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감 마님! 며느님께서 아들을 낳으셨습니다!”
“정말이냐? 경사로구나! 허허허…”
민 대감은 혼인한 지 수년이 지나도록 자식이 없던 아들 내외가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에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졌다. 첫 손주에게 ‘어떤 선물을 줄까?’ 고민하던 민 대감은 급히 아내를 불렀다.
“여보, ‘별급문기’를 적게 종이와 먹을 좀 준비해주시오”
“기분이 무척 좋으신가 봅니다. 무얼 주시려고요?”
“손주가 태어났는데 할애비가 가만 있을 수 있겠소? 소 한 마리와 논 열 마지기, 계집 종 한 명을 주려고요.”
손주에게 선물을 주는데 왜 종이와 먹이 필요할까?
조선시대에는 재산을 자식 혹은 다른 사람에게 줄 때, ‘분재기(分財記)’라는 문서를 작성했다. 별급문기는 분재기의 한 종류로, 과거급제, 생일, 혼인, 출산 등 특별히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사용한 문서이다. 재산을 나눠줄 때 사용한 문서인 셈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분재기로는 고려 말에 작성된 것이 있으며, 조선 시대에 들어와서는 분재기 작성이 일반화되었다. 주로 재산을 자녀 또는 가족에게 상속할 때 작성됐으며, 분배 품목은 집, 땅, 노비, 가재도구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분재기는 닥나무 속껍질로 만든 종이에 적어 두루마리 형태로 보관됐다. 분재기는 양반 집안에서 재산상속을 할 때 사용됐으며, 신분이 높을수록 문서 작성에 참여하는 증인의 수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온다. 서식은 ‘경국대전’이 정한 규정에 따랐다.
분배기는 다양한 종류가 있었지만, 대표적인 것으로 분급문기와 화회문기가 있다.
분급문기는 재산의 주인이 생전에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재산을 줄 것인지, 미리 정해 기록해 놓은 문서다. 서두에는 문기를 작성한 날짜와 사유, 재산을 나누는 원칙, 자손들에 대한 당부의 글 등을, 본문에는 구체적인 분배 목록을 적었다. 말미에는 문서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재산의 주인과 보증인, 문서 작성자를 적은 뒤 상속 당사자는 서명 날인도 했다.
화회문기는 부모가 사망 후, 형제자매가 의논해 재산을 나눈 것을 기록한 문서이다. 일반적으로 삼년상을 마친 뒤 작성됐다. 이 외에도 친인척에게 재산을 분배한 허여문기 등도 있다.
조선 초기에는 재산 상속에 따른 분쟁을 막기 위해 관청에서 문기를 확인한 후, 내용의 사실 여부를 증명해주기도 했다. 특히 허여문기의 경우 자손과 친인척 간의 분쟁이 많았는데, 성종 20년(1489년) 조선왕조실록 기사에는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처부모, 남편, 아내, 동생 사이에 의논해서 쓴 화회문기를 제외하고, 나머지의 경우 관아의 도장이 찍히지 않은 것은 사용을 금지하라”고 한 기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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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회문기, 별급문기, 화회문기, 분급문기, 전계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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