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Pha Lina / Phnom Penh Post) 훈센(좌측) 총리와 그 부인인 분 라니(우측) 캄보디아 적십자사 총재가 2011년 프놈펜에서 열린 한 고위직 승려의 추존 행사에서 성수 세례 공양을 올리고 있다.
기사작성 : David Boyle 및 May Titthara
캄보디아 전역에는 53,257명의 불교 승려들이 있다. 그리고 훈센(Hun Sen) 총리는 지난 두달 동안의 기간 중 많은 시간을 가능한한 더 많은 스님들과 접촉하기 위해 노력했다.
훈센 총리는 공개적인 방송 연설을 통해 반복적으로 스님들을 칭송하는 말을 쏟아냈다. 그는 자신의 집권 '캄보디아 인민당'(CPP)이 파고다(=사찰) 건립 사업들에 수많은 거금을 기부했다면서, 여당은 앞으로도 그러한 입장을 견지할 것이라 다짐하면서, 가능한한 많은 수의 사찰 준공식들에 직접 참석하려 노력했다.
훈센 총리는 사찰 준공식들에 참석할 때마다 암묵적이든 명시적이든 한가지 사항을 상기시켰다. 그것은 바로 승려들이 익숙해진 삶의 질을 재정적으로 지지해줄 정당은 오직 집권당 뿐이라는 이야기였다. 훈센 총리는 지난 4월 한 파고다 낙성식에 참석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직 집권 CPP 당원들만이 이 나라 파고다들의 발전을 위해 거액의 지원을 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야당)이 불교 스님들은 오직 여당에만 투표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개적인 자선과 우호적 태도를 보임으로써 형성된 협조적 관계를 통해, 파고다들은 더욱 더 신중한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승려들이 자신들의 언행을 더욱 주의하게 되는 공간으로 변했다.
(동영상: 캄보디아 국영TV) 훈센 총리가 2013년 5월 11일 꺼뽕 츠낭 도에서 진행된 한 사찰의 낙성식에 참석해 연설하는 모습. 이 동영상의 마지막 10분 가량은 전반적인 행사 모습을 뉴스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고위 측근들의 환송 속에서 헬기에 오르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집권 CPP는 지난 수십년간의 집권기간을 통해, 어떻게 하면 승려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지를 배웠다. 반대의 목소리를 축출하고, [종교적] 후원을 매수했고, 친정부 성향의 인사들을 '승단의 지도부'에 앉혔다.
오늘날 캄보디아에서 많은 이들이 아직도 이성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여길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압도적으로 집권당을 괴롭히는 말을 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사찰들에서, 그들은 대화의 주제까지 감시하고 엄격하게 통제한다.
정치평론가인 찌어 완낫(Chea Vannath) 씨는 본지와의 회견에서, 심지어는 붓다(Buddha: 부처) 자신이 말했던 내용을 포함하여, 일부 주제들은 캄보디아의 종교적 설법(=설교)에서 현재 실질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심지어 부처님도 항상 사회 정의를 설법했다. 그런데 심지어는 부처님이 말씀하셨던 내용조차 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사회 정의를 바라고 사회적 평등을 바란다'는 말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님들이 부처님이 말씀하셨던 내용조차 따라서 말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어떤 승려가 설법 시간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법문을 펼치면, 그것은 타인에 의해 인지된다. 그리고나서 쫒겨나던가, 아니면 승단 내에서 고립된다. 즉, 메세지를 전달할 수단 자체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찌어 완낫 씨는 이러한 현상과 반대로 다음과 같은 내용에는 동의했다. 즉, [승단이나 불교 내에서] 정치적 본성을 지닌 주제가 이야기될 경우엔, 그 내용이 언제나 집권 CPP에 우호적인 내용으로만 제한된다는 것이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러한 점은 승단 위계질서의 최상층부, 즉 뗍 웡(Tep Vong, 텝봉) 대[大]-종사 승왕 자신부터 그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02년, 뗍 웡 승왕은 당시 머하니꺼이 종단(Maha Nikaya)의 프놈펜의 '왓 오날롬'(Wat Ounaloum) 파고다 주지도 겸직하고 있었다. 그는 이듬해에 있을 국회의원 총선에서 승려들은 투표를 해서 안 된다는 명령을 내렸는데, 이에 많은 승려들이 분노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총선 시기에 그의 명령은 모습을 약간 바꿨다. 그는 승려들이 정치적 집회장소나 시위장소에 나타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다.
