royal Straight Flush
한번은 부산 괴정동 국제아파트에 사는 학장댁에서 주말에 판이 벌어졌는데 카드를 쥔 선이 5장짜리 Madam Follow(마담 Q와 그 다음 카드 숫자가 wild 카드가 되는 게임)을 불렀다. 이 게임은 4장의 카드를 한 장씩 open으로 deal하면서 베팅을 하고, 한 장을 hidden으로 주는데 모 선수의 카드가 heart A, Q, J, 10이 open된 상태에서 마지막 베팅 후 heart K를 까는 것이었다. 7장짜리 게임에서 Royal Straight Flush 나오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인데 하물며 단 5장 카드로 Royal Straight Flush를 만든다는 것이야 말로 이루 말할 수 없이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3. 바둑이 게임에서의 four card
7명이 참석한 바둑이 High Low 게임에서 3-2-1 장씩 카드를 바꿔 주는 절차가 끝나고 3명은 죽고 남은 네 명이 한 장씩 까면서 베팅을 하는데 한 사람은 바둑이 high패, 한 사람은 low패를 open하였고 나머지 한사람은 K,K,K를, 마지막 한사람은 A,A,A를 open하였다. 마지막 남은 절차인 패 바꿀 사람을 확인(보통 바둑돌을 손에 쥐는데 안쥐면 stay, open된 패에서 바꿀 경우 바꾸는 패의 순서에 해당하는 수(1~3)만큼의 바둑돌을, 네 개 이상을 쥐면 hidden 패를 바꿈)하였으며 유일하게 Ace 세 장을 깐 선수가 hidden 패를 바꾸는 것이다. 바꾸고 나서 마지막 베팅을 하는데 Ace 깐 선수가 죽지 않고 따라오는 게 아닌가? 결국 패를 까보니 한사람은 K four card, 마지막 hidden 카드를 바꾼 사람은 Ace four card였으며, 바둑이패를 쥔 사람은 끽 소리도 못하고 패를 패대기쳤고 K four card를 잡은 사람은 망연자실하여 한 참 동안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4. 여자 그림이 그려진 카드
가끔 여자 그림이 그려진 카드로 게임을 하기도 하는데 한번은 카드를 쥔 선이 장난삼아 족보에도 없는 two-乳頭 wild를 불렀다. 이는 글자 그대로 여자의 가슴꼭지가 2개 다 보이는 카드는 wild카드로 사용한다는 의미인데 비스듬이 선 자세의 여자 그림의 경우 한 乳頭는 보일락말락한 경우가 있어 이것이 wild카드인지를 두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비슷한 사례로 "털" wild의 경우도 소동이 일어날 수 있으니 wild 카드를 부를 때는 beard나 one-eye 같은 wild 카드 구분이 확실한 카드를 부를 것.
5. Sum XXX wild
Sum 5, Sum 7 등을 선언하면 합이 5되는 카드나 7이 되는 카드가 wild 카드가 되는데 가끔 헷갈리게 Sum 27등을 부르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카드 장수에 관계없이 카드 숫자의 합이 27이 되면 모두 wild카드가 되는데 경우의 수가 하도 많아 계산하기도 어려움. 가장 많이 사용되는 Sum 게임은 5와 7이며 10도 가끔 이용함. 한번은 Sum 7에서 11257을 쥔 선수가 High는 2-five card(실제로는 Ace five card임. 그것도high는 거의 확실히 먹을 수 있는 3장 wild로!), Low는 4장 perfect라고 하면서 패를 까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기도-이런 실수는 주로 새벽에 집중력이 떨어질 때 발생함.
6. Live and Die에서의 Straight Flush
카드를 5장씩 2줄로 hidden으로 바닥에 배열하고 게임 참가자에게는 7장씩의 카드를 나눠준 다음, hidden 패를 한 장씩 open 하면 해당되는 숫자를 가진 사람은 모두 내놓아야 하며 마지막으로 손에 남은 카드와 open된 카드로 high, low를 결정하여 승자를 정하는 게임인데 이 게임의 경우 Full House 보다는 Flush가 높고, Flush 보다는 Straight가 높다. 또한 이 게임의 경우 손에 Straight Flush가 들어오면 바로 패를 내려놓고 판돈과 땡값을 챙겨햐 하는데 어떤 멍청한 선수가 Straight Flush를 들고 있다가 한 장씩 빠지고 난 후에 "내 손에 Straight Flush가 들어왔는데" 라고 뒤늦게 고백... 돈 읽고 사람 바보되고.
7. 시력 약한 선수의 바둑이 perfect에 대한 착각
바둑이 게임에 있어서 서로 다른 무늬의 A, K, Q, J(1, 2, 3, 4)는 High(Low) Perfect이라 하여 독식하는데 시력이 약한 한 선수가 spade A, heart 2, 3을 open해 놓고 열심히 베팅을 하는 것이었다. 베팅 후 그는 clover 4를 까면서 "자, perfect입니다"라고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시력 나쁜 그는 heart와 diamond를 혼동하였으며 때마침 Burning 베팅을 하고 있던 터라 판돈만큼의 돈을 토해내기까지 하였다.
P.S)
탤보가 도박을 좋아하는 증거
일전에 쓴 댓글에서 탤보가 도박을 좋아하는 증거가 있다고 했는데 이 쯤에서 그 증거를 제시하고자 함.
시나니의 facebook 프로필 사진에 나타난 111-1 번지의 아래 사진을 보고 탤보가 단 댓글
"에이스 포커네요!! 초장에 석장 히든에 마지막 하나 떠 주면 올매나 좋것습니까!!"
어떤 사람이 자동차 번호판의 숫자나 번지수 등을 보고 도리짓고땡이의 패를 계산한다든지 카드 게임의 족보를 계산하면 통상적으로 이 사람은 도박중독 2기에 해당하며 격리치료가 필요함.
탤보가 하루 빨리 도박중독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바라며 아울러 이 글을 탤보에게 바침.

첫댓글 앵구기 질문 :
"6번의 경우 손에 four card가 들어와도 빠질지 모르니까 내려 놓고 판돈과 땡값을 받아먹어야 되지 않느냐?"
지금까지
스티플은 한번 잡아본 기억이 있다
그때의 감격은 이루 말할수없는 설레임 그 자체였다
20여년 쯤 전 도박으로 수억원의 재산을 탕진하고 창고를 개설한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창고 출근 개근상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날은 가진 돈 다 잃고 하꼬비(어느 나라 말인진 모르겠는데 돈 빌리는 것) 한 돈마저 다 떨어져 갈 즈음 상대방이 포카를 쥔 것이 눈에 보이는 상황인데도 게임이 하도 안풀려 짜증도 나던 터이라 다 꼻고 일어날려고 올인을 했는데 히든에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시를 잡은 적이 있다.
현재까지 로얄 두번 잡아봤다.
지금
한판 하자는 겨.....?
홍사장처럼 이 글에 대해 반응이 부정적이면 정상적인 사람이고, 탤보처럼 과거시절을 회상하면서 그리워하면 심각한 증상. 태산거사는 아직 경증이라 앞으로 정기적인 진료를 요함. 나는 여러번 손을 끊었는데 다시 새 손이 자라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