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서 여중생 공부에 부담느껴 투신자살… 유서에 장래 불안 호소
학교폭력·왕따관련 언급은 없어
경북 안동에서 여중생이 공부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는 유서를 써놓고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안동경찰서는 17일 오후 7시45분쯤 경북 안동시 송현동 A아파트 108동 앞에서 A중 2학년 김모(15)양이 떨어져 숨져 있는 것을 이 아파트 경비원이 119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아파트 15층 복도에 4층에 사는 김양의 신발과 검은색 가방, 유서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김양이 방충망을 열고 뛰어내린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중이다.
유서 겉표지에는 “이 편지를 보신 분은 000호에 전해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김양은 유서에서 “공부가 어렵고 진짜 내 장래를 위해 즐겁게 수업을 받기보다는 강압에 의해 45분 동안 앉아 있는 훈련을 받고 있다. 공부를 해도 원하는 것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경찰은 “유서에는 학교폭력이나 집단따돌림 피해 등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며 “유서의 대부분 내용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채워져 있었다”고 밝혔다.
김양은 또 자신의 노트에 ‘오늘 저녁에 해야할 일 8가지’로, ‘학원을 다녀와서 15층으로 올라간다,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낸다, 친구 ㅇㅇ와 휴대폰 카톡을 한다, 휴대폰을 초기화한다, 눈을 감고 그대로 뛰어내린다’고 적었다.
경찰은 김양이 사전에 치밀하게 자살 준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그러나 유족들이 “단지 학업에 대한 고민으로 자살할 아이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어 유족들을 상대로 김양의 최근 신상 변화나 심리 상태, 교우 관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안동서 수사과장을 팀장으로 한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학생, 학부모, 학교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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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은 나약한 자가 행하는 자기 최후의 변명일 뿐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순전히 개인의 나약함이 문제인지는 생각해볼 일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부당한 대우에 '네가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중학생 여자아이. 한창 웃음 많고 꿈 많을 시기입니다.
세상의 여러가지에 막 관심을 가지면서, 연애 걱정도 하고, 친구들과 놀러나가기도 좋아할 나이입니다.
그런 아이들이 공부에 대한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어린 생명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습니다.
포털에 '성적비관 자살'만 검색해보면 하루에 다 보지도 못할 정도로 많은 사건들이 흘러나옵니다.
무엇이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걸까요.
안동 여중생의 '공부해봐야 원하는 것을 할 수 없다'는 유서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아이들에게 꿈을 빼앗고 있습니다.
경쟁 강도는 갈수록 너무나 가혹해지고, 거기서 승리하더라도 행복하기 힘든 구조가 계속됩니다.
양극화를 막지 않고, 경쟁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에 신경쓰지 않는 정부,
학벌, 학연 위주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회와 기업,
삶에 대한 참교육 없이 성적 향상만을 위해 아이들을 압박하는 교육 현장,
더 나아가 학생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그게 현실이다'라는 이유로 외면하는 우리들까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책임인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이 성적 악몽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는 세상.
그런 날이 어떻게 올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