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내가 인연법에 대해 설하리니, 그대들은 잘 듣고 사유해 수행하도록 하라.
무명으로 말미암아 행이 있고, 행으로 말미암아 식이 있으며,
식으로 말미암아 명색이 있고, 명색으로 말미암아 육입이 있으며,
육입으로 말미암아 촉이 있고, 촉으로 말미암아 수가 있으며,
수로 말미암아 애가 있고, 애로 말미암아 취가 있으며,
취로 말미암아 유가 있고, 유로 말미암아 생이 있으며,
생으로 말미암아 늙음, 죽음이 있고
늙음, 죽음으로 말미암아 근심, 슬픔, 괴로움, 번민이 있다.
어떤 것이 무명인가?
사성제를 잘 알지 못하는 것이다. 즉 괴로움이 무엇인지, 그 괴로움이 왜 생겼는지, 괴로움을 소멸한 경지가 어떠한지, 괴로움을 소멸할 수 있는 수행방법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말한다.
행이란 무엇인가? 행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몸의 행, 입의 행, 뜻의 행이다.
식이란 무엇인가? 곧 육식을 말함이니, 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이다.
명색이란 무엇인가? 명이란 정신적인 영역을 말하며 감수작용, 표상, 의지작용, 인식이다. 색이란 지, 수, 화, 풍 사대로 이루어진 육체이다.
육입이란 육근을 말한다. 즉 눈, 귀, 코, 혀 몸, 뜻이다.
촉이란 여섯 가지 접촉을 말한다. 육입이 대상과 만나 육식과 접촉하는 것이다.
수는 세 가지 느낌을 말한다. 즉 즐거운 느낌. 괴로운 느낌.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이다.
애욕에 세 가지가 있다. 감각적 애욕, 존재에 대한 애욕, 진리를 갈구하며 수행해서 생을 받고 싶지 않은 욕구이다.
취란 네 가지 집착이다. 즉 애욕의 집착, 견해에 대한 집착, 계율에 대한 집착, <나>라는 상에 대한 집착이다.
존재에는 욕유, 색유, 무색유가 있다.
태어남이란 여인의 몸에 잉태되어 갖가지 존재를 받아 오온을 얻고, 여러 감각기관을 갖추는 것이다.
늙음이란 무엇인가? 이가 빠지고, 머리털이 희며, 기력이 쇠하고, 감각기관이 약해지며, 수명이 날로 줄어들면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이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몸의 온기가 사라지고, 무상하게 변해 다섯 가지 (지, 수, 화, 풍, 공)가 제각기 흩어지며, 오온의 몸을 버리고, 목숨이 끊어지는 것이다.
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이 인연법으로서 십이연기를 말한 것이다. 그대들은 부지런히 수행 정진해서 후회하지 않도록 하라.“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비구들을 위해 매우 심오한 인연법을 설명하셨습니다. 그러나 제가 관찰하기엔 그다지 심오한 이치가 아닌 것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아난아.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 십이인연법은 매우 심오해서 보통 사람들은 쉽게 깨달을 수 없는 것이다. 나도 인연법을 깨닫기 전에는 생사윤회에 흘러다니면서 벗어날 기약이 없었다.
그리고 아난아, 인연법이 심오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비단 오늘날 너만이 아니다. 옛날에도 그렇게 말한 사람이 있었다... 모든 중생은 십이인연법을 잘 알지 못하여 생사를 헤매며 윤회에서 벗어날 기약이 없는 것이다.
내가 처음 불도를 이루었을 때, 이 십이인연법을 깊이 사유했기 때문에 악마의 권속들로부터 항복 받았고, 무명을 제거해 지혜의 밝음을 얻어 모든 번뇌를 다 소멸하였다.
또 아난아, 나는 이 십이인연설을 세 번 굴려 도를 깨달았느니라. 아난아, 마땅히 내게 들었으면 깊이 사유하여 십이인연법을 받들어 행하여라.“
증일아함 방유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