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기·차·여·행
널찍한 창으로 동해를 조망하는 방, 특급호텔 도시락과 각 지역의 별미, 저녁이면 펼쳐지는 다양한 이벤트…. 호텔이나 리조트가 아니다. 기차 '해랑' 이야기다. '레일 크루즈'를 선언하며 2008년 11월 첫 운행을 시작했던 해랑은 최근 일본에서 '2010 올해의 최고 여행상'을 수상했다. 한국 여행상품이 이 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해랑은 인기다. 작년 탑승률 43%에서 올해 상반기 71%로 부쩍 올랐다. 1박2일∼2박3일 일정 동안 기차에서 자며 각 지역의 고급 별미와 명소를 볼 수 있다는 데 혹하지 않을 사람 없다.
단, 하나 흠이 있다. 해랑은 비싸다. 1박2일 상품의 경우 제일 싼 요금이 128만원(2인)이다. 군침 돌다 입맛만 다실 수 있다.
- ▲ 국내 최초로 ‘레일 크루즈’ 를 선언한 해랑. 최근 일본에서 ‘2010 올해의 최고 여행상’ 을 수상했다. / 코레일 제공
그렇다고 포기 말 것. '해랑'급은 아니더라도 실하게 놀 수 있는 기차여행 상품이 많다. 코레일은 해랑을 비롯, 총 8대의 관광전용열차를 운영하고 있다. 와인과 음악·자전거·장터 등 종류도 다양하니, 고르기만 하면 된다.
◆관광전용열차의 시초와 주역
해랑에 앞서 관광전용열차의 유행을 일으킨 주역이 있다. 2007년 출시된 바다열차다. 앞이나 뒤를 바라보던 좌석의 방향을 모두 바다 쪽으로 틀었다. 당시만 해도 기차의 '혁명'이었다. 강릉∼삼척을 오가는 이 열차로 많은 게 바뀌었다. 1991년부터 여객 업무를 중단해왔던 삼척역은 16년 만에 새로 손님을 맞기 시작했다. 1년도 지나지 않은 2008년 6월 14일 유료 탑승객 10만 명을 돌파했고 지난 8월엔 35만 명을 넘어섰다.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열차 개조에 3억원씩 투자했던 강릉·동해·삼척은 환호성을 질렀다.
바다열차가 관광전용열차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면 와인인삼트레인은 장남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06년생으로 가장 나이 많은 와인인삼트레인은 충북 영동 와인코리아㈜ 공장 견학과 와인 시음으로 와인 마니아를 공략했다. 그간 부피도 키웠다. 첫해 두 량으로 시작했다가 2008년 이용객 증가에 힘입어 네 량으로 증설했다. 특히 포도 따기 체험까지 할 수 있는 9월에 인기가 높다. 와인코리아㈜ 윤효중 부장은 "주말엔 80~90% 이상 예약이 찬다"고 했다.
◆기차로 만나는 추억
- ▲ (위부터)바다열차, 통통통! 뮤직트레인
기차의 매력은 추억이다. 수도권에 사는 30대 이상이라면 대부분 '춘천 가는 기차'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기타 치고 노래 부르며 창밖 풍경을 보던 기억. 이를 공략한 게 '통통통! 뮤직 트레인'이다. 서해안에서 바다와 인접한 철도 노선인 장항선을 이용해 서울과 충남 서천 춘장대역을 오가는 이 열차는 DJ 음악방송·라이브 콘서트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내부를 꾸몄다. 열차 이동 시간에 디스코 경연대회를 열기도 한다. 팔도장터 농심체험 기차여행은 시끌벅적한 장터의 추억과 맞닿아 있다. 전국의 재래시장과 여행을 결합한 상품이다. 10월엔 주왕산 단풍 산행·안동 재래시장과 정동진 해돋이·설악산 단풍 산행·주문진 어시장 등을 다녀오는 상품이 마련돼 있다.
◆특별한 기차여행
관광전용열차의 인기에 힘입어 아예 지역 특화 열차도 생겼다. 경북관광순환테마열차다. 경상북도는 아예 기존에 없던 새 노선을 만들었다. 동대구에서 출발해 경부선·경북선·중앙선·대구선을 경유해 다시 동대구로 돌아오는 순환열차다. 상주편·문경편·예천편·영주편·안동편 등 연계관광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