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8월 29일 유달산
그 지겹고 끈적끈적했던 8월의 끝자락을 보내는, 8월의 마지막 주!
오늘은 정선아리랑의 애환을 싣고 흐르던 그 옛날의 정취, 우리나라의 강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으로 첫손에 꼽히는 동강과 그 동강을 좌우로 흘려보내면서 그 중앙에서 천혜의 송림, 잣나무 등의 수목을 목에 두르고 서있는 잣봉을 동시에 탐험(?)하는 일정이 잡혀있다.
어찌보면 순수한 산행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자연의 체험학습에 더 가까운 일정인 것이다. 즉, 동시에 산과 강을 접하는 환상의 코스로 소문나 있는 지역인데 실제로 가보니 정말 그 소문이 전혀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여름휴가등이 겹쳐 근 한달만에 함께하는 지방산행인지라 약간의 설레임과 낯설음을 동시에 느끼면서, 모처럼 집사람과 아침 일찍 천년부폐로 발걸음을 돌려본다. 그런데 곧 추석이 다가오고, 그래서 미리 벌초를 가는 산우임들이 많으신 까닦인지 오늘은 그리많지 않은 23분의 산우님들과 조촐한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우리 청송은 애환의 고장, 영월을 향하여 가속폐달을 힘껏 밟는다.
역시나 영월을 향하여 가는 고속도로는 아침 이른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영동고속도로를 중심으로 군데군데 막히기 시작한다. 예의, 우리의 베테랑 기사, 박기사님은 부처님 손바닥안의 손오공을 보는 듯, 지방도로 샛길을 요리조리 흩으면서 동강을 향해 속도를 올린다. 약 4시간30여분의 주행끝에 영월의 래프팅 시발지에 도착한다. 시간을 보니 10시 30분!!
오늘 일정은 먼저 래프팅 시발점에서 잣봉(537m)을 거쳐 어라연 계곡 등허리를 트렉킹하는 계획이 잡혀있는데, 총 길이 7km에 소요시간은 점심시간 포함하여 약3시간30여분 정도 소요될 듯하다. 큰 부담감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산행을 즐기고 오늘의 본 게임인 동강 래프팅을 약 2-3시간 즐기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다.
그래서인지 오늘 처음보는 산우님인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두 자녀와 부인을 동반하여 가족 전체가 이 행사에 참석하신 것이 특히 눈에 띄는데, 참으로 보기좋은 장면이다. 이렇듯 천혜의 100% 무공해 공기와 수정보다 맑은 동강에서의 하루는 분명 그 어린 자녀들에게 영원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추억을 안겨주리라 확신한다. 그 어떤 재화보다도 분명 가치있는 무형의 자산으로 그들에게 남아있으리라....
날씨는 약간 무더운 감은 있으나 널찌기 트인 임도를 따라 올라가는데, 좌우로 펼쳐진 무공해 고추 및 고구마 밭이 시선을 잡아당긴다. 생각같아서는 그 싱싱한 풋고추를 몇개 따서 산상부폐때 된장에 푹 찍어 먹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으나, 어찌 피와 땀으로 키워낸 농작물을 주인의 허락없이 딸수 있겠는가? 아쉽지만 눈요기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최근 내린 비로 적당히 수분과 이끼를 머금은 산길을 기분좋게 밟고 가기를 40여분! 저 앞에 수 많은 산우님들과 예술작품을 남기기 위한 듯 보기에도 그럴듯한 사진기와 사진 받침대들로 중무장한 여러 사진작가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얼른 가보니 능선 오른쪽으로 펼쳐진 절벽과 그 사이로 한마리 뱀이 유영하듯 유유히 흐르는 어라연 계곡물의 신비스러운 풍광을 놓치지 않고 음미하거나 이를 사진작품으로 남기려는 분들이 분주히 셔터를 누르고 있다. 나도 집사람과 그 멋진 배경을 뒤로 하고 한 컷 찍었다.
