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회 산행일지 : 구름속의 천상화원
(경북 영주시 소백산)
일시 : 2011년 9월 17(토)
날씨 : 흐림, 약간 비
지난 여름 유난히 비가 많았고 기온이 낮았던 일들을 자연이 벌충이나 하려는 듯 9월 들어서는 기온도 높고 날씨도 맑다.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열린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지방 도시라는 등의 여러 염려와 한국의 노메달은 예상했던 바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한국선수의 기록이 좋지 않았으나 비교적 잘 끝이 났다.
나도 두 번이나 가족과 함께 직접 관람하였는데 관중도 많고 경기도 생각보다는 박진감 있고 볼거리도 많았다.
100m 기록 보유자인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는 역시 톱스타의 기질은 물론 실력도 짱짱했다.
더욱 다행이었던 것은 육상대회 기간 내내 날씨가 도와주었다는 것이다. 폐회식 다음 날 곧바로 참았던 비가 내렸으니 말이다.
주중의 일기예보에 따르면 산행일인 오늘도 비가 예상되었지만 미리 약속한 대로 정시에 모였다.
안동휴게소에 들렀는데 커피가 비싸 통감자로 간식을 하곤 풍기 IC에 내려 소수서원을 향하다가 좌측의 초암사 입구로 들어선다.
푸르고, 노랗고, 붉은, 그리고 편안한 가을의 모습이 진하게 다가온다.
손에 닿을 듯 익어가는 사과가 무척 탐스럽다.
죽계구곡을 따라 올라 초암사 근처에 이르면 길가 군데군데 주차공간이 많이 있다.
초암사 전 100m 지점에 주차를 한 곳은 어린 낙엽송들이 푸르게 힘을 올리고, 맑고 많은 물들이 마치 박지원이 들었던 열하일기에서의 소리처럼 왁자하게 앞 다투어 흘러내리고 있다.
10시 20분, 포장된 도로를 따라 초암사로 드니 행사가 있는 듯 경내에 차량이 많다.
소백산 자락길이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되었음을 알리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경내를 벗어나 산으로 들어 300여미터를 가면 좌측으로는 비로사로 향하는 자락길이고 국망봉은 직진 방향으로 4.1km의 삼거리를 만난다.
오늘 산행은 이곳에서 직진하여 국망봉-비로봉-비로사-초암사에 이르는 약 14km 거리의 직사각형 형태의 원점회기형 산행을 예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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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따라 비교적 평탄한 길이 죽 이어진다.
날씨가 어두워 오더니 빗방울이 조금씩 듣는다.
한 무리의 중년들이 ‘위쪽에 비가 많이 와서 돼지바위까지도 못가서 내려 온다‘며 지나친다.
계곡이 끝이 나고 우측으로 경사가 급해지자 하산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모두들 비를 많이 맞은 모습이다.
질척거리는 길은 경사도 급해 거친 숨과 땀을 토하게 한다.
석륜암 절터였다는 풀 섶 우거진 공터 뒤, 봉황의 형상이라는 봉바위가 제법 크다.
이 부위에서는 물이 많은데 안내에 의하면 봉바위 아래 샘이 있다고 한다.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돼지바위에 이르기까지 작은 물의 흐름이 있고 바위 아래로 물 흐르는 소리가 제법 크다.
돼지바위는 정말 이름에 닮았다. 특히 자식에 대한 소원이 신통하며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그런지 돼지는 안개 속에서 흐뭇하게 웃고 있다.
여기서부터 능선까지의 약 5-600미터는 계단의 연속이다.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숨이 넘어갈듯 하게 되면 소백의 주능선 위를 지나는 바람과 들꽃들을 만날 수 있다. 정말 힘든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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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망봉은 우측으로 약 300미터에 있으나 구름에 쌓여 2, 30미터 앞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발 주변의 흰, 연보란, 노란, 주황의 들꽃들이 깨끗하고, 예쁘고, 정겹다.
國望峰, 신라왕조의 마지막 56대 경순왕의 피붙이인 마의태자와 덕주공주는 경주로부터 북행하여 공주는 월악산 덕주사에서, 그리고 태자는 신라 회복에 실패하고 금강산에서 생을 정리하게 된다.