(자료사진) 캄보디아 불교의 최고위 승려인 뗍 웡 대-승왕. 그는 1979년 베트남 점령 하의 캄보디아에서, 베트남 관리의 감독 하에 승단 고위직에 임명된 7인의 승려들 중 한명이다. 베트남 불교는 중국을 통해 전래된 북방 대승불교의 전통이고, 캄보디아는 남방 상좌부 불교(=소승불교) 전통이다. [크세]
많은 수의 캄보디아 승려들은 승단이 정파주의적 정치에서 완벽히 물러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재의 승단 내에서도 그러한 정치에서의 분리에 관해 이야기하는 승려들이 소수지만 존재한다. 과거 성직자들의 정치적 역할에 관해 본지와 회견을 가졌던 승려들은 자신들이 그러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일을 불편하게 느낀다든지, 혹은 관련 지식이 없다면서 정중하게 말하곤 했다.
익명을 요구하면서 본지에 글을 보낸 한 전직 승려는 자신이 과거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면서, 지도부의 노선을 따라야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그렇다. 나는 이전 선거들에게 투표했다. 나는 집권 CPP에 투표했는데, 위협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주지스님의 명령에 따라 여당을 찍었다."
이 전직 승려는 파고다 내에 정파주의적 정치가 침투해 있다면서, 지도적인 승려들이 불교의 목표인 '중도'(middle path, 中道)에서 벗어났으며 종교(=불교)의 명성을 실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일부 스님들은 정말로 정치인처럼 연설한다. 하지만 그런 연설을 좋아하지 않는 스님들은 그런 연설이 자신들에 대한 압력처럼 느낀다. 왜냐하면 정치인들은 단지 사람들에게서 이익만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국익을 생각하지 않는다."
캄보디아의 승려들에게 부과되는 "압력"은 단순히 연설을 통해서만 이뤄지진 않는다.
논란의 1998년 총선이 끝난 직후, 이 선거결과에 항의하는 시위 지도부에는 스님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선거는 그보다 일년 전에 집권 CPP가 일으킨 '1997년의 유혈 쿠테타'에서 초법적 처형 등 일련의 유혈사태 이후에 치뤄진 선거였다.
경찰은 부정선거에 항의하여 평화롭게 거리행진을 벌이던 60여명의 승려들에게 발포했다. '아시아 인권위원회'(Asian Human Rights Commission: AHRC)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승려 1명과 시민 1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위키리크스'(WikiLeaks)가 폭로한] 당시 '주캄 미국대사관' 전문에 따르면, 그해 말에 승려 4명이 "[총선 이후] 정치적 동기로 행방불명된 이들" 53명의 명단에 포함됐다.