그런데 자세히 그 풍광을 보니 그간 살아오면서 갖가지 잡지 등에서 보았던 그때 그모습이 오버랩 되어온다. "아...!! 그 사진이 여기서 찍은 것이구나..."하는 생각을 하니 다시한번 더 보게되고 발걸음을 옮기기가 아쉬울 정도이다.
여기서 조금 올라가니 잣봉(537m)이 나타난다. 조그마한 표시석에 '잣봉'이라고 적혀있다. 분명 이 근처가 무수한 잣나무로 구성되어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여진듯 하다. 혹시나 온김에 잣알이나 몇개 건져갈까 싶어 주위를 유심히 보아도 잣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수 많은 등산객들이 오가니 뭐... 잣이 떨어져도 얼마나 갈까?하는 생각이 든다.
잣봉을 지나자 최대장님 무전기를 통해 우리의 여성대장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기막히게 전망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으니 빨리 오란다. 배도 출출하고 해서 잽싸게 올라가니 환상의 어라연 계곡을 발아래 놓고 경치를 즐길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 준비해온 갖가지 음식들과 한잔의 술로 허기를 달래니... 이 어찌 무릉도원이 따로 있겠는가! 온 세상을 다 갖은 듯한 착각속에 즐거운 산상부폐연을 마치고 래프팅을 하기위해 하산을 서두른다.
참! 여기서 어라연 계곡이 몇번 나오는데, 사실 동강의 핵심은 바로 이 어라연계곡이다. 중국에 '장가개'가 있다면 한국은 단연 '어라연계곡'이지 않겠는가? 그러면 여기서 잠시 공부 한번 하고 가자.
어라연은 영월읍 북동쪽에 있는 동강의 일부구간으로 동강의 아름다운 풍경 중 비경으로 손꼽힌다. 어라연은 '물반 고기반'할 정도로 물고기가 많아 물고기의 비닐이 비단결처럼 반짝거린데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래프팅을 해보니 정말 그렇다.
"래프팅을 2-3시간 하려면 힘을 써야 하니 점심을 든딘히 먹어야한다"는 최대장님의 말씀 따라 점심을 한 잔의 술과 든든히 먹은 탓인지 하산하는 약 1시간 30여분의 하산길이 조금은 지루하고 힘이 든다. 산에서 과한 포식은 확실히 워킹에 지장을 주는것 같다.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여 래프팅 시발점에 도착하니 시간은 약 2시..!!
여기서 물에 젖으면 곤란한 휴대폰, 지갑 등을 차에 남겨놓고 래프팅 시발지로 향한다. 20여명의 산우님이 래프팅 업체의 봉고 2대로 보트와 함께 지명은 모르겠으나 큰 다리가 동강을 지나고 있는 곳을 향해 약 15분
간 주행한 후 강가에 도착한다. 물론 안전을 위해 구명조끼와 안전헬멧을 단단히 착용하고 가이드로부터 패들(보트 노)사용법과 안전교육을 약 20여분 받고 12명씩 조를 짜서 보트에 탑승하고 본격적인 래프팅에 나선다.
사실 개인적으로 수영을 전혀 못하는 맥주병인데다 래프팅도 처음 하는지라 안전장구를 몸에 착용했어도 보트가 드넓은 동강의 중앙으로 진입하자 약간은 긴장이 몰려온다. 아마 다른 산우님들도 비슷한 심정이엇으리라.....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노도 젖고 주위의 설명에 귀도 귀울리고 하기를 약 30여분!... 이제 긴장도 조금은 풀리고 진정한 래프팅의 맛을 즐기는
단계에 접어드는 듯하다. 동강을 서서히 내려오는 도중 우리산악회의 다른 산우님들과 서로 패들로 물도 뿌리고, 다른 팀들이 행하는 보트위에서의 '물에 빠트리기 게임' 등등을 즐기고 있노라니 어느덧 마음은 남녀노소 가릴것 없이 동심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래프팅 중간 중간에 정말로 텔레비젼이나 영화로만 보아왔던 급물살 협곡을 지날때면 곧 보트가 뒤집힐 것같은 공포와 스릴을 동시에 맛보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래프팅으로 유명한 지역은 이곳 동강과 홍천의 내린천이 있다한다.
