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2월, 식민지조선의 여성가수 장세정은
한 편의 기막힌 가요작품을 발표했습니다. '연락선은
떠난다'가 바로 그것입니다. 노래 가사를 보면 그저
사랑하던 연인과의 평범한 이별 장면으로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음미해보면 이별과 눈물의
의미가 범상치 않습니다. 그야말로 생살이 찢기는
식민지의 고통과 한을 다루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챌 수 있습니다.
쌍고동 울어 울어 연락선은 떠난다/ 잘 가소
잘 있소 눈물 젖은 손수건/ 진정코 당신만을
진정코 당신만을/ 사랑하는 까닭에 눈물을 삼키면서/
떠나갑니다 (아이 울지 마세요)/ 울지를 말아요.
"연락선은 떠난다" 박영호 작사, 김송규 작곡, 장세정 노래)
징용이라는 이름으로 강제노동에 동원되었던 우리
동포들은 이 '연락선은 떠난다'의 구슬픈 곡조에다 슬쩍
가사를 바꾸어서 자신의 처연한 심정을 표현했습니다.
이른바 노가바(노래가사 바꿔 부르기)의 한 과정이었지요.
그 노랫말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무엇을 원망하나 나라가 망하는데/ 집안이
망하는 것도 이상할 게 없구나/ 실어만 갈 뿐 실어만
갈 뿐/ 돌려보내 주지 않네/ 눈물을 삼키면서 떠나갑니다/
연락선은 지옥선.
작사가 강사랑이 엮은 '한국레코드가요사'의
기록에는 다음과 같은 성우의 대사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레코드를 전축 위에 걸어놓고 지그시 눈을 감은 채 들으면
관부연락선을 타기 위해 아우성치던 부산항 제2부두의
광경과 소음들이 생생하게 재현됩니다.
대사: 현해탄, 그곳은 한 많은 해협이었습니다.
일본사람들은 여기를 드나들면서 마음대로 실어가고
또 마음대로 실어다 팔았습니다. 부산항, 그 한 많은
부두에는 뼈에 사무치는 원한의 한숨이 점점이 서려있고,
관부연락선 그 연락선 갑판 위에는 피눈물로 얼룩진 한 많은
사연들이 서리서리 젖어있습니다. 우리 한국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