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파랑길 3차 순례 6일 차. 낙안-여수(20210620)
오늘은 쉼의 날입니다. 모처럼 푹 자고 일어나니 9시가 되었네요. 아침 미다 창문을 열며 말려 놓은 양파와 옥수수밭과 인사를 나눕니다. 숙소를 옮기는 날이라 짐 정리를 하고 청소를 합니다. 10시에 사모님이 해 주신 짜장밥을 먹습니다. 밭에서 뜯어다 버무린 상추 겉절이는 날마다 먹어도 질리지 않고 상큼합니다. 한 주 동안 많이 배우고 느끼고 경험하는 시간이었네요. 선생님 내외분께 인사를 드리고 화목마을을 떠납니다.
여수 숙소 가는 길에 장을 보고 은행에도 들리고 2시 넘어 소라면 산토리니펜션에 도착합니다. 한 주 일기와 사진을 카페에 올리고 빨래를 한 뒤에 바다가 보이는 숲 그늘에 앉아 한숨 돌립니다. 지금 여기를 사는 것이 진정 자유로운 삶이라 여겨집니다. 고맙습니다.
* 남파랑길 3차 순례 7일 차. 순천(20210621)
간만에 바다를 보니 그러네요. 바다 밑도 땅이지요. 그러한 기운을 담아 도시락을 싸고 아침 밥모심을 합니다.
별량 용두마을 회관에 도착합니다. 다시 용두마을에 와 보는 것이 십 년쯤 되는 것 같습니다. 그때 연잎 차를 마셨던 기억이 나네요.
용두마을에서 새우양식장과 장양항을 지나 벌교 천변 축구장까지 걷습니다. 축구장 쉼터에서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잡니다.
용두마을로 돌아오는 길에 들에 나와 있는 농부들을 만납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전부는 아니겠지요.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을 날마다 만나고 느끼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겠지요. 고맙습니다.
* 남파랑길 3차 순례 8일 차. 순천(20210622)
기지개를 켜며 사랑어린사람이라고 말해 줍니다. 바다를 보며 하루를 여는 인사를 나눕니다.
오늘은 별량 죽산마을에서 용두마을까지 걷습니다. 바람도 불고 햇빛이 강하지 않아 걷기에 좋네요. 마산마을 갈대밭에서 고라니를 만났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한참 동안 고라니를 바라보았습니다. 고라니가 사라지고 나서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깜짝 선물이었네요.
거차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정자에서 쉼을 가집니다. 오래된 참나무 몇 그루와 모과나무 한 그루가 사이좋게 살고있는 동산에 정자가 있네요. 뭔가 이야기가 묻어나는 곳입니다.
숙소로 돌아와 청소하고 빨래를 합니다. 그리고 카레를 해서 밥모심을 합니다. 마무리 모임을 하며 <간디 인용문> 중에서 한 구절을 나눕니다. 바다에 어둠이 내리듯 생각을 내려놓습니다. 고맙습니다.
* 남파랑길 3차 순례 9일 차. 순천(20210623)
하늘은 흐리지만 비는 내리지 않네요. 오늘은 발바닥을 느끼며 걷고 멈춤에 대한 질문을 해 보기로 합니다. 용산에서 시작해서 화포마을까지 걷는 길은 익숙한 만큼 새로운 기분이 드네요. 걸어봐야 알겠지요.
8시 30분쯤 용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바람에 실려 오는 소나무 향을 느끼는 시간입니다. 갈대밭은 연둣빛 세상입니다. 갈대와 바람이 내는 소리를 들으며 뚝방 길을 걷습니다. 발바닥에 닿는 풀과 흙과 돌을 느끼며 한 발 한 발 움직입니다. 인안교를 지나 장산마을에서 쉬어갑니다. 장산마을에는 조선 시대부터 염전이 있었고 1970년대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걷습니다. 가끔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지나가면 인사를 하는데, 페달만 열심히 굴릴 뿐 아무 말 없이 지나가네요. 인사를 나누기도 쉽지 않습니다. 우명마을을 지나 화포마을에 도착합니다. 쉴 곳이 마땅치 않아 밥모심을 하고 바로 장산마을 정자로 향합니다.
