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산에서의 그리스도 (1632)
마티아스 스토메르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마티아스 스토메르(Matthias Stomer, 1600-1650)는
네덜란드 중부에 있는 위트레흐트주에 있는 아메르스포르트에서 태어났고,
1615년에 로마로 건너가 이후 이탈리아에서 주로 활동한 화가이다.
그는 1630년경에 메시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1630년에서 1632년 사이에는 로마에서 지냈다.
1633년에서 1640년 사이에 나폴리에서 거주하며 작업했고,
1641년에는 시칠리아에 정착했는데,
그는 1650년경에 시칠리아에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스토메르는 예수님의 수난 장면 중에서
특히 성체성사를 세우시고 고난을 받으신 그 밤에 이루어지는 수난 장면을
촛불을 들고 인물들을 비추는 모습으로 꼼꼼하게 그렸는데,
그가 1630-32년에 그린 <올리브 산에서의 그리스도>는
그가 로마에 머문 시기에 그린 작품으로,
마태복음 26장 36-46절, 마르코복음 14장 32-42절,
루카복음 22장 39-46절이 그 배경이고,
카라바조의 영향을 많이 받아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뚜렷하게 표현했다.
예수님께서 밖으로 나가시어 늘 하시던 대로 올리브 산으로 가시니,
제자들도 그분을 따라갔다.
그곳에 이르러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여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고 나서 돌을 던지면 닿을 만한 곳에 혼자 가시어
무릎을 꿇고 기도하셨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원하시면 이 잔을 저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그때에 천사가 하늘에서 나타나 그분의 기운을 북돋아 드렸다.
예수님께서 고뇌에 싸여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핏방울처럼 되어 땅에 떨어졌다.(루카 22,39-44)
스토메르는 그리스도가 체포되시기 전에
올리브 산에서 드린 마지막 기도 장면을 집중적으로 그렸다.
복음에 나오는 장면을 고려해서 고난의 잔을 가리키고 있는 천사와
예수님 등 뒤에 예수님을 체포하기 위해 촛불을 들고 다가서고 있는
이스카리옷 유다와 군사들을 배치했다.
이 작품에 광원은 두 곳이다.
작은 광원은 예수님을 체포하러 오는 유다와 군사들을 비추는 촛불이고,
큰 광원은 고난의 잔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비한 빛이다.
예수님께서는 하늘을 우러러 보며 땅에 엎드려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신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으시면 이 잔이 저를 비켜 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제가 원하는 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마태 26,39)
예수님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분의 기도가 얼마나 간절했던지 깍지 낀 그분의 손은 시커멓게 변했다.
그분의 눈빛은 슬프다.
다가올 수난과 죽음을 예감하셨기 때문이다.
그분은 하느님의 사랑을 상징하는 붉은색 속옷에 푸른색 겉옷을 입었다.
예수님께서는 다시 두 번째로 기도하셨다.
“아버지, 이 잔이 비켜 갈 수 없는 것이라서 제가 마셔야 한다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마태 26,42)
하느님 아버지의 뜻이 무엇일까?
날개 달린 천사의 손짓과 시선이 아버지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려 준다.
천사는 예수님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고난의 잔을 가리킨다.
이는 ‘고난의 잔을 마시는 게 아버지의 뜻이에요.’ 하는 몸짓이다.
천사는 눈빛으로 예수님께 말하고 있다.
“예수님! 당신께서 보여주신 사랑의 삶을 따르고자 당신 앞에 모여,
기도하는 이들을 기억하세요.
십자가의 희생으로 그들의 죄를 용서하시고 세상을 구원하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