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의 고기가 그물을 찢듯이
한번 불타버린 곳에는
다시 불이 붙지 않듯이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아타 중에서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1회 이후 차마 더 이상 보지 못하고, 문자중계로만 함께 했던
어제 병현선수의 경기와 그 후 선발 제외 소식을 들었을 때
계속해서 떠올랐던 말입니다.
한때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공지영의 소설 제목으로 쓰이기도 했지요.
"이혼한 여성의 길찾기"라는 내용 때문에
페미니즘 문학의 교재처럼 읽히기도 했던 소설의 유명세 때문인지
이 말을 발측한 여자의 당돌한 선언으로만 알고 있는 분들도 계시다지요.
벌써 BK는 역시 마무리가 낫다고 합니다.
보스턴을 떠나 텍사스로 가라는 분들도 계십니다.
프랑코나 감독도 아로요도 팬도 팀도 다 재수없으니
패배의 나락으로 떨어지라고 저주를 겁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의 분노와 슬픔을 이해합니다.
저 역시 소식을 본 후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착잡함과 충격으로
늘 다니던 익숙한 우회로를 지나치고, 어이없이 목적지를 지나쳐
막히는 거리를 하염없이 헤매야 했으니까요.
그리고 부상자 명단에서 온 후 세 게임, 그 중 두 번의 부진으로
재빨리 "결단"을 내려버리는 감독의 처사가 조금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주가 조급함을 부르고, 조급함이 스스로를 옭죄는
보스턴 레드삭스라는 팀을 둘러싼 암울한 공기를 느낍니다.
그러나 팬들이 걸러지지 않은 슬픔과 분노의 말을
아찔할 정도로 쏟아내고 있는 순간에도
가장 힘든 사람은 병현선수 본인이겠죠.
그리고 당연히 가족이겠구요.
또 불리할 때에도 한결같이 신뢰했고 신뢰의 결과를 보여준
헨리 구단주와 테오 단장 등 구단 프론트...
그렇다면 분노의 대상은 누구에게 겨누어져야 정당한가요?
기다리지 못하고 성급한 결정을 내린 감독?
남의 불행은 남의 행복, 표정관리도 못하는 아로요?
일구일구에 쩔쩔 끓는 보스턴의 지랄맞은 팬?
1일 1역적, 1일 1영웅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보스턴 팬?
저는 요 몇 경기에서
베리본즈에게도 몸쪽 볼을 우겨넣어 삼진을 잡던
오만할 정도로 자신감 넘치던 병현선수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데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오리무중인 이 상태가 가장 슬픕니다.
그리고 성급한 결정 때문에
자칫 병현선수가 의기소침해질까바 염려스럽습니다.
그러지 않을 것이라 믿고 있지만....
그러나 스프링 캠프 이후의 문제는
성치 않은 몸에서 비롯되었으니
건강을 회복하고, 건강과 함께 잃어버린 감을 회복하면
다시 돌아오리라는 믿음이 있기에
그러기위해서는 중압감 없이 던질 수 있는 환경과 시간이 필요하기에
청천벽력과 같은 오늘의 결정이
장기적으로는 득이 될 것이라고 믿어봅니다.
물론 지금은 슬프고 아직까지 혼란스럽지만요.
전 DL에서 복귀할 때에도
팀에서 성급히 올리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좀 했습니다..
마이너리그에서 6회 이상 던져서 게임을 장악할 수 있는 흐름을 익히고,
구속을 만족할 수준까지 끌어올린 후,
빅리그에 복귀하기를 바랬었거든요.
신중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마크 프라이어, 베리 지토 등
어린 나이에 일찍 너무나 많을 것을 이룬 선수들이
지금 부상으로 결장 중이거나, 고전을 하고 있습니다.
병현선수 역시 그와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일찍이 너무나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는 것은
더 많은 노력과 더 많은 혹사를 의미합니다.
지난 가을과 스프링캠프 때 찾아왔던 어깨부상
그리고 전혀 병현선수답지 않았던 두 번의 등판은
시간과 휴식이 필요하다는 징후로 봅니다.
제가 들었던 가장 기막힌 역설은
"아프니까 참 좋다"라는 말입니다.
아프니까 아무런 최책감 없이 게으름을 피울 수 있고
나의 몸에 최대한 예우를 갖추어 주고...
몸이 재산이 프로선수에게는 참으로 생뚱맞은 말일지 모르지만
저는 이말을 병현선수에게 들려주고 싶습니다.
몸이 무언가 예전같지 않다는 이상 징후를 보내고
몸의 상태에 대해 선수 본인이나 구단이 극도로 예민해진 지금은
최책감없이 이기적일 수 있는 아주 드문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팀을 위해 선발 꿈까지 접어가며
5일씩, 때로는 멀티 이닝까지 소화해내며 헌신해왔잖아요.