그런데 이 두곳이 각각 그 색깔이 확연히 다르다.
내린천이 강폭은 좁은 대신 전 코스가 급계곡과 수많은 돌출 바위로 이루어져 약간은 위헙하기도 한 전투적인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면, 이곳 동강은 수줍은 미소를 머금은 새색시 마냥 약간은 다소곳하지만 주위의 신비로운 계곡의 풍광과 풍부한 수량으로 장구한 래프팅을 즐길 수 있는 여성상을 지닌곳이라 보면 틀림없다.
약 2시간여의 래프팅 도중 끈임없이 노를 젖고 물벼락도 맞고, 구호도 제창하느라 목도 아프고, 허리도 뻐근하였지만 숨막히는 듯한 회색 일색의 도시에서 탈출해 이렇듯 동심속의 자연에서 보내는 하루는 그간 나의 폐부에 찌든 찌거기를 한방에 날려보낸듯 마음은 이글을 쓰는 지금도 마냥 행복하다.
행복이 별거 이던가? 다만 이 좋은 곳을 집사람과 둘이와서 즐긴게 못내 아쉽다. 애들을 데려오려고 여러번 꼬셔(?)보았지만... 요즘 애들은 별로 이런것에 관심이 없다. 엄마, 아빠가 없는 일요일,,, 자기들만의 세상이니 따라올리가 있겠는가?
그날 래프팅의 하이라이트!
도착지에 도착하기 전 강물이 조금은 차갑기는 하지만, 가이드가 강물에 빠질 기회를 준다한다. 그런데 사실 그때는 수영을 못하는 맥주병인데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물에 대한 공포심도 있고하여 별로 하고싶은 생각은 없었다. 서로 눈치를 보는 것같은 시간이 흘렀는데, 내뒤에 앉은 산우님이 과감히 낙화암에서 몸을 던지는 3천궁녀(?) 마냥 몸을 강물로 던진다.
그런데 아무리 구명조끼를 해도 몸이 물속에서 수면으로 나오는 시간은 어느정도 걸린다. 입수한지 약 6-7초 후에 떠오르는데, 그 시간이 매우 길게 느껴진다.
나도 "에라! 모르겠다....하고, 과감히 동강의 푸르름으로 몸을 던진다. 그런데 이것도 요령이 필요한 것 같다. 숨을 쉬면서 몸을 던졌더니 순간 코를 통해 강물이 밀려들어오는데 갑자기 숨이 막히면서 몸의 균형을 잡기가 힘들어진다. 마치 술먹고 강에서 수영하다가 물에 빠진 사람 모양이 된 듯하다.......한마디로 스타일 구겼다...!!
남자들이 물에 빠지자 이게 재미있게 보였는지 2-3명의 여성분들도 뛰여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물이 차가웠으나 조금 지나니 약간은 따스한 기운으로 나의 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아무튼 난생 처음 강물에도 들어가보고 재미있는 하루였다.
래프팅을 마치고 샤워를 대충 하고나니 시간은 5시20분!
이제 인천으로 돌아가야하는데 오늘 벌초하는 사람들이 많은 탓에 상당한 정체가 예상된다. 그래서 이곳 지방의 특산음식인 꽁보리밥과 동동주로 배를 채워야 할듯해 가는 길에 장릉꽁보리밥집에 자리를 잡는다. 역시 소문대로 시중에서 파는 꽁보리밥과는 그 차원이 달랐다. 거기에 시원한 동동주 한잔을 후식으로 곁들이니 오늘 하루의 즐거움이 마치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나의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6시 20분,, 인천을 향해 출발하여 계산동에 도착하니 시간은 11시 20분!!
즐거움으로 길고도 길었던 하루였다. 이렇듯 우리네 인생에서 하루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하루가 각각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삶에서 한번 가버린 시간은 영원히 되돌아오지 않는다. 매일 후회하면서 사는게 우리네 삶이지만... 가급적 후회하지 않고 사려는 자세도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이다.
나에게 있어 오늘 하루,,, 잣봉과 동강의 만남은 오랫동안 그 어떤 짜릿함과 잊혀지지 않을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