공주의 흔적은 덕주사와 마애불에서 찾을 수 있으며 태자는 금강산으로 향하던 중 이곳 소백산에서 경부를 바라보며 눈물지었다는 곳이 이곳 국망봉이다.
그러니 국망봉의 나라는 다름 아닌 신라를 의미하는 셈이다.
공주와 태자가 함께 길을 나섰다가 월악산 부근에서 이별하였는지, 외로운 각자의 걸음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들의 고단한 삶의 흔적들과 눈물이 뿌려져 있던 곳이다.
국망봉 표지석은 밝은 화강암으로 큰 바위 앞 상석처럼 흰빛으로 서 있다.
주위에 산꾼들이 있어 기단석에 앉아 모처럼 넷이서 기념샷을 남긴다.
정상 바위 뒤편에 자리를 잡고 점심식사를 준비하는데 바람이 차다.
커피까지 마시고 백두대간을 따라 서쪽으로 3.1km 거리의 비로봉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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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내리막 숲에 접어들면 능선의 풀과 꽃들과는 잠시 이별이다.
다시 이들과 맞추칠 즈음이면 어의곡 탐방지원센터 방면에서 올라오는 삼거리를 만나고 목책으로 잘 놓여진 등산로를 따라 완만한 언덕을 오르며 들꽃들을 보고 감상에 잠기면 곧 비로봉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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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은 소백산의 정상으로 국망봉의 1,420 미터 보다는 조금 더 높은 해발 1,439m이다.
돌무더기와 함께 충청북도의 자그마한 정상석,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는 경북 영주시에서 세운 큰 정상석이 함께 있다.
영주시의 정상석 뒤편에는 조선시대의 문장가 서거정이 쓴 ‘小白山’의 칠언절구가 새겨져 있다.
서거정(1420-1488)은 세종조에 출사하여 성종에 이르기까지 여섯 왕의 시기에 걸쳐 벼슬을 하였고 대구십경을 남겨 최근 대구시에서는 이를 관광상품화 하고 있다.
비로사와 삼가주차장 방면으로의 하산길은 곧바로 경사가 급하다.
조금 내려서면 30해를 살다간 조광래 조난 추모비가 자연석 돌무덤과 함께 작게 서 있다.
청송 주왕산에서 사고가 난 듯 한데 비석에는 ‘청송중앙산’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라디오 소리가 듣기 싫어 뒤로 쳐졌다가 비로사 가기 전 좌측으로 초암사 방향의 자락길로 접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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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초암사는 3.0km이다.
짧은 언덕을 올라서면 산골민박집이 있고 막걸리와 간식을 판다.
둘레길 형태가 자리를 잡으면서 이러한 주막이나 쉼터가 최근에 많이 생겨났다.
학교종이 달렸는데 이름하여 ‘자유의 종’이라기에 한번 쳤더니 산골짝에 소음으로 들려 화들짝 놀랐다.
길 양옆을 가득 메운 억새와 고마리, 물봉선 등 보통의 거저 그런 우리 풀과 꽃들이 너무 예쁘다.
다시 언덕을 올라서니 즐거운 모습으로 쉼터에 있던 50대의 아주머니들이 사탕을 건넨다.
이제부터는 내리막인데 곧 물길이 생기고 물길은 폭과 깊이, 물소리를 더한다.
간혹 산속에 묻혀 사는 이들의 아늑한 집과 노동의 손길이 묻어나는 菜田이 있다.
소백산 자락길의 이 구간은 정말 환상적이다.
계곡에 들어 발을 씻고 청죽은 등목을 한다. 계곡이라 여섯시 전이지만 어둠이 서서히 내리기에 다시 길을 재촉하여 삼거리를 만나기 전 비로봉 부근에서 본 가족들이 “비로사가 얼마나 걸리냐”며 자락길로 들어선다.
그들은 우리와 반대방향으로 돌았던 모양이다.
오는 길에 기어이 사과 두어 알을 땃다.
순흥 시장옆 전통묵집은 묵밥 한가지메뉴만 있는 식당인데도 어린이가 있는 가족에서부터 중년, 노년까지 사람들이 많다.
묵밥이 나오기 전 매송이 씻어온 그 사과는 아직 맛이 덜 들었다.
6천원하는 묵밥을 맛있게 먹고는 어둠을 달려 집으로 돌아오다.
登?苦?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