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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의 날’ 다이제스트 1
대마도와 쓰시마(보완)
고대 일본에서 선진문화를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만나는 곳은 대마도와 북규슈 지역이다. 따라서 당시 일본에서는 가야를 통하여 최 선진국 문명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일본 말에서 최고, 선진, 귀한 것들은 모두 가야, 가락, 가라구, 가랑 등등 가라의 음편과 음변으로 나타나는 것이 많다. 마치 필자의 어린 시절에 필자가 미국이 서양이고, 세계 최고의 선진국으로 착각하였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지금도 일본에는 선진가야와의 교류 흔적으로 살아 있어서 규슈 서북쪽의 가라쓰(唐津/가야항구, 원래 표기는 韓津), 가야산(可也山), 가라쿠니 다케(韓國岳), 시라다케(白嶽, 신라산), 구다라(百濟)와 같은 일본 사람들이 쓰는 말과 글자가 서로 맞지 않는 것이 많다. 신유한이 지은 해유록(海遊錄, 1719)에는 당시 일본에서는 조선이라 하지 않고 가라쿠니(韓國)이라 하였고, 당나라(唐國)도 '가라쿠니'라고 하였는데 이는 고대 일본은 가야를 통해서 당나라 문화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가야와 당을 다르게 부르지 않고 당도 가야에 묻히어 섞여져 부르는 것으로 보였다.
일본인들은 ‘대마도(對馬島)’를 ‘대마(對馬)’라는 두 글자만 써놓고 ‘쓰이마’ 혹은 ‘다이마’라고 읽지 않고 ‘쓰시마(つしま)’라고 읽는다. 對馬島로 쓰더라도 ‘다이마시마’라든가 ‘다이마도우’, 혹은 ‘쓰이마시마’나 ‘쓰이마도우’라고도 읽지 않는다(신용우, 이코노믹리뷰 2016.09.04). 일본인들은 그 져 편하게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대로 쓰시마라고 부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째서 우리는 대마도(對馬島)라고 하는데 일본 사람들은 쓰시마라고 할까? 나름대로 그 까닭을 아래에서 몇 가지로 정리해 보자.
첫째, 양주동의 ‘두 섬’ 유래설이다(1929)*. 일찍이 무애(无涯) 양주동(梁柱東,1903-1977) 교수는 “쓰시마의 뜻풀이는 복잡할 게 없다. 한국어의 ‘두 섬’을 일본식 발음으로 표현한 것뿐, 대마(對馬)라는 한자는 아무 뜻도 담기지 않은 단순한 차음”이라고 설명했다. 옛 부터 대마도를 한자로 對馬島라고 써왔는데 그것을 차음(借音)문자인 향찰로 읽으면 ‘두 섬’이 되므로 단순한 차음이라고 설명하였다. 다만 대마도가 하나의 섬이냐 두개의 섬이냐 세 개의 섬이냐 하는 것은 부산 앞바다에 있는 일련의 섬들을 어떤 때는 다섯 개로, 때로는 여섯 개로 보이므로 ‘오륙도’로 한 것처럼 대마도도 ‘두 섬’으로 부른 것이 ‘쓰시마’로 둔갑했다는 설명하였다. 이 해석은 이승만 대통령의 회견에서 “대마도는 上島及下島(상도와 하도)의 二島(두 섬)로 되어…”라고 언급한 것과 어울리는 설명이다.
둘째, 양주동설의 아류(亞流)로서 김계원의 ‘두 섬’ 유래설이다(1967). 블로거 불치하문은 김계원의 주장을 옮기면서 쓰시마의 어원을 설명하는데 그 요체는 아래와 같다**. 한글학자 김계원은 <대마도 <Tsushima)의 본 이름 살피기>(1956. 4. 20)에서 쓰시마의 어원을 자세히 밝히고 있다. 대마도의 일본 이름인 쓰시마의 어원은 우리말 '두 개의 섬'이란 옛말 '두 셤'에서 나왔으며, 부산이나 거제도에서 육안으로 보면 상도(上島)와 하도(下島)로 뚜렷하게 두 개의 섬으로 보여 고래로부터 한반도 남해안 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 우리는 '對馬島'라 쓰고 우리식 한자음으로' 대마도' 라 하는데, 일본은 이것을 '對馬'라 쓰면서도 'Tsushima'라 일컬었다. 그리고 우리는 '對馬'에 반드시 '島'자를 붙여 쓰는데, 그들은 'shima'란 뜻의 이 '島'자를 붙이지 않고서 'Tsushima' 로 일컬어 왔다. 그러다가 오늘날에 와서는 일본은 쓰시마의 어원이 우리말 '두 섬'에서 기인한 것을 부정하기 위하여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쓰시마(Tsushima)에 섬 도(島, shima)자를 붙여 쓰시마지마(Tsushimashima)라고 이름 지었다.
