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ATA[
<P>고향에 왔다. 어머님이 아직 살아계신 곳. 별로 변하지 않았다.</P>
<P>그래야지. 변하지 말아야 알아보고 찾기 쉽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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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한국에 왔다.</P>
<P>아내가 몸이 아파 검진도 받을 겸...</P>
<P>허구헌날 아프다기에 엄살을 부린다고 역정을 내었다.</P>
<P>실은 겁이 난거다. 나쁜병이랄까봐...</P>
<P>어느날 울면서 하소연한다. 이러다가 죽을거 같다고...</P>
<P>정말 아내는 죽을 지경이었다. 나는 정말 나쁜놈이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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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친구를 만났다. </P>
<P>동창이나 동기들이야 많겠지만, 보고싶은 친구는 단 하나다.</P>
<P>워낙 내성적이고 사람만나기 싫어하는 성격이어서 친구가 없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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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친구와 술을 마셨다.</P>
<P>그친구 소주를 좋아하니 나도 따라 소주를 마신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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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친구가 묻는다.</P>
<P>"뭐하냐?"</P>
<P>"먹고놀아."</P>
<P>"너는 맨날 먹고 논다더라??"</P>
<P>"별로 내세울게 없으니까."</P>
<P>"세월좋네. 중국에서 먹고논다니."</P>
<P>"그런가?"</P>
<P>"그렇지. 나도 곧 며느리 볼텐데..."</P>
<P>"........."</P>
<P>"........."</P>
<P>"근데, 뭔 문제가 있냐?"</P>
<P>"문제? 문제랄게 뭐 있냐? 아들놈이 장가보내달래."</P>
<P>"하하하!"</P>
<P>"왜 웃는데?"</P>
<P>"아냐~ 벌써 그렇게 됐나?"</P>
<P>"야~ 시골버쓰야~ 네가 장가를 늦게 간거야, 알아?</P>
<P>우리 친구중에 손자본 애들도 많아."</P>
<P>"그랬구나."</P>
<P>" 사는게 다 그런거지, 모."</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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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그런데 어떻게 됐어?"</P>
<P>"모?"</P>
<P>"동생. 아파서 집에 와있던 동생."</P>
<P>"갔어..."</P>
<P>"응? ?"</P>
<P>"죽었다고..."</P>
<P>"..............."</P>
<P>".............."</P>
<P>"언제?'</P>
<P>"꽤됐어. 술이 원수지 뭐."</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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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고향에 있는 단 한명의 친구.</P>
<P>나에게 남아있는 2명의 중학교 친구중의 한명.</P>
<P>너는 나에게 등돌릴지 모르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거라고</P>
<P>아마, 니 부인은 너와 헤어져도 나는 그렇지 않을거라도</P>
<P>다짐하던 친구.</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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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그친구에게 바로밑 동생이 있었다.</P>
<P>어려서 부터 음악을 좋아해 중고등학교 때 밴드부를 했고</P>
<P>군대에서 군악대에 있었고 군대제대하자마자 밤무대에서</P>
<P>연주했다.</P>
<P> </P>
<P>피아노니, 바이올린이니 뭐, 그런 고상한 쪽(?) 보다는 </P>
<P>남들 알아주지 않는 트럼펫, 전자기타, 드럼, 등을 좋아했고 </P>
<P>음대를 나오지 않았기에 밤무대가 음악활동하기 좋은 곳이라며</P>
<P>게다가 말술에 절어살던...</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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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술, 음악, 그리고 여자...</P>
<P>그래도 순진했던지 군대갔다오고 바로 결혼해서 아이둘을 낳고</P>
<P>그런대로 재미있게 살았는데 어느날 중풍을 맞았다.</P>
<P>그집안 형제들이 본래 술에 절어살던 차라...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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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대 후반에 중풍을 맞아 몸을 못쓰더니</P>
<P>같이 살던 아내를 위해 스스로 이혼을 하고</P>
<P>시골로 아이들을 데리고 고향어머니와 살았다.</P>
<P> </P>
<P>내가 결혼하기 전에 친구어머님께 인사드리러 갔더니</P>
<P>그꼴을 하고 있었다. </P>
<P>그때가 30초반이었는데...</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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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친동생만큼이나 아끼고 사랑했던 동생이었고</P>
<P>어려서 자주 싸우고 틀어지고 맨몸으로 개울에 뛰어들고</P>
<P>진흙탕에 뒹굴고...</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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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그동생이 죽었댄다.</P>
<P>오래 살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P>
