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다르면 같은 한자말일지라도 그 나라의 풍속이나 습관에 따라서 조금씩 바뀌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애인'(愛人)이란 말은, 한국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중국에서는 `부인'을 의미하며, 일본에서는 아이진(愛人)이라 하여 `불륜 관계에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
또 우리는 `애인이나 연인'을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데, 일본어의 `애인'과 `연인'은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즉, 연인은 `고이비토(戀人)'라고 해서 `마음으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말하고, 애인은 `남에게 알려지면 곤란한 관계의 사람' 으로, 즉 불륜 상대를 의미한다.
`팔방미인'(八方美人)이란 말도, 한국에서는 `무엇이나 다 잘하는 유능한 사람'인데, 중국에서는 사방 팔방에서 온 미인 즉, `여러 곳에서 온 미인'을 가리키며, 일본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란 말로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용'(龍)의 그림을 보아도 중국은 발톱이 5개, 한국은 4개, 일본은 3개이며, `젓가락'(箸)의 길이도 중국, 한국, 일본의 순이다.
속담의 표현도 한국과 일본은 제각기 다른 특징을 갖고 있는데, 예를 들면, 우리말의 `큰 코 다친다'는 일본어로는 `다이헨나 메니 아우'(大變な目に遭う)로 직역하면 `큰 눈과 만난다'이고, 나쁜 일에서 `손을 씻는다'는 `아시오 아라우'(足を洗う)로 `발을 씻는다'가 된다.
또 `발이 넓다'는 `가오가 히로이'(顔が廣い)로 `얼굴이 넓다'가 되고, `손바닥 보듯이'는 `데니 토루요오니'(手に取るように)로 `손에 잡히듯이'라는 말이다.
`피나는 노력'은 `피가 스며 나오는 노력'이란 뜻의 `지노 니지무 도려쿠'(血のにじむ努力)가 되며, `넘어지면 코 닿을 데'는 `메또 하나노 사키'(目と鼻の先)로 `눈과 코 사이'라는 말이다.
또, 은행에서 `돈을 찾는다'는 `가네오 오로스'(金を下ろす)로 `돈을 내린다'라고 하며, 이런 예는 아주 많다. 이렇듯 나라가 다르면 모든 것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지구촌 시대를 사는 우들의 행복한 마음가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