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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복주 서툰시골살이 스크랩 봄볕 따뜻한 날에 꽃씨 뿌리며
금복주 추천 0 조회 146 10.04.19 17:11 댓글 22
게시글 본문내용

 봄볕이 잘 드는 헛간 앞에 앉아 꽃씨를 심습니다. 나팔꽃, 채송화, 사루비아를 16포트에 각기 두개씩 만듭니다. 기를 곳에 직접 뿌려도 되나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시골살이 5년을 하다보니 발아율도 높이고 이런저런 모양도 나름 그릴 수 있어 모종을 만들게 됩니다. 감나무 아래는 직사광선이 내리 쬐질 않아 육모에는 제격입니다. 매년 모종을 만들다 보니 관록이 붙어 화강석을 지면에서 약간 높게 고여 단을 만들었습니다. 잡초나 해충의 피해도 어느 정도 막고, 비가올 때 오염된 흙물이 튀어 오르지 않도록 하고, 뿌리가 포트 밑으로 뻗지 않게하어 정식 후 활착이 순조롭습니다. 

  나팔꽃은 덧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졌답니다. 아침 일찍 꽃이 피었다가 오므라들기 때문에 그런 모양입니다. 작년에 정화조 환기홈통을 가리기 위하여 인동초를 올릴때 자리잡을 동안 나팔꽃을 심어 보았더니 보기가 좋았습니다. 올해에는 대문 위로 넝쿨장미를 올리기 위하여 4그루를 양쪽에 심었지만 이들이 다 자랄 때까지는 심심할 거 같아 나팔꽃을 덤으로 심어 보려고 합니다. 우리는 흔하지 않은 것들을 귀히 여기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천에 널린 화초들에는 추억이 있습니다. 어릴적부터 보아왔기에 함께 자란 친구들이나 형제들이 꽃에 묻어 납니다. 보고 있다보면 이름을 부르며 그들이 마당으로 들어설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정겹습니다.

  사루비아 꽃에 난 술을 뽑아 빨던 생각이 납니다. 약하지만 달콤한 맛에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땐 친구와 먹기도 하면서, 모아 손에 쥐고서 가위바위보로 서로의 것을 빼앗기도 하였습니다. 길가로 가지런히 핀 빨간 대열은 푸른 잎이 기운을 잃어가는 산천에 열정을 다시금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꽃말이 불타는 사랑, 혹은 정열이라고 하는 모양입니다. 수선화가 이른 봄에 잠깐 모습을 보이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위에 심어 여름이 끝나갈 무렵부터 교체멤버로 화단에 등장시킬 생각입니다.

  화단의 가장자리를 차지하던 채송화는 가련하고 순진한 모습입니다. 여러가지 색들이 섞여 피어나는 꽃들은 허리를 숙여 쳐다 보아야 했기에 늘상 얼굴을 들고 손님을 빤히 올려다 보는 귀여움도 있었습니다. 꽃주머니 안에 너무도 적은 씨앗들이 무수히 담겨 있어 채취하려다가 흘리기 일쑤이지만 다음해에는 그 자리에 어김없이 다시 찾아와 반갑기 이를데 없습니다. 이번에는 기왓장과 장독 뚜껑에 심어볼 생각입니다. 먼저 사시던 분이 버리고 가신 뚜껑 하나는 금이 가 철사로 엮어 메어져 있습니다. 쉽게 사 모으기도 버리기도 하는 세태에 사는동안 이 지구를 얼마나 상처내고 더럽혀 왔는지 스스로 부끄럽던 차에 역할을 다한 장독 뚜껑에게 화단을 예쁘게 하는 새로운 임무를 주어 보렴니다. 늙어가매 수명이 다해가는 전구처럼 기억도 깜빡이는 제게 생명의 신비로움을 새삼스레 알아가며 사랑하라 재촉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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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4.19 19:50

    첫댓글 한 수 배우네요 . 지는 발아율 전혀 생각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심은듯~~지금도 사루비아를 꽃을 보면 손이 먼저 가지요 꿀맛을 보기 위한 ㅋㅋㅋ

  • 작성자 10.04.20 09:11

    올핸 저도 오래간만에 사루비아 꽃맛을 봐야 겠습니다.

  • 10.04.19 19:58

    금복주님은 Artist 이네요. 내공이 상당하신 예술가입니다.

  • 작성자 10.04.20 09:11

    아녀요. 흉내내고 따라해 보는 수준이랍니다.

  • 10.04.19 20:02

    오늘 원예용상토를 사왔습니다. 위내용대로 함 따라해 볼래요................원예강의 감사합니다.

  • 작성자 10.04.20 09:12

    잘못될까봐 걱정입니다. em 활성액 희석해서 주면 발아율이 더욱 높답니다.

  • 10.04.19 20:22

    심는건 잘 못해도.. 이쁜 꽃이 피기 시작하면.. 방문해서 감상은 잘하겠습니다.^^;

  • 작성자 10.04.20 09:13

    감사합니다. 마당에서 솥뚜껑에 삼겹살 굽지요.

  • 10.04.19 23:56

    저도 오늘 땅콩 씨앗으로 직파 해 봤습니다. 작년엔 모종 구입해서 이식했었는데 올 핸 시험삼아...온 몸이 욱씬거립니다.

  • 작성자 10.04.20 09:13

    풍요로운 수확을 기대합니다.

  • 10.04.20 00:58

    한뼘 정도 큰 나팔꽃나무를 캐서 깨끗이 뿌리의 흙을 씻어내고 투명한 유리컵에 물담아 꽂아두면 참 예쁘게 오래 갑니다. 화분 살 돈 궁했던 고교시절 자취방에서 솔깃한 외로움을 달래보던 혼자만의 궁여지책이었답니다.

  • 작성자 10.04.20 09:14

    아하 그런 방법도 있군요. 한수 배웠습니다.

  • 10.04.20 07:55

    채송화 눈에 보이지도 않은 씨앗을 모종판에 뿌렸는데....? 거의다 주겄습니다. 실뿌리처럼 올라 오더니...갔어요~큭`

  • 작성자 10.04.20 09:14

    의외로 채송화 키우기가 어렵더라구요.

  • 10.04.20 10:45

    나눔터에 꽃이 만발하여 금복주님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미리 생각하니 저도 즐겁습니다.

  • 작성자 10.04.21 09:11

    감사합니다. 앞으로 많은 가르침 기대합니다.

  • 10.04.20 23:35

    꽃으로 가득한 나눔터,비움터를 생각 해 봅니다....

  • 작성자 10.04.21 09:11

    함 놀러 오십시오.

  • 10.04.21 00:59

    가끔 이쁘지 않은 나비들이 날아오겠지만,, 그래도 꽃이 좋다고 한다면.. 지켜봐야겠죠^^????.... 힘드시겠지만 조금더 봉사 부탁드립니다(__)

  • 작성자 10.04.21 09:13

    야래향 화분을 마당에 놓으면 밤마다 짙은 향이 마당에 가득합니다. 그러면 나방들이 엄청 달려 들지요. 이때 해충유인기를 돌리면 한 보따리씩 잡는 답니다. 근데 낭만적이진 못하죠 ?

  • 10.04.22 17:31

    전 언제나 심어볼까요?? 맘은 급하고....ㅎㅎ

  • 작성자 10.04.30 11:29

    천천히 하세요. 앞으로는 지겹도록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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