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전국육사백일장 심사평
이 인 우 추진위원장
제45회 육사백일장은 공모전으로 초·중등은 「기다림」, 「친구」, 「가을하늘」을, 대학·일반은 「매화」, 「수건」이 제목이다. 1개월의 응모기간 동안 총 482편이 접수되었다.
심사는 3개 부문으로 나누어 권위 있는 문인들로 구성하였으며, 수상자는 대상 1명을 비롯하여 장원, 차상, 차하, 참방 등 34명을 선정하였다.
대학·일반 산문 심사평이다.
산문을 수필로만 보아서는 곤란하다. 그것은 소설도 동화도 평론도 산문이기 때문이다. 마치 운문을 시로만 보면 안 되는 것과 같다. 시조도 동시도 있기 때문이다.
산문은 이십 편 가까웠는데 3편이 운문과 함께 선정되었다. 운문의 편수가 상대적으로 많아서 그렇게 된 것이다.
제목에 부합하는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참신한 글이 많았다. 글은 원고지에 쓰지 않더라도 거기에 준하되 맞춤법에 따라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장원은 「수건」을 쓴 강성주이다. 수건에 대한 아이의 버릇을 시간과 공간의 순서에 따라 잘 표현했다. 차하도 「수건」을 쓴 김혜림으로 아버지의 추억을 수건과 연관시키려는 의도가 좋았다. 그러나 수건을 사건에 흡수하는 힘이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 참방은 역시 「수건」을 쓴 심경희로 소설 같은 구성으로 문장이 탄탄하여 많이 수련한 흔적이 보였다.
모작과 대작을 골라내느라 진땀을 뺏다. 대학·일반은 많지 않았으나 초·중등부에서는 다소 나타났다.
대학·일반부 운문(정광영 위원장)
올해는 예년에 비하여 응모자가 많았다. 그만큼 우수한 작품도 많아 심사에 어려움도 있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임하였다.
작품 선정에는 독창성과 참신성이 첫 번째 요건인데, 선정된 작품 여러 편이 이러한 시 창작의 기본에 충실하였으며, 뛰어난 시작 역량을 보여 주었다. 다음은 주제의 선명성이 중요한데, 시작과 전개와 결론이 한 곳에 집중되어야 좋은 시라 할 수 있다. 응모작 중에는 다소 진부한 작품도 있었지만 이야기가 엉뚱한 곳으로 빠져드는, 다시 말해서 주제가 모호한 작품이 적었음은 다행이라 할 수 있다. 내용이 진부하거나 평범한 내용기술을 보여 준 작품이 먼저 제외되었으며, 제목에 충실하지 않은 작품도 제외하였다.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을 비롯한 여러 편이 우수한 표현력과 시적 상상력이 풍부한 수작들이어서 육사백일장의 앞날을 밝게 해 주었다.
선정되지는 못했지만 창의력과 집중력에서 돋보이는 작품이 많았는데 다 언급하지 못함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또한 다행인 것은 한 눈에 재껴버릴 정도로 타작들이 적었음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입선하지 못한 분들도 시의 기본인 창의력과 독창성에 눈을 돌린다면 다음 기회에는 보다 좋은 성적으로 입상하리라 생각된다.
중·고등부(김두한 위원장)
응모한 작품은 수백 편에 이르며, 전국에 걸쳐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 모든 작품에서 진지한 창작의 과정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 가운데 최해진의 시 「기다림」과 권효민의 시 「기다림」, 그리고 이다혜의 시 「기다림」이 장원의 자리를 두고 다투게 되었다.
최해진의 시 「기다림」은 이미지와 상징이 기다림의 복잡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시의 전편을 지배하는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권효민의 시 「기다림」은 상징적인 이미지와 반복적인 표현이 시의 주제를 뚜렷하게 드러내며, 상실의 고통과 기다림을 심도 있게 보여주고 있다. 이다혜의 시 「기다림」은 계절의 변화와 꽃, 벌 등의 이미지를 통해 복잡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나타내며, 자유로운 형식과 상징적 언어가 시의 주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세 편의 작품 가운데서 이미지의 참신성, 비유와 상징의 적확성, 운율과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해진의 시 「기다림」을 장원으로 뽑았다. 장원을 비롯한 선에 들지 못한 작품 가운데도 좋은 작품이 많이 있었으며, 모든 작품에서 무한한 발전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든 응모자의 분발과 정진을 빈다.
초등부(주영욱 위원장)
공모전인 까닭에 많은 어린이들이 참여하였다. 특히 일부 학교는 교실에서 글쓰기가 이루어진 듯 보이며, 단체로 작품을 응모하여 감사한 마음이 크다. 공모에 참여한 작품 수에 비해 시상인원이 적은 듯하여 아쉬움이 크다.
작품을 한 편 한 편 꼼꼼히 읽었다. 어린이들이 생활 속에서 보고 겪은 일들을 동시(혹은 산문) 속에 잘 녹여내어, 우열을 가린다는 것이 미안하고 망설여질 만큼 좋은 글이 많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산문에서 일반적으로 짧은 글이 많았다. 작품 속에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드러내기에는 어느 정도 분량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시는 내재율이든 외재율이든 운율적인 리듬이 있어야 한다. 쉽게 읽히고, 쉽게 이해되는 말로 써야 한다.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이 담긴 꾸미지 않는 시, 솔직하며 진실한 생각이 엿보이는 글이 감동을 주리라 믿는다. 이러한 점에서 운문부 장원과 차상을 가리는데, 심사위원 모두 고심이 많았다. 두 작품 모두 운율이 있고 시를 잘 엮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입상에는 들지 못한 작품 가운데도 아까운 작품이 많았다. 제한된 시상인원으로 말미암아 뽑히지 못한 어린이들에겐 미안한 마음 가득하다. 용기를 잃지 말도록 등을 다독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