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에 마누라 모시고(?) 설악산에 가서 등반은 못할 것이니, 권금성 케이블카나 타고
설악산 맛이나 보여줄까하여 '오디산우회' 게시판에 정보 구한다는 글 올리고 만반의 준비를 갖췄었다.
하필 출발 전날 매제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바람에 무산되었는데,
수집해 놓은 정보도 있겠다 이번 방학에나 가보려고 마음 먹었다.
내친김에 오다가 정선 들려 레일바이크도 타보고자 두어달 전에 예약을 해 놓았다.
마지막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데
한가한 날이면 영낙 없는 비 소식에 차일피일 하다가 방학 마지막 주가 되어서야
더 늦으면 기회가 없어 날을 19일(월)부터 20일(수)까지 잡으니 또 18, 19일에 비가 온다는 예보다.
릿지님, 늘산에님이 자주 말하는 ‘구라청’ 발표가 중요한 때 사실 80% 정도가 빗맞았다고 생각한다.
이젠 안맞는 확률에 신뢰가 간다. ^^;
(같은 공무원으로서 이러면 안되는데......! ㅋㅋ @.@;)
비가 안 올 것을 확신하고(?) 잔뜩 흐린 날씨를 무릅쓰고 출발!
원주 쯤 갔는데 서서히 내리던 비가 아예 양동이로 붓듯이 쏟아져 와이퍼를 정신없이 돌려도 앞이 잘 안보인다.
비도 피할 겸 홍천길로 들어서기 전 원주 직전 문막휴게소에 들려서 소식을 들으니 홍천길 입구에서
관광버스 전복사고가 크게 나서 통제를 한다고 국도로 우회를 하란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마누라!
위험하고 계속 비오면 어떻게 하느냐고 집으로 돌아가잔다. -.-+;
## 비구름에 싸인 한계령
홍천을 지나 입대하여 훈련을 마치고 전방으로 배치되는 신병들이 울면서 불렀다던 '인제가면 언제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 그 길
인제 원통을 지나 방향을 잘못 잡아 진부령쪽으로 들어섰다가 다시 빽하여 한계령으로 들어섰다.
조심조심 안개 비구름에 싸인 한계령을 넘고 양양에 들어서니 푸른 하늘이 군데군데 보인다.
계획상으론 첫날 설악동 들어가 권금성에 올랐다가 돌아나와 주문진에서 숙박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폭우속을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기어 왔고 상쾌한 푸른 하늘 아래 낙산사 들려서 속초에 도착하니 저녁시간!
별 수 없이 숙소를 구했다.
해변가 민박 4-5만원, 허름한 모텔 3만원, 모텔서 잤다.
## 폭우를 무릅쓴 끝에 맞은 쾌청! - 낙산사에서 숨겨논 XX
## 불타버린 사찰 건물을 재건축 중
## 낙산사 의상대
## 속초 영금정에서 바라본 동명항
둘쨋날,
날씨가 무척 좋다.
상쾌하니 바람도 좋다, 그런데 좀 세다.
아침을 그 유명한 속초 사돈집의 물곰탕(=곰치국)으로 잘 먹고 설악동으로 향했다.
## 건물은 별것 아니나 음식 맛은 강추할 만!(메뉴는 물곰탕 딱 한가지 뿐!)
설악동 소공원 주차장에 차를 대려니 주차원이 떡 가로막고 차를 못 들어가게 한다.
“바람이 세게 불어 케이블카 운행 못합니다. 들어가시겠습니까?”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 케이블카를 타러 오는 모양이다.
나도 그럴 목적으로 오긴 했지만......!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평생에 처음 설악산 구경 온 마누라 그냥 보낼 수도 없고,
일단 들어가 주차를 했다.
비선대, 비룡폭포, 울산바위를 놓고 고심을 하다가 무릎이 약한 마누라 가다가 못가면
흔들바위까지 가서 울산바위라도 올려다 보고 오려고 울산바위로 접어들었다.
작은 물병하나 달랑들고 숲도 하늘도 상쾌한 가운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땀도 하나 안나고
겨드랑이 밑이 까실까실하니 좋다.
거의 숲 그늘로 된 길을 따라 흔들바위까지 가서 마누라 기색을 살피니 전혀 피로한 기색이 없이
미소가 그치지 않는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바로 조기 조 위인데 한번 가볼까?”
“글세.....!”
여자가 언제 ‘좋아!’하는 거 봤나? ‘글세’면 오케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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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한번 할까?'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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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매한가지다. ^^;
또 내가 말을 잘한 탓도 있다.
'저기 저 위'라고 말했더라면 멀게 느껴져 '싫다!'고 했을지도 모르는데, 입을 작게 잔뜩 오무리고 '조기 조 위'라고 했기 때문에 가깝게 느껴져 가려는 마음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ㅋㅋ ^^
아뭇소리 않고 울산바위를 향해 앞장을 섰다.
“평생에 언제 여기 또 와 봐? 아마 당신 울산바위 구경시켜 주려고 하느님이 바람 불어 케이블카 못 뜨게 했나봐!”
천천히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서도 십분 간격으로 가다 쉬다를 반복했다.
꼭 힘들어서라기보다 바람이 너무 세어 날아갈까 봐 쉬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정상에 도착해서는 강한 바람으로 허리를 펴고 일어서기 힘들다.
감격스럽게 앉은 채 고개만 돌려 이쪽저쪽 멀리 동해바다까지 내려다 보았다.
겨우 사진 몇장 찍느라고 일어섰다가 잠시 앉아만 있다가 내려왔다.