냉정하게, 아주 이기적으로 말해서
지금 급한 것은 동부지구 순위표만 바라보는 팀이나
성적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감독
호시탐탐 선발 한자리 노리는 아로요선수이지
병현선수가 아닙니다.
좀 이기적이어도 괜찮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몸에 대해 집중하고
좋았던 투구 감각을 몸이 다시 기억해내고
재현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기회로 삼기를 바래봅니다.
빠른 시간 안에 무언가 보여주어야 한다는 조급함도
함께 버리기를 또 바랍니다.
어차피 병현선수가
아로요나 보스턴 팬과 언론 따위를 상대하고 제압하려
야구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자신의 심신을 최적의 상태로 끌어올리는 것
그것이 결국은 본인 뿐 아니라 팀을 위하는 것이겠지요.
병현선수는 팀의 키 플레이어이니까
병현선수의 실력, 잠재력, 발전가능성,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과 스탯이 어디 가나요?
지금까지의 성적과 앞으로의 가능성이 반영된
2년 계약은 팀의 든든한 일원임을 말해주는 징표와 같습니다.
아, 새벽녘에 알콜기도 빠지지 않은 알딸딸한 상태에서 쓰다보니
말이 마구마구 꼬이네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게 타당한 주위의 도움과 조언까지 배척하라는 말이 아닌거 아시죠? ^^
그러고보니 이말요 병현선수가 자주 하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과 차암 비슷하네요.
몸과 맘 어서 추스르고 최선의 결정을 내리면
병현폐인 일동, 기꺼이 성원하고 기다릴 각오가 되있나이다.
어제 일을 추억처럼 웃으면서 이야기할 날이
곧, 멀지 않아 온다는 것을 확신하며...
참, 음악은 Pink Floyd형님들의 "High Hopes"네요.
디여라님 정말 오랜만이네여^^ 반갑습니다..어차피 이 짐은 병현선수가 혼자 짊어져야 하는거구 꼭 다시 일어날거라 믿습니다....요즘따라 프라이어선수가 너무 부럽네여..부위는 달라도 같은 염증발생했는데 불구하고 이렇게 대조적인 상황을 보이니...ㅡ.ㅡ;;좋을글 잘 읽었습니다..
첫댓글 ^^좋은글써주셔서 감사해요.어기여 디여라님.우리가 원하는병현선수 본모습을 보여주리라 믿어의심치 않습니다.기다려볼렵니다^^오늘 우울하지만 그래도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 화이링!!!!!!!!!!!!!!
좋은 글이네여
역시 어기여님.. 병현선수가 이글 보셨음 좋겠네여..^^
역시 디여라님의 좋은 글이네요.~ 병현선수도 이글 읽고 힘내서 다시 일어서기를 바랍니다.. 저도 어제 병현선수 경기좀 제대로 보려고 mlb.tv 끊었다가 이 소식 듣고 허탈하더군요..
병현선수, 이 글 읽고 힘이 펄펄 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러브레터방으로 옮깁니다~~ ^^*
디여라님의 글 100%동감합니다... 좋은글 감사해요....화이팅!!
100% 동감~~ 병현선수가 이글 읽고 꼭 힘내셨으면 해요.... 화이팅~~~~
병현선수, 이 글 읽고 힘이 펄펄 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
디여라님 정말 오랜만이네여^^ 반갑습니다..어차피 이 짐은 병현선수가 혼자 짊어져야 하는거구 꼭 다시 일어날거라 믿습니다....요즘따라 프라이어선수가 너무 부럽네여..부위는 달라도 같은 염증발생했는데 불구하고 이렇게 대조적인 상황을 보이니...ㅡ.ㅡ;;좋을글 잘 읽었습니다..
어기여님 글에 저의 온 동의를 바칩니다~~^^ 구구절절 옳은 말씀만.... 김병현선수~!! 이 글 읽고 힘이 펄펄 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3 ^^
언니글 한참 찾아다니다 이곳에서 찾았네요.....병현선수 주저 앉지도 주저 앉을 사람도 아님니다...이럴때일수록 우리가 하나되어 힘을 싣어주어야 겠죠^^ 병현선수 화이팅입니다 사랑해요 언제나 언제까지나.......
글을 참 잘 적으시었네용~~우리 김병현 선수도 이글을 읽고 ... 힘내면 좋겠다 ^^<작은 바램> 어떠한 비바람이 몰아쳐도 다 견디고 꼭일어나 챔피언이 될 겁니다 !!!! 화이팅 김 병 현 !!
역시.. 디여라님의 글솜씨는 탁월 그 자체! 디여라님 뿐 아니라 카페 모든 팬들이 병현선수 응원하니.. 곧 건강하게 짠! 나타날거라 믿습니다! 힘내세요 병현선수!
김병현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