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은 춘설에 여미고
시계종주 산행기
일 시 : 2007년 3월 10일 09시55분 - 15시40분(5시간45분)
종주구간 : 삼성에버빌APT - 은점치
참여인원 : 10명
한동안 가게 수리 때문에 몸이 피곤하고 어제 시멘트작업으로 인하여 오늘은
시계종주에 나서기로 하고 가만히 도망치듯이 집을 나선다.
모처럼 나서는 산행길이지만 아무래도 몸 상태로 보아 오늘은 힘들 것 같은
예감이 들지만 그래도 산은 내게 있어 청량제고 원기회복 활성제니까....
문경특수렉카 마당에 종주대원 열 명이 만나 삼성 에버빌 쪽으로 이동한다.

09시55분 단체 증명사진을 시작으로 이내 산으로 길을 잡아 나선다.
진행방향 좌측으로는 상주시 함창읍이고 우측으로는 문경시 모전동으로서
택지개발로 깎아질러 벼랑 끝으로 가는 느낌이다.
양지바른 산소에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할미꽃이 봄을 알리는 전령사로
산객들을 맞이하고 찔레나무 잎들이 꽃샘추위가 무색할 정도로 파랗게 싹을 내민다.

매봉산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시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정상에 오르자 많은 시민들이 운동에 여념이 없다.
시내 근처에 이런 등산로를 갖춘 산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하지만 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한낱 산에 불과 하겠지만.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와는 달리 날씨는 따뜻하여 기어코 윗옷을 벗겨 버린다.
매봉산을 지나 양지바른 묘지에서 중간치기를 하는데 와우~
웬 홍어안주... 인절미에다 딸기에다... 즉석에서 오미자주를 만들어 알파인
스타일로 잔을 돌린다.

11시07분 시원하게 뚫린 4차로 외곽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어 멀리 지하도로 우회하여 돌아 산으로 들어 작은 능선에 올라서자 불어오는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은 훔쳐가 버리고 우리는 있는 듯 없는 듯 나있는 작은 산길을 따라
쌓인 낙엽을 밟으며 생강나무의 노오란 꽃들과 부지런히 촉을 튀우는 나무들과
쉴 새 없이 수다를 떨며 작은 봉우리들을 넘고 또 넘는다.

무심코 걷노라니 영지버섯이 발목을 잡는다.
산행을 하노라면 가끔씩 눈에 띄지만 여간해서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12시40분 바람은 갈수록 사나워지고 웬지 오후엔 심술을 많이 부릴 것 같은
예감이 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사나운 바람을 피해 오찬상을 차리는데 오늘
주메뉴는 비지장찌개란다.
반주로는 빠알갛게 잘 우러난 오미자주가 일품으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아가고
술잔에 하나 가득 따라서 알파인스타일로 잔을 돌린다.


점심식사가 끝나자 번개 같은 솜씨로 흔적하나 남기지 않고 전장처리를 마무리하고
또다시 산길을 잡아 나서는데 성미 급한 진달래가 꽃을 피우다가 그 넘의 꽃샘추위에
그만 동사하고 말아 산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수정봉을 지나자 잘 정비되어 있는 임도가 나타나고 폐타이어로 방호벽을 만들어
자원 재활용의 진수를 보는 것 같다.
임도를 따라 한참을 오르자 멀리 팔각정이 보이는데 신년 해맞이 행사 장소로 많이
이용된다 한다.
아무래도 바람이 심상치 않다 여기는데 빗방울을 뿌려대기 시작하고 모두들 윈드자켓을
꺼내 입고 만반의 태세를 갖춘다.

15시00분 이번 구간에서 가장 높다는 새봉(639.8m)이다.
언제 만들었는지 나무를 베어 만든 벤치가 썩어 흔적만 남기고 있고 주위는 광산으로
인해 함몰된 곳이 참호 진지를 연상케 한다.
언제 누가 쌓았는지 돌탑만이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 오가지 않는 산객들을 기다리는
주모마냥 비바람을 맞고 서 있다.

변화무쌍한 날씨는 빗방울에서 금새 싸라기눈으로 바꿔 얼굴을 때리고 급경사
내리막길을 미끄러지면서 내려서자 이번에는 함박눈으로 변해 우리를 괴롭힌다.
세찬 바람에 떠밀려 잠시 대피하면서 여기서 바로 임도를 타고 하산 할 것인가
예정대로 조금 더 가서 은점치에서 하산 할 것인가 의견이 분분하지만 예정대로
은점치에서 하산키로 하고 거친 눈보라 속으로 파고든다.

15시40분 은점치에 도착하고
기념촬영을 끝으로 다음 주를 기약하고 하산을 서두른다.
함박눈을 사정없이 맞으며 가은읍 저음리(일명 돈마름, 돌마래미) 마을로 내려서니
아뿔싸 여기는 시내버스가 하루에 한 번, 그것도 아침에 들어 왔다 나가면 그것이
끝이란다.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 정원석 이사가 아는 분을 불러 차를 얻어 탔는데 차가 말썽이라
다시 가은에 있는 민병창 회원의 트럭을 불러 타고 구랑리로 달리는데 가관이다.

근데 구랑리 매운탕집에 도착하니 거짓말같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눈과 바람이
딱 그치는 게 아닌가...
이거야 원...
하여튼 뒷풀이는 민물 매운탕과 소맥으로 쩝쩝쩝....
시내버스까지 타고... 이번 구간은 사계절을 다 겪은 산행에다 즐거운 추억까지
한아름 안고 끄~~~~읕
http://cafe.daum.net/saejaekr
첫댓글 같은날 지도 비슷한 경험 하고 왔답니다~ 산행은 언제나 즐겁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