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해 내일인 20일 국내외합동진상조사단이 그간의 수사 및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고 한다. 그런데 아직 발표를 하기도 전에 야권에서는 손사래를 치고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 어뢰공격이란 증거가 있느냐? 증거없이 떠들지 말라. - 왜 하필 선거 임박해 조사결과를 발표하느냐? 북풍 시도하는 것 아니냐? - 어뢰공격이 맞으면 이명박과 군이 책임져야지 왜 자꾸 북한 건드려 적대적 관계로 몰아세우냐?
물론 이에 앞서 군 관계자, 조사단의 아무개 등을 취재원으로 하는 보수 언론의 물타기 기사에 대해서도 말을 하기는 해야 하는데, 그건 본질에서 그리 멀지는 않고 단지 정치 도의의 문제이므로 여기서는 거론 안한다. 이 세 가지 의문에 대해 내가 해석해본다.
- 어뢰공격이란 증거가 있느냐? 증거없이 떠들지 말라. 그래야 한다. 증거없이 떠들면 안된다. 하지만 합동조사단에서는 아직 아무것도 발표한 바가 없다. 떠드는 건 이른바 보수우파언론과 진보좌파언론 뿐이다. 특히 야권을 비호하는 진보좌파 언론들은 그간 <좌초했다> <미군이 쏜 어뢰에 맞았다> <피로파괴다> <이명박의 자작극이다> 하는 식으로 북한하고 상관없는 시나리오이기만 하면 아무거나 갖다 들이대는 무모한 주장을 해왔다. 그런 주장을 한 이가 김대업이건 김경준이건 상관없다. 그러니 다 입 다물고 내일 발표를 들으면 된다. 합조단의 공식발표가 가장 중요하다. 내가 아는 바로 언론들이 이 합조단보다 사건 실체에 대해 더 알 수가 없다. 입으로만, 머리로만 조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왜 하필 선거 임박해 조사결과를 발표하느냐? 북풍 시도하는 것 아니냐? 물론 선거를 앞둔 시점에 이런 사고가 나서 안타까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사건을 당한 거지 우리가 주체적으로 일으킨 건 아니다. 내일 발표에서 북한이 어뢰를 쏜 것이라고 특정된다고 가정할 때, 혹은 외부에 의한 공격으로 침몰된 것이라고 가정할 때, 이건 이명박 정부와 아무 관련이 없다. 좌파언론의 주장은 오직 자작극일 때만 해당된다. 항의해야 한다면 김정일에게 해야 하는 것이다. 김정일이 북풍 시도하는 것이다. 적이 쳐들어올 때 우리 사정 보고 오지 않는다.
진짜 북풍은 지난 2008년 대선 두어달 앞두고 노무현이 김정일 만나 남북정상회담한 것 같은 것이다. 그때 열린우리당이 뭐라고 말했는지 다 안다. 전쟁은 우리 마음대로 안되지만 회담은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이다. 마음대로 되는 것을 선거에 임박해 맞춰 했으니 그건 확실히 선거를 노린 것이라고 봐야 한다.
- 어뢰공격이 맞으면 이명박과 군이 책임져야지 왜 자꾸 북한 건드려 적대적 관계로 몰아세우냐? 물론 우리 측 과오에 대해서도 추상같은 문책이 있을 것이다. 난 여러 차례 합참의장과 국방장관의 어리석음에 대해 적은 바 있다. 그런데 이러고 말면 안된다. 이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원래 전투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격언이 있다. 지금은 '전투 중'이다. 우리가 공격을 받아 46명이 전사했다. 아직 미결이다. 그러면 당연히 적의 책임부터 물어야지 아군부터 치고 보자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이적행위다. 합참의장이나 국방장관이 역적질을 했거나 내란을 일으켰거나 간첩질을 했다면 지금 당장 처벌해야지만 그들의 혐의는 어디까지나 직무태만 정도다. 그리고 한겨레신문 같은 경우 사설을 통해 왜 자꾸 남북대결을 조장하느냐고 정부를 공격하는데, 그건 적들에게 할 소리다. 피아를 구분 못하는 헛소리다. 한겨레신문의 피는 누구이고, 아는 누구란 말인가.
이런 기본 전제 하에 다음의 기사들을 읽어보면 얼마나 같잖은 세력들이 목소리를 키우는지 알아 볼 수 있다.
<또 안보장사? 왜 선거 코앞에서 천안함?/오마이뉴스> * 이게 5월 19일 오전 9시 30분 기사다. 내일 조사결과가 발표되는데 하루 앞서 이런 기사를 올리는 저의가 궁금하다. <적대적 남북 관계로 돌아가려는 이명박 정부/한겨레신문>
이러한 진보좌파언론의 집요한 물타기 기사에도 불구하고 보수우파언론들은 대체로 조용하다. 원래 뒷짐지고 있는 게 보수의 특징이긴 하다. 보수우파의 행동강령은 오직 하나 "침묵은 금이다"이다. 그러다 조선일보에서 칼럼으로 하나 나왔다.
조선일보와 한겨레, 오마이뉴스를 읽어보면 서로 당대방 기사에 대해 따지고 묻고 시비거는 기사가 참 많다. 이러면 이건 언론이 아니라 기관지다. 우리 언론은 국민을 향해 말해야 하는데, 저희들끼리 편을 갈라 싸운다. 하긴 드라마보면서 기사 쓰는 세상인데, 남 신문 보면서 기사 만드는 게 이상할 것도 없다. 2000년대 들어 남 방송 까고, 남 신문 까는 게 일상이 되었다.
내가 이렇게 천안함 문제를 적는 것은, 사회가 양극화되면, 그래서 그 격차가 커지면 언젠가는 터진다. 어느 쪽이 힘이 더 세질지 모른다. 그 세진 힘이 휘몰아쳐 약한 곳을 들이치는 게 태풍이다. 태풍 생성 원리가 그렇다. 해수 온도와 하늘 온도 차가 가장 크게 벌어질 때 태풍이 일어난다. 우리 사회는 좌우 인식차가 충분히 벌어져 있고, 이제 남은 건 태풍이 몰아칠 일밖에 없다. 좌파 우파간에 대화가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물리학적으로도 철학적으로도 불가피한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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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알타이하우스 원문보기 글쓴이: 알타이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