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꿈을 꾼다.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 사진을 책상 위에 놓고 끝없는 그 소금 사막을 걷는 꿈을 꾼다.
볼리비아는 세계 최장 안데스산맥 7개 봉우리가 관통하는 고산 국가이다. 수도 라파즈(LAPAZ)는 해발 3800m에 위치해 있다. 히말라야 티베트와 함께 매우 건조한 기후로 사람이 살기 힘든 지역이다. 라파즈는 스페인이 볼리비아의 광물 자원을 착취하기 위한 거점도시였다. 라파즈를 통해 스페인으로 실려 간 많은 광물 자원 중 어마어마한 은으로 인해 본국에서는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겪었다고 하니 그 양은 상상이 안 갈 정도다.
스페인이 착취한 자원 중 하나가 소금이다. 라파즈에서 580㎞ 떨어진 곳에 위치한 우유니(uyuni)는 세계 최대 소금 사막이다. 자동차로 하루 종일 달려도 보이는 풍경은 희다 못해 눈이 시리도록 펼쳐져 있는 소금 평야뿐이다. 선글라스를 쓰지 않으면 시력이 손상되기 쉽다. 설산보다 광선이 더 강하다. 소금 채취로 살아가는 사람들 중에 유난히 맹인이 많은 것도 모두 강한 태양에 반사된 소금 빛 때문이다.
소금 채취 방법은 지금도 전근대적이다. 잉카 시절 노예의 신분을 피해 이곳에 정착한 치파야(chipaya)족이 현재에도 곡괭이와 끌만을 사용해 소금 채취를 하고 있다. 지금도 이들은 소금을 야마(산양의 일종)에 싣고 안데스 곳곳을 누비며 소금 캐러밴을 하며 살아간다.
온 세상이 눈이 내린 것처럼 보이는 이곳에서는 외지인들을 위해 소금 벽돌을 쌓아 만든 소금 호텔을 운영한다. 호텔 내부의 치장은 모두 소금을 사용했다. 식탁은 물론 침대와 갖가지 조각품까지 온통 소금이다. 식탁이나 바닥을 물로 닦는 건 절대 금물이다. 말할 것도 없이 애써 만든 물건들이 녹거나 손상되기 때문이다. 아직도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아 입소문을 통해 찾은 관광객들은 소금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다.
먼 옛날 바다였던 우유니는 지각 변동으로 바다가 솟아 오른 후 거대한 호수로 변했다. 산악 지형인 이곳 호수의 물은 빠져나갈 수 없어 자연스럽게 증발이 반복되면서 거대한 호수는 사막으로 변했다. 크기는 1만2000㎢, 두께는 12m, 저장량은 700억t으로 상상이 안 갈 정도다. 대략 충청북도보다 약간 큰 면적이다. 소금의 농도는 보통 소금의 5배다. 사막 내의 ‘페스카도’라 불리는 섬은 스페인어로 물고기를 뜻한다. 섬의 모양이 물고기를 닮아 붙은 이름이다. 건조한 기후로 생명체가 많지 않다. 선인장만 볼 수 있을 뿐 다른 식물은 찾기 힘들다. 선인장 중 큰 것은 사람 키의 5배, 수명은 800~1000년 정도로 생명력이 아주 길다. 그래서일까. 치파야족은 소금 사막 속의 선인장을 자신들의 수호신으로 믿고 있다.
2000년 전부터 이곳 원주민 치파야족에게 소금은 아주 귀중한 존재였다. 현재 2000명 정도 남아 있는 치파야족은 고대 잉카의 하층민들이었다. 페루의 남단 푸노와 티티카카 호수 주변에 살았던 이들이 노예의 신분을 피해 이곳에 정착한 것이다. 한때 3만 명에 이르렀던 인구는 2000명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소금과 함께 번성했던 우유니시 또한 작고 초라한 도시로 변한 지 오래이다.
한때 우유니에서 채취한 소금은 험준한 안데스를 넘어 칠레와 아르헨티나까지 팔려나갔다. 소금 대상은 단순히 소금 판매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소금 캐러밴은 아버지와 동행한 아들이 안데스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에 대처하는 지혜를 배우고 먼 훗날 상인으로서 지켜야 할 상도를 배우는 과정이다. 낮에는 35도의 고온, 밤에는 영하를 밑도는 추위를 견뎌야 한다. 12주 정도의 긴 여정에서 때론 우유니 땅을 다시는 밟지 못하고 안데스 깊은 골짜기에 영영 묻히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대상의 종착지인 칠레나 아르헨티나에 도착하면 치파야족은 어렵사리 운반한 소금을 산매상을 통해 판다.
소금을 실었던 야마의 등에는 이들에게 필요한 갖가지 생필품이 실린다. 제일 중요한 물품은 쌀과 옥수수이다. 우유니 지역에서는 경작이 안 되기 때문이다. 잉카 시절부터 화폐처럼 유용한 역할을 했던 소금은 생필품을 마련해 주는 귀한 존재인 것이다.
현재 소금 캐러밴은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전성기 시절엔 수백 마리의 야마가 동원된 행렬도 볼 수 있었다. 50년 넘게 소금과 함께 살아온 괌비오 씨(68)는 예전을 이렇게 회상했다. “불과 30년 전만 해도 소금 채취는 매우 원시적이었지만 보람도 있었고 마음도 편했지요. 외지인들이 갖가지 기계를 앞세워 대량생산을 하면서 캐러밴은 급격히 쇠퇴했습니다.”
한평생 소금과 함께 안데스 곳곳을 누비며 산간오지에 소금을 공급해주던 그 시절이 그립다는 것이다. 소금 한 포대 값이라고 해봐야 우리 돈으로 1300원 정도. 노동에 비해 초라한 대가일 것이다. 하지만 소금 속에는 도저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볼리비아인들이 아무리 많은 양의 소금을 트럭으로 실어 나른다 할지라도 오늘도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고 예전의 전통을 지켜가는 이들이 있어 소금 사막은 더욱더 빛나는 게 아닐까. 자연이 준 소금은 이렇게 인간과 함께 오래오래 공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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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 정보
볼리비아 여행에서 가장 주의할 점은 고산병에 대한 대책이다. 볼거리가 많은 지역 대부분이 3000~4000m 고지대에 위치해 있다. 고산병은 아무 증상이 없다가도 무리를 한 데다 오랜 여행이 겹치면 나타난다. 호흡 곤란이 오거나 전신 마비 증상이 오면 곧바로 휴식을 취하거나 병원을 찾는 것이 최상책이다.
수도 라파즈에서 우유니까지 버스와 기차가 모두 있다. 7~8시간 걸린다. 우유니 시내에 자그마한 숙박 시설이 있고 요금은 10~20달러. 숙박시설에서 자동차와 가이드를 알선해 주기도 한다. 하루에서 1주일까지 다양하며 1인당 하루 요금은 50달러 정도다. 차량과 숙식이 모두 포함된 가격이며 사막 주변의 섬에서 민박을 할 수도 있다. 우기인 5~6월에는 물이 넘쳐 자동차로 접근하기 힘든 지역도 있다. 일교차가 심해 방한복을 꼭 지참해야 한다. 해가 지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남미 국가 중 가장 저렴한 지역을 꼽으라면 단연 볼리비아다. 호텔 식당 교통비 등 여행과 관련된 물가는 아주 저렴해 별로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고 여행할 수 있는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