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12.07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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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기술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It’s the technology of the future, and always will be)”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현재의 기술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뛰어난 기술임은 분명하지만, 실제 구현하는 데는 너무 많은 돈이 든다거나 하는 장벽이 산재해서 상용화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경우 이렇게 말하곤 하지요.
자동차 업계에선 수소연료전지차에 이 말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습니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20일 LA 오토쇼에서 내년 초 현지에서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수소연료전지차를 일반에 판매하는 것은 사상 처음인데다, 보증금 2999달러에 월 499달러만 내면 되는 파격적인 프로그램까지 내놔 더 큰 화제가 됐습니다.
- 존 크라프칙 현대차미국법인 사장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각) LA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3 LA 국제 오토쇼'에서 "내년 초 업계 최초로 투싼ix 기반의 연료전지차를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생산비는 대당 1억원이 넘기 때문에, 월 499달러 리스 형태로 보급할 예정이다./AP
- 도요타자동차가 지난달 20일 도쿄모터쇼에서 공개한 연료전지 전용 콘셉트카 'FCV'./블룸버그
전기차 앞지르는 개발속도
수소연료전지차는 대기압의 수백 배에 달하는 압력으로 탱크에 저장한 수소를 산소와 반응시켜 이때 발생하는 전기의 힘으로 달리는 차입니다. 물을 전기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나오는 화학 원리를 거꾸로 이용한 것으로, 배기구에선 단지 미지근한 물만 똑똑 떨어지기 때문에, 탄소를 태워 필연적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전통의 가솔린·디젤차와 달리 ‘궁극의 친환경차’로 분류되지요.
<친환경차 구조, 어떻게 다른가>
전기차 역시 탄소배출량이 ‘제로(0)’인 친환경차가 맞지만 ①수소충전시간이 전기차용 배터리 충전시간보다 훨씬 짧고 ②한 번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전기차의 약 4배에 달하는데다 ③수소연료전지의 에너지 밀도가 리튬이온전지보다 훨씬 높다는 점 때문에 수소연료전지차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 지난 7월 뉴욕에서 스티븐 거스키 GM(제너럴모터스) 부회장과 이와무라 테츠오 혼다 미국법인 CEO가 수소연료전지차 신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협약식을 열고 손을 맞잡았다./블룸버그
현대차가 2008년 개발한 2세대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는 350기압으로 3.5㎏의 수소를 실을 수 있었다면, 2011년 내놓은 3세대 투싼ix 차에는 기존의 두 배인 700기압으로 수소 5.6㎏을 싣는 데 성공했습니다. 수소 충전량이 많아진 만큼, 주행거리도 370㎞에서 650㎞으로 늘어났고, 가솔린으로 환산한 연비도 27㎞/L에서 31㎞/L로 향상됐습니다.
아직은 대당 가격 1억원 넘어
내년 세계 최초로 수소연료전지차를 일반 고객에게 팔기 시작할 현대차는 1대당 가격이 우리 돈으로 5000만원 수준이면 경제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수소 1㎏으로 약 100㎞를 갈 수 있는데, ㎏당 가격이 5000~6000원 선이어서 가솔린차 대비 연료비 수준이 3분의 1인 셈이지요. 5000만원이면 동급 가솔린차보다 2배 가량 비싸지만, 연료비가 싸기 때문에 몇년 내에 비용을 뽑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 일본의 산업용가스 전문기업인 타이요니폰산소(Taiyo Nippon Sanso) 직원이 도요타가 개발중인 연료전지차에 수소가스를 충전하고 있다./블룸버그
충전소 건설비도 만만치 않습니다. 현재 전국에는 현대차 연구소와 공장 3곳 등 10여개가 있는데요, 한 곳 만드는 데 최소 10억원이 듭니다. 변전소처럼 생긴 대형 수소 압축시설의 안전성 문제 등 때문에 도심 한가운데 설치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고요. 전국적으로 이 차가 자유롭게 다니려면 LPG 충전소(2000여개) 만큼은 있어야 하는데, 이럴 경우 충전소를 짓는 데만 2조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2014년, 수소연료전지차 원년 될까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의회는 오는 2023년까지 100개의 수소 충전소를 추가로 짓는 데 예산 2억 달러를 배정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인프라가 약속되자, 각 자동차 업체들도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미 테슬라 모델S와 닛산 리프, GM 볼트 같은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판매된 캘리포니아는 다음 친환경차 주자의 테스트베드로도 자리매김할 분위기입니다.
2020년에도 전기차와 연료전지차 같은 친환경차 판매는 전체의 10%에도 훨씬 못 미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탄소연료가 아닌 수소+산소 화학반응으로 얻은 에너지로 달리는 전혀 새로운 차의 등장은 2020년이 아닌 2050년의 모습을 상상하게 합니다. 캘리포니아주는 환경규제를 강화해, 2050년에는 전체 판매 차량의 10대 중 5대를 수소연료전지차가 차지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내년 현대차 투싼ix의 일반 판매를 시작으로 앞으로 친환경차 주도권 경쟁이 어떤 구도로 전개될지, 독자 여러분과 함께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