그들은 '대마'를 그네들 식으로 해서 'Tsushima' 라 일컫는 것이 아니라, 그 섬의 본 이름이 'Tsushima' 인데, '對馬'란 한자는 중국과 한국이 쓰는 그대로 옮겨 쓰고 있는 것이다. 『니혼쇼기(日本書紀)』에 의하면, 그들의 상고시대에는 섬을 'sema' 라 했으나 지금의 표준말로서는 'shima'이니, 이 'Tsushima'는 'tsu'와 'shima' 의 겹친 말이 틀림없겠고, 또 이 섬이 한반도 남해안에서 보면 윗섬과 아랫섬으로 뚜렷하게 두 섬으로 보인다는 사실이 그것을 확인시켜 준다. 그는 우리말 '두'가 구개음화된 '쓰'로, 그리고 '셤'이 '시마' 로 변하게 된 음운 현상을 자세히 고찰했다.
그리고 향찰 또는 이두문자인 신라 향가를 연구 고찰 해독하여 ‘조선고가연구’(朝鮮古歌硏究, 일명 ‘사뇌가 전주(詞腦歌箋注)’ 1942)를 저술하고, 고려 속요를 연구해 ‘여요전주’(麗謠箋注, 1947) 등을 저술하여 이두문자에 독보적인 한국의 석학 양주동(1903~1977)은 우리말 '대마도'와 일본말 '쓰시마'의 유래에 대해서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 '대마도'는 남해 연안의 옛 사람들이 대하고 마주하는 섬을 이르러 부른 지명이고, 그것을 문자로 기록하면서 對馬島라는 한자를 차음(借音)한 것이며, '쓰시마(つしま, Tsusima)는 한국어 '두 섬'이 일본식 발음으로 표현해 ‘Tuseom→Tushima→Tsushima ㄷ/ㅌ→ㅊ/大/ㅆ’처럼 변형 발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학자들도 이에 대해선 긍적적인 것 같다. 대마도의 지방 역사가인 나가토메 히사에(永留久惠) 같은 이들은 "쓰시마가 한국어 '두셤'에서 왔다는 말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셋째, ‘두 섬'의 일본식 발음이 '쓰시마'라는 것이다. 대마도는 두 개의 섬으로 되어 있어, 우리 선조들이 ‘두 섬’으로 부르던 것을 일본인들이 따라 부르려고 ‘두’에다가 ‘섬’이란 일본말 ‘시마’를 붙이면 ‘두 시마’라고 해야 하는데 ‘두’발음을 정확하게 할 수 없으므로 '두' 발음에 가장 가까운 '쓰'로 바뀌어 “쓰”에 “시마”를 붙이어 ‘쓰시마’로 불리게 되었다. 19세기 중반에 영국에서 발행한 지도들을 보면 대마도를 Tsushima 또는 Tsu Island로 표기했다. 이것도 우리 선조들이 두 개의 섬으로 보이는 대마도를 ‘두 섬’이라 부른 데서 유래하는 것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일본어에서 두(Tsu)라는 발음은 그냥 두고 섬(Island) 대신 시마(sima, shima, 島)를 붙여서 쓰시마(Tsusima)라고 한 것이다. "두 섬"의 음변(音變)이 Tusŏm > Tushima > Tsushima 으로 변하고 ㄷ/ㅌ(d/t) → ㅊ/ㅆ(ts)로 변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말 ‘두 섬’을 일본식의 음사(音寫, 소리 베낌)이다. ‘두’의 일본 음은 ‘츠’가 되므로 ‘섬’의 음사는 두 음절로 바꾸면 ‘시마’가 된다. 따라서 ‘츠시마’, ‘쓰시마’는 곧 우리말의 ‘두 섬’에 대한 일본식 음사일 뿐이다.
넷째, 조선(부산)에서 바라보면 이 섬의 형상이 마치 '두 마리 말이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어서 한자로 '대마(對馬)'라고 쓰고, 이를 '쓰시마'로 발음한다는 것이다. 윗 대마와 아랫 대마가 마치 말 두 마리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모양이므로 '두 섬'이라고 불렀는데, 일본인들도 ‘두’가 일본어로 ‘쓰’가 되므로 여기에 ‘시마(島)’ 합하며 쓰시마 (對馬島, つしま) 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다. (* 대마도에서 한자 對는 "상대", "배우자", "짝", ‘쌍(双)’, "마주하다(對質, 對面, 對鍊, 大局, 對談, 對酌)’는 등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 대마도(쓰시마)에서 對는 한국어 '두 섬' 또는 짝을 이룬, '쌍 섬'에서 ‘둘’이나 ‘두’를 의미하는 글자 ‘두’를 한자로 표기할 때 ‘對’자가 쓰였다는 설이다).
다섯째, 대마도의 마(말, 馬)자의 연원으로는 자고로 대마도가 신라, 고려, 조선시대에 목마지(牧馬地) 이었기 때문이다. 말을 사육하는 지역은 물과 풀이 풍성한 해안이나 섬을 적지로 삼았기에 대마도는 목마지로 최적인 지역이었다. 경상도에는 절영도와 대마도가 조선시대의 말 사육장이 있었다. 영도가 제1의 사육장이라면 대마도는 제2의 사육장이었다. 경상도 목마장을 말할 때 영도 목마장과 구분해 대마사육장은 그냥 대마도(對馬島)라 하였다. 이러한 목마지의 역사를 복원해서 지금도 대마도에서는 매년 열리는 하쓰우마축제(対馬初午祭)는 쓰시마의 고유종인 "다이슈바(對州馬)"를 테마로 한 다이슈바 토종말 축제를 벌이고 있다. 이 축제는 2002년 쓰시마말의 부흥과 관광 활성화를 위해 40여 년 만에 부활시킨 것이다.
