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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 자랑 자랑자랑 웡이자랑 자랑자랑' 음정 낮고 졸음내 나는 어머니의 노랫가락이 구수히 젖어들더니 이내 화난 가락으로 돌변한다. ‘혼저 자라게, 무사 영 안잠시니게, 혼저 자부러사 촘 고래 골아사 보리쏠 골랑 밥허곡게~’
자장가인 제주민요 ‘애기 재우는 노래’의 한 대목인데 듣다보면 아이에게 빨리 잠을 자라고 윽박지르는 것이 자장가임이 무색하다 싶을 느낌이 전해져 온다. 단 하루라도 밭을 갈고 물질을 하지 못하면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제주의 척박한 생활환경은 육아생활에도 어김없이 나타나는데 그중 하나가 이 ‘애기 재우는 노래’가 불려지던 ‘애기구덕’이다. ‘애기구덕’이라 함은 바구니란 뜻을 갖고 있는 ‘구덕’이란 제주방언으로서 ‘아기를 눕혀 재우는바구니’로 바꾸어 부를 수 있는데 제주도식 전통있는 요람이다. 제주의 ‘애기구덕’은 실용성과 편의성, 이동성에 중점을 두다보니 타지방과는 사뭇 다른 형태를 띄게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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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릿贅??주재료로 대나무를 쓰는데 우선 삼동나무로 테를 잡은 후 대나무를 잘게 찢어 장방형으로 엮으며 밑둥은 요람의 특성상 흔들기 좋게 둥글게 만들었다. 애기구덕은 세 살전후 아기의 키를 감안하여 여유있는 길이로 만들어지고 폭 또한 이에 준하는 넓이로 만들어졌다. 기본을 다진 구덕의 중간높이에 튼튼한 끈으로 엮은 그물을 만들어 바닥면과 공간을 띄움으로서 통풍효과를 기하였으며 그 위에 보릿대를 깔고 삼배천등을 덮었는데 이는 아기가 소변을 봐도 바로 밑으로 새어나와 항상 쾌적한 잠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잦은 소변에도 뒷처리의 수고를 덜어내 주는 편의적이고 실용적 기능에 초점을 둔것이라 할 수 있다.
애기구덕에는 제주여인의 부지런함과 억척스러운 모습이 담겨져 있다. ‘혼저 자라게 혼저 자부러사주게 혼저 자라게 촘 고래 골아사 보리쏠 골랑 밥허곡게 쇠물먹이고, 굴묵도 짇어사는예게. 물질허곡게. 어떵해 지곡게.아버지 밭갈래 간는디 혼저 니 자부러사게 밥행 아버지 왕 먹을거 아니가(중략) 욕먹으켜게(중략) 자랑자랑 혼저 자라게. 아이고 애기도 참 자라 원.(어서 자거라, 어서 잠을 자야 밥하고 쇠꼴먹이고 궁불 지피고 물질도 하고. 아버지 밭갈러 갔는데 빨리 자야 밥해서 저녁 차려드리지. 욕먹겠네. 어서 자라.) 아기를 재우면서도 밭일, 물질을 걱정하고 끼니를 준비해야 하는 제주여인들에게 ‘애기구덕’은 최적의 육아도구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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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는 발로 애기구덕을 흔들고 손으로는 바느질이나 길쌈질을 하였고, 밭에 나갈 때도 애기구덕을 간단히 등에 지고 나가 밭 한켠에 놓아두고 밭일을 하였으리 만큼 - 밭 한켠에 놓인 ‘애기구덕’의 아기가 보채면 바로 달려와 젖을 물리고는 다시 밭일을 하였다. - 애기구덕에는 억척스럽고 부지런한 제주여인의 억센 손길이 배어있다. 현대로 접어들면서 이 애기구덕은 점차 자취를 감추더니 어느덧 민속촌의 전시물로서 옛 향수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대신 애기구덕을 대용하는 철제 애기구덕 - 가는 솨파이프와 스프링으로 다리를 따로 만든 ‘애기구덕’의 현대식 요람으로 이것 또한 제주에서만 볼 수 있다.) - 이 향토오일장 등지에서 꾸준히 팔리며 그 명맥을 유지해가고 있다. ‘자랑 자랑 자랑자랑 웡이자랑 자랑자랑 ’ 어머니의 ‘애기 재우는 노래’ 가락이 살갗을 파고드는 제주의 겨울바람 몰아치는 들녘을 타고 다시금 들려온다.
☞ 자료 : "제주몰" www.jejumall.com |
* 글/신순배(제주풍림리조트콘도) www.buds.pe.kr * 자료제공/크리어아트디자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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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가 큰딸이어서 애기구덕 많이 흔들었었는데....흔들다 보면 어찌나 졸리든지,,,ㅋㅋ 작으마했던 동생들 얼굴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