<P>동영상처럼 스쳐지나가는 어린시절의 아름다운 동행(動行)</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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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동생은 그렇게 갔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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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동생의 죽음을 애써 지우려는 친구를 달래며 </P>
<P>마시지 못하는 소주를 한병이나 비운 것 같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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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동생 애들은?"</P>
<P>"내가 키워야지, 뭐"</P>
<P>"애들엄마는 모른대?"</P>
<P>"다른남자한테 시집간 여자한테 뭘 연락해.</P>
<P>좋은남자 만나 행복하게 살면되지.</P>
<P>나중에 조카들이 크면 엄마얼굴이나 보게하지 뭐."</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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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흐르는 눈물을 주체못하겠고 그간 죽어간 동무들이 생각난다.</P>
<P>고등학교 졸업 직후 2년도 안된 사이에 11명의 동무들이 죽었다.</P>
<P>우리 대선배들 중에도 한 기수에 그렇게 많이 죽지 않았던데...</P>
<P>한국전쟁때 학도병으로 출전한 1,2회선배들은 거의 전멸했다.</P>
<P>그후로 내 고등학교 동기들이 가장 많이 죽었다.</P>
<P>왜 죽었는 지는 잘 모르겠다.</P>
<P>다들 객사를 했으니 머...</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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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죽음이 폭풍우를 몰고오는 검은 먹구름마냥</P>
<P>흉칙한 인상을 쓰며 하늘을 덮는다.</P>
<P>비가 쏟아진다. 태풍이란다.</P>
<P>우산도 싫고 어디 처박혀 있기도 싫어</P>
<P>내리를 비를 그냥 맞으며 걸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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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고향이 그렇지 뭐...</P>
<P>내가 뭘 바라고 온 것도 아닌데..."</P>
<P>"사는 게 언제는 재밌었냐?</P>
<P>이런 난장을 치다가 가는데 삶인걸 어쩌라고..."</P>
<P> </P>
<P>신발마닥이 닳아서 그런걸까?</P>
<P>큰크리트로 덮힌 비탈길을 내려오다 미끄러졌다.</P>
<P>이왕 미끄러진 김에 누워버렸다.</P>
<P>일어나 다시 걸어도 또 미끄러질텐데...</P>
<P>얼굴로 쏟어지는 장맛비가 감미롭고 달콤하다.</P>
<P>돌을 주워 베개삼아 머리밑에 괴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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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내머리도 돌이어서 2층석탑이 되었다.</P>
<P>돌을 하나 더 이마에 얹으면 3층석탑이 되겠구나.</P>
<P>거기다가 소형후레쉬를 밝히면 3층석탑등대가 되는거고...</P>
<P>우헤헤헤...</P>
<P>그렇게 웃어본다. 바보스럽다.</P>
<P> </P>
<P>눈을 감아본다. </P>
<P> </P>
<P>그랬던가?</P>
<P>보릿고개로 풀이파리 뜯어먹던 어릴 때 여름 어느날.</P>
<P>쏟아지는 비를 먹겠다며 눈감고 입벌린채 비를 받아마시던...</P>
<P>그때처럼 눈을 감고 입을 벌렸다. </P>
<P>맛이 다르다. 그때는 배가고파서 그랬을까? 달콤하더니...</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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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비를 맞으며 아이스케키장사하던 기억도 있다.</P>
<P>우산도 없이 우비도 없이 갑자기 쏟아진 비를 맞으며</P>
<P>아이스케키를 팔다가 도무지 안되겠기에 </P>
<P>비를 피한다며 들어간 중국식당.</P>
<P>배도 고프고 짜장면냄새는 내 위장을 뒤집어 놓고...</P>
<P> </P>
<P>아이스케키 판돈으로 짜장면을 사먹었다.</P>
<P>그것도 두 그릇이나...한 그릇에 5원</P>
<P>그때 아이스케키 하나에 1원 50전이었고 </P>
<P>소주병,맥주병을 받았는데 소주병은 1원 맥주병은 1원50전.</P>
<P>펩시콜라병도 받았다.</P>
<P> </P>
<P>그런데 중국집에서는 돈대신 병을 받나, 뭐??</P>
<P>짜장면 두그릇먹고 아이스케키판돈 10원을 내었다.</P>
<P>아이스케키상점 주인에게 이야기를 했다.</P>
<P>배고파서 짜장면 사먹느라고 돈썼다고...</P>
<P>"그래? 그럼 외상으로 달아놓을께.</P>
<P>내일 열심히 벌어서 갚어."</P>
<P>고마운 분이었다.</P>
<P>그때는 가난했지만, 고마운 분들이 참 많았다.</P>
<P>그분들이 계셨으니 나도 여태까지 살아온 것같다.</P>
<P>이제는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갚아야 할 나이인데</P>
<P>그러나 능력이 없어서 여전히 고마움을 주지못한다.</P>
<P> </P>
<P>그냥 비를 맞은 채 잠들고 싶었다.</P>
<P>예전에 살던 초가집에서 지난 해에 새지붕을 하지 않으면</P>
<P>썩은 초가지붕으로 빗물이 새고</P>
<P>그대로 방안가득 한강을 이루던 그때도 겪었는데</P>
<P>이까짖게 대수랴???</P>
<P> </P>
<P>이리살아도 저리살아도,</P>
<P>한국에서의 삶이나 중국에서의 삶이나 </P>
<P>별 차이가 없는데 </P>
<P>난, 도대체 고향에 왜 온거냐?</P>
<P>그리고 중국은 또 뭐냐?</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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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 너는 나에게 등돌릴지 모르지만, 나는 그러지 않을거라고...아마, 니 부인은 너와 헤어져도 나는 그렇지 않을거라고 다짐하던 친구." 캬~ 멋지네요~
아련한 시절의 이야기 잠시, 뒤돌아보니 눈가에 이슬이 고이는듯 하네요....이토록 아름다운 감성을 가진 시골님은 도대체 어떤 분이실까......??
참 잘읽었습니다. 아니 참 아름답게 보았습니다.
미련없이 한국에 들어가야 합니다. 체면과 허례와 한방을 기다리는 수많은 백수족 들이 중국서 결국은, 사기꾼으로 변모하는 것을 많이 봅니다. 한국에 가면 그래도 밥은 안굶습니다. 가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