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음식료·건설업종 거의 추천 받지 못 해
2010년 한국 증시는 호랑이해다운 위용을 떨쳤다. 미국의 경기 침체, 중국의 경기 과열, 유럽의 재정위기라는 해외발 3대 악재와 짝수해는 주가가 떨어지거나, 올라도 크게 오르지 못한다는 '짝수해 징크스'까지 떨치고 코스피지수는 2000선을 재돌파했다. 한해 상승률이 22%에 이른다. 토끼해인 2011년에도 증시 전망은 여전히 밝다. 많은 증시 전문가들은 내년 증시 고점을 2200~2300으로 예상하고 있다.토끼처럼 경쾌하게 2011년 증시를 질주할 주식은 무엇일까.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15명에게서 가장 유망한 종목 3개씩을 추천받았다. 그 결과 삼성전자, KB금융,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차, LG화학이 5대 선호주로 꼽혔다. 유통·음식료·건설업종은 추천 목록에 거의 들지 못했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① 삼성전자
15명의 전문가 중 절반 가까운 8명이 삼성전자를 최고의 유망주로 꼽았다. 본지가 매년 이맘때 실시하는 설문조사에서 3년 연속 1위다. 사실 현재 업황만 놓고 보자면 삼성전자의 상황은 썩 좋지 않다. 반도체(1Gb DDR3 기준)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등 반도체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반도체·휴대전화·디스플레이·가전 등 4개 분야에서 골고루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덕분에 어느 한두 분야의 업황이 좋지 않더라도 버틸 수 있는 힘이 있다. 갤럭시S와 갤럭시탭을 통해 고부가가치산업인 스마트폰시장과 태블릿PC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혔다. 대우증권 양기인 센터장은 "갤럭시S와 갤럭시탭의 잇따른 성공으로 모바일 혁명의 리더 그룹에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KB금융은 '2010년 유망 종목' 조사 때 5위를 차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부실대출 충당금을 쌓고 대규모 인원 감축을 통해 내실을 다진 덕분에 2011년 유망 종목 2위로 뛰어올랐다. 2011년에 본격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점도 호재다. 이런 기대감으로 최근 KB금융의 주가는 빠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문기훈 센터장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충당금 전입비용이 크게 줄고 인건비가 10%나 줄어 2011년 실적 호전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③ 두산인프라코어
굴착기 등 건설 중장비와 공작기계를 만드는 두산인프라코어는 2011년 글로벌 설비 투자 확대의 수혜주로 꼽혔다. 중국 등 신흥국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확대하면 건설기계와 기계 부품의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동양종금증권 서명석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굴착기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국내외 공작기계 수주도 견조한 한편 2011년부터는 밥캣도 본격적으로 흑자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굴착기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2010년 주가가 70% 넘게 올랐다는 점이 부담이다.
④ 현대차
2010년은 형(현대차)보다 아우(기아차)가 단연 돋보인 해였다. 자동차 업종 주가가 날아올랐다. 현대차의 주가는 한해 동안 40% 상승했지만, 150% 상승한 기아차에 비교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하지만 2011년 유망 종목으로 전문가 3명이 현대차를 꼽았다. 주가 급등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기아차를 꼽은 전문가는 1명 뿐이었다. 삼성증권 유재성 센터장은 "글로벌 경쟁자와 비교할 때 압도적인 수익창출능력을 갖추고 있어 주가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⑤ LG화학
LG화학은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는 석유화학 부문에 더해 2011년부터 중대형 2차전지 쪽에서도 본격적으로 수익이 창출될 것이라는 평가를 나왔다. 2011년부터 LCD 유리기판사업 등 전자정보소재(素材)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미래의 먹을거리 준비를 충실히 하고 있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2010년 실적과 주가가 너무 좋았다는 점은 부담스럽다. 다이와증권은 최근 LG화학에 대해 "2011년에는 자동차 리튬이온배터리 영업에서 손실이 예상된다"며 다소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이 밖에 포스코, LG디스플레이, 두산중공업 등이 각각 2명의 전문가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포스코는 중국 철강가격 상승과 원가 하락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기대됐다. LG디스플레이는 미국의 소비 개선에 힘입어 실적이 2010년 4분기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등 자회사 실적 개선과 원전 수주 증가가 호재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