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그. 제가 답을 너무 늦게 드리지요?
실은 질문 주신 것은 엊그제 봤는데 질문에 드릴 답을 쓰는데 시간이 꽤 길것 같아, 이제야 답변을 드리게 됐네요.
(원고 마감할게 하나 있어서요.)
혹시, 오늘 벌써 오신건 아니신지 걱정되네요. 다음주 이후에 오시는 거라면 이 답변이 도움이 될 지도 모르는데요.
암튼 늦었지만, 이런 경우는 다른 분들도 필요하신 내용일테니 말씀드리도록 하지요.
일단, 요즘 제주에서 유채꽃을 볼 수 있는 곳은 크게 산방산 아래쪽과 성산일출봉 근처입니다. 또 볕 잘드는 언덕배기
곳곳에도 유채꽃이나 그와 비슷한 생김새의 장다리꽃들이 군데군데 더러 피어 있습니다만,
쫌 규모있는 꽃밭을 보시기엔 이 두 곳이 가장 낫습니다. 더러, 사진을 찍으면 와서 1인당 1000원씩 내라고 하는 곳이
있는데요. 지금 밭 단위로 개화하는 유채꽃들은 농부들이 일부로 일찍 파종해 가꾼 곳이라서 어쩔 수 없지요.
(제주에서 유채꽃의 자연개화 시기는 3월 중순 이후거든요.)
갑자기 나타나 돈을 달라고 할 수 있으니 너무 언짢아마시고 농부도 수고비라 생각하셔요. ^^
수목원은 제주시의 한라수목원이 있습니다만 이곳은 3월말, 4월초 쯤 벚꽃 피었을때가 멋집니다. 아직은 조금 칙칙할것 같군요.
이제 일정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먼저 도착하시어 렌터카를 찾으시면 시간이 꽤 지났을듯 합니다. 어차피 숙소인 남원까지 가셔야 하니 일단 동쪽해안도로를 타고
남원까지 가신다 생각하면 좋을 것 같네요. (서쪽으로 돌아가신다면 남원까지 꽤나 멀 것 같습니다.) 출출하시면 동복리 해녀촌에서 입맛돋워주는 회국수나 따뜻한 성게국수 한그릇 하시고요. 함덕해변과 김녕해변 지나 30km이상 연결돼 있는 해안도로를 따라 기분좋게 드라이브 하셔요.
날씨와 시간 봐서 중간에 성산일출봉이나 섭지코지에 들르시면 눈요기 하기에는 부족함 없는 유채꽃을 보실 수 있을 것 같네요.
남원에 도착하셔서, 아직 해가 떠 있다면 남원 큰엉의 산책로를 걸어보시길요. 길이 잘 돼 있는 편이라 유모차 진입에도 괜찮을듯 합니다. 표선 쯤에서 저녁식사를 하셔도 좋겠구요.
다음날엔 조금 서둘러서 부모님을 한라산에 모셔다 드리도록 합니다. 제가 해봤는데요. 이른 아침에 부모님을
한라산 등산로 입구-성판악이나 어리목, 또는 원하시는 코스요-에 내려드리고, 내려오시는 시간 맞춰서
모시러 가도 괜찮더라구요. 보통 백록담 정상까지 가시려면 왕복 10시간 정도, 어리목 코스는 5~6시간 정도 걸리니
모셔다 드리고 그동안엔 아이와 함께 중산간 여행을 하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코스는 부모님과 상의해 보시구요.
어차피 모시러 갈거니까 성판악으로 올라갔다가 관음사로 내려오거나 (또는 그 반대), 어리목으로 올라갔다가 영실로 내려오거나(또는 그 반대)의 코스를 선택할 수 있으니 산에 가시는 분 입장에서는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남원이 숙소이시니 시작점을 성판악으로 잡으시는 편이 좋을듯 하군요. 아니면 휴식기를 지나 개방된지 얼마 안된 돈내코 코스도 괜찮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산행을 하시는 동안엔 아이와 함께 교래를 중심으로 한 몇몇 곳들을 여행하시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차도 한잔 하시면 좋겠지요.
