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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논다!
내린천 상류 비경마다 야생의 숨소리 들릴듯
폭포 거스르는 열목어떼 '경외감'
물고기가 워낙 많았다. 그래서 마실 물을 뜰 때에는 먼저 손으로 휘저어 물고기를 쫓은 뒤에 재빨리 바가지를 넣었다 빼야 했다. 내린천 사람들의 자랑이다. 좀 허풍스럽게 들리기도 하지만 내린천은 지금도
강원도 산록을 흐르는 맑고 풍요로운 물줄기다. 강 이름도 예쁘다. 뭔가 사연이 있을 것도 같고….
그런데 아주 단순한 이름이다. 강원 홍천군 내면과 인제군 기린면에서 발원한다고 해 양쪽 지명에서 한글자씩 따왔다. 강이 시작되는 곳의 물은 얼마나 맑을까? 거슬러 올라간다. 내린천 상류 여행은 과거에는 오지 트레킹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으로 나왔다. 맑은 물은 물론 아름다운 폭포도 많다.
홍천군 내면
홍천군 내면은 완전히 산중마을이다. 오대산, 황병산, 회령봉 등
1,000㎙가 훨씬 넘는 고봉들로 둘러싸여 있다. 오죽하면 마을 이름이
내(內)면일까. 면을 관통하는 국도 56호선이 비포장이었을 때만 해도
바깥 사람들은 그 곳에 사람이 사는지조차 궁금해 할 정도였고,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이어서 겨울에는 몇 개월씩 고립되기 일쑤였다. 물론
이제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내린천의 홍천쪽 상류는 내면의 끄트머리, 오대산 자락에서 시작한다. 미세한 여러 가닥의 물줄기가 모여 그런대로 하천의 모습을 띠는
곳이 칡소폭포 인근이다. 칡소계곡이라고도 불린다. 칡소폭포는 7개의 소를 만들며 흐른다고 해서 원래의 이름은 칠소(七沼)폭포였다. 큰
길에서 아주 가깝다. 약 30㎙. 가장 쉽게 구경할 수 있는 작은 폭포다.
규모는 작지만 이 폭포에는 자랑거리가 있다. 바로 열목어(熱目魚)다.
열목어는 연어과에 속하는 민물고기로 맑고 차가운 물에서만 산다.
눈에 열이 많아 더운 물에서는 눈이 터져 살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강원 정선 정암사내의 열목어와 경북 봉화 백천계곡의 열목어는
각각 천연기념물 73호와 74호로 지정되어 있다. 큰 것은 1㎙가 되는
것도 있고, 쥐도 잡아먹는다고 한다.
맑은 날 아침, 운이 좋으면 열목어를 구경할 수 있다. 그냥 물 속에서
노는 모습을 보는 것만도 황홀하다. 그런데 물을 차고 폭포를 거슬러
오른다. 폭포의 물소리를 이기고 그 퍼덕거림이 귀에도 와 닿는다. 건강한 자연이 용출하는 강한 에너지를 느낀다. 가슴이 뭉클할 정도이다.
칡소폭포에서 모인 물은 어떻게 병풍 같은 산을 빠져 흐를까. 골짜기만을 따라 산을 휘휘 돌아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물은 심한 곡류천을
이루며 인제군 상남면으로 들어간다. 이 곡류천을 미산계곡이라고 한다. 이름 그대로 아름다운 산에 둘러싸인 계곡이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오지 중 오지였으나 내면과 상남면을 잇는 446번 지방도로의 포장공사가 지난 해 완료되면서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게 됐다. 계곡이
길다. 30리가 넘는다. 울창한 숲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른다.
불과 1년 사이에 미산계곡을 끼고 있는 마을들이 모습을 확 바꿨다.
민박을 치기 위해 거의 대부분 가옥이 펜션 풍으로 주택 개량을 했다.
아마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민박촌일 것이다. 저마다 개성이 강해
조화를 못 이루는 것이 흠이긴 하지만.
인제군 기린면
미산계곡을 흐르던 물은 인제군 기린면 현리에서 다른 큰 물과 만난다. 내린천의 한 지류인 방태천이다. 방태천은 긴 물줄기다. 계속 상류로 거슬러 오르면 설악산의 한 줄기인 점봉산에 이른다. 점봉산에서도 야생화가 지천으로 널려있는 곰배령이다. 야생화 보호를 위해 요즘에는 입산을 금지한다. 점봉산에서 방태천의 중간 지점인 방동리까지는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이제는 제법 유명하게 된 진동계곡이다.
진동계곡은 눈이 많기로 유명한 설피마을, 바람이 강해 소가 날아갈
정도라는 쇠나드리벌판을 지나 기괴하게 몸을 비틀며 흐른다. 말이
필요없는 맑은 물이다. 열목어는 물론 쉬리, 모래무지, 꺽지 등 민물
어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물길의 한쪽은 찻길이 나 있지만 반대편은 무성한 숲이다. 자리를 펴고 누워있으면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찬
물기운이 숲으로 번져 한여름에도 몸에 소름이 돋는다.
방태천은 지류가 많다. 아침가리골, 적가리골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정감록에 기록된 피난처이다. 그만큼 접근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아침가리골은 여전히 접근이 어렵다. 계곡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만이 삼삼오오 골짜기로 들어갈 뿐이다. 대신 적가리골은 포장도로가
생겨 쉽게 구경할 수 있다. 근처의 방동약수가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적가리골은 방태천의 남쪽 산자락인 방태산에서 흘러린뇩?산의 경사 때문에 급하게 흐른다. 그래서 폭포가 많다. 아주 아름다운 폭포가
있다. 이름도 특이하다. 이폭포저폭포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중으로 떨어지는 폭포다. 위에 있는 것이 이폭포, 아래의 것이 저폭포다.
잦은 비 덕분에 계곡물이 많이 불었다. 폭포는 평소에 섬세한 아름다움을 자랑하지만 지금은 제법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사진 = 왕태석기자
/홍천ㆍ인제=글 권오현기자 koh@hk.co.kr
폭포를 차고 오르는 열목어.
맑은 강 내린천을 계속 거슬러 오르면 건강한 자연이 품고 있는 비경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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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 내면의 칡소폭포. 하단의 큰 소(沼)는 물이 깊고 맑아 민물 스쿠버 다이빙의 명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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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 적가리골의 이폭포저폭포. 내린천이 품은 비경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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