여섯째, ‘대마(對馬)는 마한(馬韓)을 바라본다.’는 뜻이다. 대마는 바다 건너 고대 조선의 마한과 마주 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마한이란 단군조선의 땅이었던 마한도 되고, 그 백제도 될 수 있고, 신라도 될 수가 있다. 대마는 바다 건너 조선 땅, 마한과 마주 대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한이 그들의 고향이고, 그들이 떠나온 고향(馬)을 마주보는(對) 곳이 대마(對馬)의 뜻으로 보는 것이다. 여기서 대(對)자는 대남, 대북, 대미, 대일, 대외, 대내, 대한, 대마에서 보듯이 대방(對方)을 말하는 것이다. 대방에서 방(方)이란 마(馬)이므로 마한을 말한다. 혹자는 방(方)을 마산(馬山)이라고도 하는데 이것 역시 마한을 말하는 것이다. 그럼 하필이면 마산이냐 하는 것은 고대 항해술이 발전하지 못했던 시대에는 쓰시마 난류와 바람을 타고 대마도로 건너 갈 수 있는 지역은 오직 거제도뿐이었다. 16세기경에 이르러서야 부산에서도 대마도로 건너갈 수 있었다. 당시에도 거제도 보다는 배후에 있는 마산이 큰 도시었다. 배후도시가 지역을 대변하는 마산이라 하더라도 마한을 뜻하는 馬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마는 마한의 최남단이자 최전선 지역으로 된다. 마한의 대척지를 우리말로 대마로 쓰는 것이므로 대마라고 읽으면 당연히 마한의 영역을 말하는 것이 된다. 비록 대마(對馬)라고 써놓고 ‘쓰시마’라고 읽더라도 역시 두 섬을 뜻하게 된다. 비록 대마가 양속적(兩屬的) 지위를 뜻하는 속내라고 보더라도 내어 놓고 말할 수 없어, 현지인들이 상속(上屬)을 인정하는 조선 사람들이 부르는 ‘두 섬’이란 뜻의 ‘쓰시마’를 따라 하였던 것이다.
일곱째, 진도(津島)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위지왜인전(魏志倭人傳)에 진도(津島)로 쓰인 것을 일본말로 읽는 것이다. 일본발음으로 '진(津)'은 '쓰(つ)'이고 도(島)는 '시마(しま)'로 읽기 때문에 '쓰시마(つしま)'라고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위지왜인전(魏志倭人傳)이나 일본의 고사기(古事記)에 나타나는 진도(津島)는 항구 섬, 혹은 나루 섬이라는 뜻이고 일본어로 ‘쓰시마’로 읽어 진다. 그런데 일본에서 진도(津島)라고 쓰지 않고 대마(對馬)로 쓰면서, 쓰시마로 읽는 것은 대마도가 일본의 영토가 아니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정리를 하다 보니 필자의 생각도 남기고 싶다. 우리말에 ‘열, 스물, 서른, 마흔, 쉰 . . .’ 하듯이 ‘둘’을 ‘스’ 나 ‘쓰’로 발음하면 ‘두 섬’은 ‘스 섬’이나 ‘쓰 섬’이 될 수 있고, ‘섬’은 일본식 발음으로 ‘시마’가 되면 (쓰+시마) >> ‘쓰시마’가 될 수 있다.
(2022.10.25)
첫댓글
* 자칭 인간 국보 1호 양주동 박사(동국대 교수)는 일본인 학자 오구라 신페이(小倉進平)의『향가(鄕歌)와 이독(吏讀)의 연구』를 반박하는 논문을 필두로 향가와 이두 연구에 진념하였다. 양주동 박사는 오구라 신페이가 쓴 향가 및 이두 연구(鄕歌及吏讀硏究, 1929)라는 책을 보고, 당시, 시인, 비평가, 수필가, 영문학 교수, 동네 장기 선수 등으로 활약하던 것을 모두 접고 향가 연구에 몰두 하였다. 그는 “우리 문학의 가장 오랜 유산, 더구나 우리문화 내지 사상의 현존 최고 원류가 되는 이 귀중한 향가의 해독을 근 천 년래 아무도 우리의 손으로 시험치 못하고 타인의 손을 빌었다는 그 민족적 부끄러움이었다.”라는 마음가짐으로 향가 해독을 직접 하게 되었다.
** 이 부분은 불치하문이 김계원의 글을 소개하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불치하문, 잃어버린 땅, 대마도 기행(blog) (III), 2020.12.11: https://m.blog.naver.com/holst490/222170097700; 김계원, 대마도(Tsushima)의 본이름 살피기, 朝鮮語學會雜誌: 통권139호. 1967.3: 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