장산마을 정자에서 한숨 잡니다. 바람이 어찌나 부는지 그늘이어서인지 바람막이를 입어도 춥네요. 지나가는 차 소리, 용접기 소리, 철근 절단기 소리도 자장가로 들립니다.
몇 시간 전에 지나온 길을 다시 갈 때, 항상 새로운 것을 보게 됩니다. 이번 순례길이 왕복해야 하는 조건인데, 그것이 지루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순천만 휴게소에 들러 무화과 빙수와 칠게 빵으로 요기를 합니다. 용산에 오르기 전 구름다리 건너는 것이 참 재미있네요. 기우뚱기우뚱하다 보니 발이 땅에 도착해 있습니다. 사는 것도 그러하겠지요. 고마운 마음으로 걷기를 마무리합니다.
* 남파랑길 3차 순례 10일 차. 여수(20210624)
사랑어린마을에서 가끔 듣던 새 소리가 들려옵니다. 창문을 열고 의자에 앉아 잠시 고요한 아침을 맞이합니다. 오늘 하루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기를 기도합니다.
오늘은 진목마을에서 출발합니다. 반원 마을 나무 갑판 길에 접어들어서 맨발로 걷습니다. 아침 열기 하면서 오늘은 맨발로 걸어보자 했습니다. 발바닥이 나무에 닿는 느낌이 좋습니다.
소뎅이까지 갔다가 봉전마을회관에 와서 밥모심을 합니다. 조금 있으니 관율, 빛나는, 언연이 왔네요. 28일 금오도 순례 가는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오랜만에 관율이를 보니 힘이 나네요. 보러 와 줘서 고마운 동무들입니다. 동무들은 사랑어린마을로 돌아가고, 승철과 현동이 걷기 시작합니다.
숙소에 돌아와 금오도 숙소 예약을 합니다. 승철이가 끓인 김치찌개에 밥모심을 합니다. 감자, 양파, 두부, 어묵이 들어간 풍성한 밥상입니다. 일기를 쓰고 나면 금오도 길을 살펴봐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남파랑길 3차 순례 11일 차. 여수(20210625)
두더지, 승철과 아침을 맞이합니다. 아침 열기를 하는데 승철이가 두더지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네요. 누군가 진심으로 이야기를 하면 그 마음이 전달되나 봅니다.
오늘은 오전에 두더지랑 동천을 걷기로 합니다. 물길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모여들고 마을이 생긴다는데, 순천이 사람이 사는 마을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마음을 따라 살고 싶습니다. 두더지랑 밥모심을 함께 하고 다시 길에 오릅니다.
오후에는 진목마을에서 궁항마을까지 걷습니다. 덕양에 들러 찬거리를 사서 돌아옵니다. 숙소에 돌아오니 주인아주머니께서 따뜻한 커피를 주시네요. 오늘 만난 수많은 인연들 고맙습니다.
* 남파랑길 3차 순례 12일 차. 여수-순천(20210626)
아침에 눈을 뜨기 전 사랑어린사람이라고 말해 줍니다. 창밖이 어둑하네요. 5시쯤 40분쯤 걸으러 나갑니다. 오늘은 자연의 기운을 느끼며 걷고 싶네요. 깨우지 않아도 일어나는 승철이가 고맙습니다.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맑고 시원한 기운이 온몸 깊숙이 들어옵니다. 궁항마을에서 대곡마을까지 해안 길을 따라 걷습니다. 자연을 느끼려면 자연이 깨어있을 때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숙소에 들어와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승철과 관옥나무수도원도서관에서 열리는 남원 언저리 교회 예배에 참석합니다. 언저리라는 말을 오랜만에 들어서 반가웠고, 현동이 있는 언저리는 어딘지 질문이 들었네요. 언저리 교회가 가는 길을 위해 기도하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