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편지 (이 시는 저작권이 있습니다. )
한영미
보고 싶은 어머니께.
어머니, 저 용창이입니다.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지금 상두리 들판은 보리가 무성하겠지요.
황금빛으로 출렁이는 보리밭에서
허리 숙여 일하고 계실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어머니, 그간 편지가 없어서 궁금하셨지요?
저는 지금 형무소에 있습니다.
제가 체신국 보험 관리소 벽에 독립의 때가 왔다고,
조선 2천 6백만 동포들에게 독립을 맞이하라고 썼습니다.
그 일로 저는 체포되어 갇혀 있는 겁니다.
그 글을 썼다고 천장에 거꾸로 매달렸습니다.
같이 글을 쓴 사람들을 대지 않는다고 손톱 밑을 찔렸습니다.
뒤에서 시킨 사람이 있지 않냐며 매질을 당했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요.
어머니,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린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마십시오.
왜 그럴 때 있지 않습니까.
어머니께 투정 한번 부려보고 싶은 그런 날 말입니다.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꼭 살아서 어머니 곁으로 가고 싶습니다.
햇볕이 환하게 쏟아지는 6월의 한낮에
잠자리가 한가로이 날아다니는 들판을 지나
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 관리천을 첨벙첨벙 건너서
평화롭고 풍성하게 일렁이는 보리밭 한가운데
어머니의 하얀 머릿수건을 찾아 달려가렵니다.
어머니, 혹시 제가 너무 늦게 온다 해도,
편지 한 통 오지 않는다 해도,
걱정하거나 애달파하지 마십시오.
우리나라가 독립이 되는 날,
저는 당연히 어머니의 마음속으로 찾아갈 겁니다.
부디 그때까지 몸 건강히 안녕히 계세요.
어머니의 아들 김용창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