뗍 웡 승왕이 스님들의 투표 참여를 금지한 이후인 2003년, '왓 란까'(Wat Lanka) 파고다의 주지였던 삼 분토은(Sam Bunthoeun) 스님이 사찰 바깥에서 총기 공격을 받고 살해당했다. 이 사건은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누설된 '주캄 미국대사관'의 2006년 12월자 외교 전문을 보면, 조셉 무소멜리(Joseph Mussomeli) 대사는 삼 분토은 스님이 사망 직전에 "승려들에게 뗍 웡 승왕의 명령을 거부하고 유권자 등록을 하도록 장려했다"고 지적했다. 무소멜리 대사는 또한 "캄보디아 불교의 최근 역사에서 일부 승려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지도자나 종교적 지도자들과 몇 차례 충돌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오늘날 삼 분토은 스님의 시신은 '왓 우덩'(Wat Oudong) 사찰에 있는 반투명 냉동고 속에 안치되어 있다. 이 사찰의 승려들은 타인들이 분토은 스님의 업적을 기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보존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의 승려들은 분토은 스님이 캄보디아 불교의 명상전통, 즉 '위빠사나 두라'(Vipassanadhura)를 선양한 일에 관해서만 말할 뿐, 다른 일에 관해선 언급하길 주저했다. 일부 승려들은 자신들이 언론과 인터뷰할 권한이 없다는 단순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뗍 웡 대-승왕은 승려들이 공개적으로 논의해선 안 되는 주제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지난 2006년 그는 승려들의 투표 금지 명령을 철회한 후, 승려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피플 파워'(people power)로 유도될 수도 있는 정당 연대에 참여해선 안 된다."
그리고 나서 그는 스님들에게 크메르루주(Khmer Rouge) 정권으로부터 나라를 구한 집권 CPP의 지도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라고 촉구했다.
뗍 웡 대승왕 그 자신은 정치와 무관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현재의 집권 CPP의 전신인 '캄푸치아 인민공화국'(PRK)이 출범한 초기인 1981년에 '국가위원회'(=국회) 부의장으로 임명됐던 사람이다. 그는 같은 해에 캄보디아 불교의 가장 주류적 종단인 '머하니꺼이' 종단 승왕이 되었다. 그리고 2006년에는 캄보디아 불교 역사에서 150년만에 '대종사' 지위로 추존되면서 모든 승려들 중 최고위 승려가 되었다. 훈센 총리는 당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러한 지위는 이전에 존재했던 것으로서, 이러한 지위로의 추존이 이면의 목적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들을 분명하게 일축하는 것이다."
그리고 몇 달 후, '총리 경호부대'(PMBU 혹은 BHQ) 사령관인 힝 분 히엉(Hing Bun Heang) 대장이 새롭게 구성된 '승려회의'(Monk Assembly)의 최고 자문위원에 위촉됐다. '승려회의'는 불교 내 분쟁 해결을 위한 일종의 종교 법원이다. 2006년에 작성된 미 대사관 전문에서 무소멜리 당시 대사는 다음과 같이 본국에 보고하고 있다.
"[힝 분 히엉이] 승려로서 수계를 받았었다든지 혹은 승려 생활을 했었다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 힝 분 히엉이 불교계에 동참한 것은 불편한 마음을 갖게 만든다. 우리(=주캄 미 대사관)는 집권 CPP가 캄보디아 내 다른 국가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캄보디아 불교의 주류 종단 내에서 정치적 동요가 일어날 가능성을 확실하게 통제하려 한다고 보는 여러 소식통들의 견해에 동의한다."
집권당의 전술은 영리한 것이다. 캄보디아 내에는 4,500곳의 파고다들이 있고, 이러한 사찰들은 '마을 공동체의 중핵을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캄보디아 인구의 95%가 불교도이다. 정치인에게 있어서 이러한 방식으로 주민들에게 접근하면, 해당 지역의 집권당원이나 관리들이 얼마나 많은 과오를 저질렀는가와 상관없이, 윤리적 순수함의 허울을 걸친 상태에서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정치평론가이기도 한 손 소우벳(Son Soubert) '인권당'(HRP) 총재는 집권당의 이러한 전술을 "천벌을 받을 짓"(sinful act)이라 부르면서, 설령 승려들이 [정치적 개입을] 싫어한다고 할지라도 이미 그러한 일 자체가 승려들을 정치적 영역으로 몰아넣는 일이라고 말했다. 손 소우벳 총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은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데, 정치적 영역이 종교적 영역으로부터 어떤 이익을 취하려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특히 농촌지역에서 승려들은 여전히 대부분의 시기에 도덕적 특권과 사회적 특권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당] 정치인들이 그 점을 알고 있는 것이다."