## 울산바위 중턱에서 올려다 본 풍경
## 울산바위 정상
## 정상 바로 아래 전망대
## 전망대에서 정상쪽을 배경으로
울산바위 정상 좁은 공간이 항시 메어터지기 마련인데, 어제는 비가 많이 내렸고 오늘은
바람이 무척 세차고 그런 이유로 비교적 한산하며 오르내리기에도 오히려 편했다.
시간을 보니 왕복 4시간 정도 걸렸다.
소공원에 다시 돌아와서 혹시나 하고 케이블카 타는 곳에 가보니 아직도 운행금지였다.
설악동을 떠나 정선으로 향했다.
양양, 주문진을 거쳐 오대산 월정사에 잠시 들렸다.
오대산을 가로질러 넘어가는 진고개길은 눈에 보이는 곳 마다 우거진 숲이나 계곡이 시원한 것이 절경이다.
하긴 강원도 어디인들 눈에 거슬리는 풍경이 있으랴마는.....!
월정사는 주차비 관람료를 합쳐 1만원이다. 30-40분 머무는데 매우 돈이 아깝다.
아직 불심이 부족한 탓인가?
## 월정사 9층 석탑(국보)
열심히 달려 진부를 지나 정선에 오니 또 저녁시간.
곤드레나물밥으로 유명한 ‘동박골식당’을 찾아가서 저녁을 먹고 모텔을 찾아가서 또 3만원을 주고 잤다.
셋째날,
정선을 오려며는 매 2일, 7일 서는 오일장에 맞춰 와야 되는데 날짜를 잘못 골랐다.
시골장도 아리랑 창극공연도 시티투어도 구경거리가 별로 없다.
늦으막히 일어나 레일바이크를 타는 구절리역으로 갔다.
같은 군내인데도 거리가 만만치 않다.
20km 정도라는데 30분도 넘게 걸린다.
자칫 늦게 왔더라면 예약된 레일바이크도 못 탈뻔 했다.
오는 동안에는 내차 한 대만이 들어온 것 같았는데 구절리역에 들어와 보니 어느새 왔는지
주차장에 승용차들이 거의 다 들어차 있다.
구름이 오락가락하여 혹시 몰라 우산을 가지러 차에 갔더니 이런 황당!
차키를 빼지 않고 문을 잠가 버렸네요! +.+;;
별수없이 비가 오지 않기만을 바라며 그냥 마누라와 둘이 2인승 바이크를 타고 출발을 했다.
## 레일바이크 출발지 구절리역 풍경
## 들어는 보셨나요, 정선 레일바이크?
## 유유자적 세월아 네월아 절경속을 한가롭게
약한 경사길로 내려가는 것이기 때문에 별로 힘도 들지 않았다.
계곡을 따라 시원한 풍경이 펼쳐지는 가운데 유유자적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내려가는 기분이 꽤 괜찮았다.
나보다는 마누라가 아주 좋아한다.
나보고 자꾸 좋으냐고 물어본다. 나는 계속 좋다고 대답을 했다.
(진실을 말하자면 난 이 레일바이크가 싫지는 않지만 무척 좋지는 않다.
왜냐하면 드릴과 서스펜스도 없고 다이나믹하지를 않다. 차라리 워터파크에서 슬라이드를 타거나
에버랜드에 가서 독수리 요새, 북한산인수봉 암벽등반 같은 것이 훨씬 낫다. ㅎㅎ ^^;)
즐겁게 타고 아우라지역까지 다 내려와서는 잠시 쉬었다가 출발지로 사방이 다 트인 풍경열차를 타고 올라간다.
## 출발지로 되돌아가는 풍경열차
그것도 그런대로 쏠쏠한 재미가 있다.
서서히 구름이 몰려오더니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진다.
다시 출발지인 구절리역에 오니 소나기가 한 줄기 퍼 붓는다.
다음 출발 팀 우산 우비를 챙기느라 정신이 없다.
미쳐 준비를 못한 팀은 매점에서 사고.....!
잠시 후 많은 비는 그쳤지만 변덕스럽게 빗방울이 오락가락은 계속된다.
상대적으로 우리가 탈 때 보다는 덜 좋았을 것이다.
긴급출동 서비스를 불러서 잠긴 차 문을 열고 구절리역을 떠났다.
정선장터에 와서 먹거리 골목을 찾아 이지역 고유의 음식이라는 ‘올챙이국수’와 ‘콧등치기국수’를
각각 하나씩 시켜서 나누어 먹으며 맛을 봤다.
나는 입맛이 보수적인 편이라 안 먹어본 음식은 잘 안 먹는 편이다.
그러나 내가 국수를 좋아할뿐더러 전에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보니 매우 맛있게 보였다.
내가 먹어본 결과는 영 ‘아니올시다’였다.
‘올챙이국수’는 옥수수로 만든 것으로 쫄깃거릴 것 같지만 물에 오래 담가두는 것으로 힘이 하나도 없고 무가당 오렌지 맛이다.
‘콧등치기국수’는 메밀로 만든 것인데 면발 가는 것 좋아하는 내 식성과 달리 칼국수발 비슷하게 넓적하니 굵고 뻣뻣하여 입에 안 맞았다.
이름은 화려하나 두 번 먹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감자 수제비의 일종인 ‘옹심이’를 먹을 걸 잘못한 것 같다.
맛이 있으나 없으나 점심을 먹고는 시장에서 옥수수, 황귀, 느릅나무뿌리껍질, 그리고 중간에 먹을 떡을 조금 사고 정선을 떠났다.
돌아오는 길 중간에 또 많은 비를 만났다.
이번 여행은 비로 시작해서 비로 끝을 냈다.
저녁 무렵 집에 돌아오니 오막살이라도 내집이 제일 좋고,
마누라가 해 주는 밥이 최고다! ^^;
첫댓글 구경 한번 잘했네!!
재미있게 다녀오셨네요......우린언제나가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