부모님꼐서 내려오시면 가장 가까운 거리의 온천으로 가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어디로 하산하실지 잘 모르겠으니....하산 지점 인근에서 저녁도 함께 드시고요.
다음날은 우도로 고고씽 하세요. 우도로는 자동차 도선이 가능합니다. 다만, 만약 날씨가 따뜻하다면 자동차는 두시고 우도로 건너가셔서 전기차 같은 것을 렌트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들어가보시면 아실테지만 우도로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가면 몸이 편하긴 하겠지만 자동차로 쌩쌩 달릴만한 곳이 없고 그곳 주민분들께도 꽤나 민망하긴하지요. ^^: 도선비나 전기차 렌트비나 큰 차이는 없을 거에요. 우도의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고려해보심이 어떨런지요....
우도에서는 쇠머리오름(우도봉)에 꼭 올라가보시길 바랍니다. 오름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우도 마을과 넓디넓은 분화구 안에 펼쳐진 풍경이 참 좋습니다. 땅콩 아이스크림도 드셔보시구요. (아아, 고소하고 맛나요.)
우도에서 나오시면 서귀포로 가세요. 이중섭거리와 서귀포 항 내의 천지연폭포와 새섬 산책도 즐겨보시고, 매일올레시장에서
싱싱한 제주의 농수산물도 구입해보시구요. 주전부리 사먹는 일도 즐겁습니다. 매일올레시장 내 한쪽 거리는 횟집들이 몰려있지요. 횟집에 가시는 것도 좋지만 괜찮으시다면 이곳에서 맛있는 활어회를 사다가 숙소에서 드셔도 좋습니다. 주인장한테 이야기하면 회를 뜨고 남은 매운탕 거리도 포장해주고 양념장도 챙겨줍니다. 횟집 골목 끝나는 곳에 있는 야채 노점상에서 매운탕 끓여먹을 거라고 이야기하면 3000원 정도에 필요한 야채들을 이것저것 챙겨줍니다. 숙소에 가서 넣고 보글보글 끓여 드시면 맛나겠지요.^^
이런, 신나게 놀다보니 동쪽 해안으로 못갔네요. 컨디션 괜찮으시면 마지막 날은 일찌감치 체크아웃을 하고 서쪽으로 달려보세요. 중문에도 들러보고 모슬포, 송악산, 사계해안도로 등도 달려보시고 천천히 걸어보세요. 이 구간이 올레길 10코스인데요. 특히 사계 바다를 옆구리에 끼고 걷는 형제해안도로(사계포구에서 송악산까지 대략 3km 정도) 길은 비록 자동차와 나란히 걷긴 하지만 길이 잘 돼있어 유모차를 끌고도 얼마든지 걸을 수 있는 올레길이지요. 바다도 끝내줍니다. 모슬포에서는 옥돔식당에서 보말칼국수 드셔도 좋구요. 모슬포항구 입구의 '홍성방'이라는 이름의 중국집에선 대한민국 비주얼 최고의 해물짬뽕(비주얼은 끝내줍니다. 맛은 조금 아쉽지만요. 호호)을 드셔도 좋겠군요.
마지막으로 제주도 최고의 해안절경인 용머리해안에도 가보시길.
1135번 평화로를 따라 공항으로 가실때 시간을 조금 남겨두신다면 동광육거리 근처의 '산골왕소금숯불구이'(책에는 없어요. 검색하시면 나와요.)에서 제주 돼지의 진정한 맛을 느껴보실 수도 있지요.
자, 오늘 제가 급하게 드리는 말씀은 이 정도입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쩔지 모르겠네요.
여행 잘하시구요. 또 다른 질문 있으시면 남겨주세요. 사실 여행이라는 것은 늘 의외성와 충동성 따위를 가진 것이라
너무 계획에 얽매이실 필요는 없지요. 우와~하고 감탄하는 장면이 있다면 즉시 자동차를 세우고 그곳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셔도 좋습니다.
즐거운 여행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