"[훈센 총리가] 사찰 낙성식을 갖는다는 것은 [종교적으로] 공덕을 짓는 일이다. 그가 그런 일을 한다면, 설령 누군가 그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런 일을 [하지말라고] 거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영국 '컴브리아 대학'(University of Cumbria)의 불교학 전문가인 이안 해리스(Ian Harris) 교수는 2001년에 발표한 논문 <캄보디아 불교 승단의 조직화>(Buddhist Sangha Groupings in Cambodia)에서, 집권 CPP가 '관리위원회'를 임명함으로써 사찰들이 당의 노선을 따르도록 만드는 새로운 방식에 관한 개요를 정리한 바 있다. 해리스 교수는 이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각각의 승원(monastery: 사찰)에는 '아짜'(achar)로 불리는 재가신자가 다수를 구성하는 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아짜' 중 많은 이들은 전직 승려 출신이다. '캄푸치아 인민공화국'(PRK) 초기에 이러한 하급 관리들은 특히 승원으로 들어오는 보시금(=기부금)의 일정 부분이 병원, 도로, 학교 등 사회적으로 유용한 목적으로 전용되는 것을 보장하는 역할을 했다."
"최근에는 이들이 [정치적] 반대자들을 옥죄는 데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집권당에 편향적인 인사들이 이러한 위원으로 위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더욱 그러하다."
<캄보디아 정당법> 제15조는 정당들이 종교 기구 내에 자신들의 하부 조직을 구성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1998년의 격동의 날들 이후로 현재까지, 극소수의 승려들이 사회적 불공정에 관해 용감하게 발언했다. 하지만 그들은 체탈도첩(=강제환속)의 위협을 당하거나 파고다 출입을 금지당했다.
아마도 그러한 점에 관해 암살당한 삼 분토은 스님의 제자 중 한명인 루온 소왓(Luon Sovath) 스님만큼 분명하게 발언한 승려도 없을 것이다. 이 저명한 승려는 종종 당국에 맞서면서 인권침해의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축적하는 데 수년의 시간을 보냈다. 2011년 루온 소왓 스님이 토지분규 철거민들의 항의집회에 참석한 후, '머하니꺼이' 종단의 논 응웻(Ngon Nget) 승왕은 루온 소왓 스님에게 프놈펜(Phnom Penh) 및 시엠립(Siem Reap)에서 '사찰 출입을 금지'시켰다.
(사진: Sam Rith / Phnom Penh Post) 캄보디아 최대 종단인 '머하니꺼이' 종단의 논 응웻 승왕이 2012년 8월 25일 지병 치료를 받기 위해 싱가포르로 출국하고 있다.
루온 소왓 스님은 오늘날의 캄보디아 승려들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관해서 자신의 도반(=친구 승려)과는 조용하게 속삭이기도 하지만, 파고다 내에서는 감히 발언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만일 그런 발언을 하면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2011년의 철거민 분규 와중에서 '왓 오날롬'에 기거하던 대학생 11명과 승려 5명은 루온 소왓 스님과 다시금 접촉할 경우 '절에서 쫒겨날 것이란 위협'을 당한 바 있다.
따라서 하나의 특정한 정당의 의제를 손상시킬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들에 관해, 감히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승려들이 거의 없다는 것은 전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정치평론가 찌어 완낫 씨는 본지와의 회견에서, 그들(=집권당원)의 수가 비록 수십만명에 지나지 않지만 그들이 수백만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점이 고도로 가치있는 정치적 자산의 일부가 되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집권 CPP가 [이번 총선과 관련하여] 어떤 것도 간과하지 않도록 하는 데 매우 열심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종교(=불교)에 관해선 더욱 그러하다. 그들은 모든 게 잘 준비되길 바라고 있다."
첫댓글 <프놈펜 포스트>의 중견 기자 두 사람이
근래에 보기드문 대단한 글을 썼네요..
프로페셔날 저널리즘의 정신...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