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응의 나무진료 시대
도로의 가로수나 공동주택 내의 나무에 대한 가지치기가 시작되는 시기다. 나무는 그대로 놔두더라도 잘 자란다는 인식이 있기는 하지만 사람과 함께 사는 생활권에서는 어느 정도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과도한 가지치기로 인한 나무 고사/사진=김철응
나무의 입장에서는 손대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입장에서는 나무의 모든 것을 수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공동주택 저층의 경우 발코니 쪽으로 나무가 식재돼 있는 경우 일조권의 문제가 발생한다. 사람의 기본권인 일조권을 나무가 방해하는 것이다.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나무를 살리기 위해 사람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과 사람이 우선이기 때문에 나무를 베어 없애야 한다는 의견이 서로 대립한다. 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자연수형으로 관리되고 있는 아파트 조경/사진=김철응
사람과 나무가 공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가지치기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을 최근 개정된 도시숲법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도시숲법에서는 기존 10년 단위의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차별 가로수 계획 수립・시행을 하도록 추가하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10년 계획과 매년 시행할 계획을 함께 수립하도록 함으로써 체계적인 가로수 관리가 이뤄지는 초석을 마련했다. 올해 어느 지역의 어느 가로수에 대해 어떤 관리를 할 것인지 사전에 계획하고 시행하라는 의미다.
나무가 많은 저층은 일조권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사진=김철응
연차별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가로수에 대해서는 행정기관이 임의로 처리하지 말고 전문가의 진단조사의 과정을 거친 후 시행하도록 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핵심은 민원이나 행정기관의 단독 의견에 따라 가로수를 처리하지 못하도록 한 점이다. 가로수를 잘라 달라는 민원이 접수됐을 때 전문가 집단에서 가로수를 잘라야 하는지 이유를 확인하고 일정 부분만 가지를 잘라도 되는지 등을 진단 조사 하면서 협의하도록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불필요한 작업 또는 특정 소수의 의견에 기반한 작업을 제한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도시숲법이 지향하는 바가 공동주택에도 적용된다면 민원의 타당성을 선별할 수 있고 나무의 급격한 훼손을 자연스럽게 예방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다소 과도한 가지치기/사진=김철응
안타까운 것은 공동주택은 사적 대상지여서 공공에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도심의 중요한 녹지 축을 이루고 있으면서도 공공에서 지원이 불가능하고 개입 역시 어렵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동주택에 대한 지원 방법을 찾고 있다. 병해충방제를 대행해 주거나 위험 수목에 대한 처리 등을 해주는 대신 과격한 수준의 나무 훼손은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상생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조례 등에 지원 방안을 넣으면 된다.
현대사회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같은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수 있고, 개인적인 의견을 강하게 주장할 수도 있다. 어느 것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 보완해 공생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출이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