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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1월 27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127수] 고교 선진화 핵심은 공정한 교육평가
교육과학기술부가 마련한 '고교 선진화를 위한 입학제도 및 체제개편안'은 특목고와 자율고 입시전형에서 사교육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골자는 '자기주도형 학습전형'과 '고교입학사정관제' 두 가지다. 한마디로 전형에서 별도의 지필고사 없이 중학교 성적만으로 학업능력을 가늠하되, 전문적인 입학사정관으로 하여금 비(非)교과 부문을 포함한 학생의 전반적 자질과 가능성을 종합 평가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큰 틀에서 볼 때 교과부의 방안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지금까지 현실적으로 사교육에 주로 의존할 수밖에 없던 학생들의 학력 증진 및 평가책임을 학교와 교사들에게 상당 부분 되돌려줄 수 있게 된 점이 가장 두드러진다. 학생부만을 통한 학력평가나 교사추천서가 지리멸렬해진 공교육에 적지 않은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교과 이외의 봉사, 체험, 독서활동도 평가하도록 함으로써 제한적으로나마 전인교육적 요소를 배려한 대목도 긍정 평가한다.
그러나 우려할 점이 없지는 않다. 교육제도는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확보 여부로 성패가 갈리게 마련이다. 특히 자기주도형 학습전형은 계량화가 쉽지 않아 시비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교과부는 시행 전까지 예상되는 부작용을 면밀히 점검, 보완책을 마련하는 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엄정한 선발과 교육을 통해 입학사정관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 못지않게 교사들의 자질과 책임감을 키우는 일도 중요하다. 평가와 전형 어느 과정에서든 문제가 생기면 이번 교과부 방안은 뿌리째 흔들릴 위험이 크다.
다만 논란이 컸던 외국어고 교육체계 개선문제의 경우 교과과정 중 외국어 학습비율을 다소 상향 조정하는 데 그친 것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대체로 국내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일반계 고교와는 달리 외고 등은 그야말로 특수목적고답게 교육의 목표부터가 달라야 한다고 믿는다. 교과부의 야심 찬 시도에도 불구하고 사교육 억제라는 정책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한편 걱정되는 것도 역시 이 때문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127수] 새로운 사교육만 창출할 외고 대책
교육과학기술부가 어제 발표한 ‘외고 및 고교 체제 개편 최종방안’은 일부 긍정적 요소가 있긴 하지만, 그동안 외국어고 논란의 핵심이었던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새로 도입된 전형요소가 새로운 사교육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교과부가 내놓은 방안의 핵심축은 자기주도학습 전형과 사교육영향 평가다. 문제는 자기주도학습 전형이다. 교과부는 영어 이외의 학과 성적을 전형자료에서 제외하고, 교과지식을 묻는 구술면접을 배제하며, 각종 인증시험 성적을 쓰지 못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교육 수요를 획기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 방안이 어느 정도까지는 사교육 수요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 전형안은 새로운 사교육 유발 요소를 만들어놓았다. 학습계획서 등 서류 심사와 면접, 입학사정관제 도입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외고를 지원하는 학생들의 영어성적 차이는 미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실제로 당락을 가르는 핵심 요소는 서류와 면접이 된다. 새 제도에선 서류심사와 면접을 입학사정관이 담당하도록 돼 있다.
일부 대학에서 실시되기 시작한 입학사정관 제도가 제 기능을 하기는커녕 새로운 사교육의 진원지가 되고 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입학사정관제가 성공하려면 사정관들의 전문성이 중요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까닭이다. 다양한 인재를 뽑는다는 명목으로 도입했음에도 실제로 그들이 뽑은 학생은 거의 예외 없이 성적우수자였다.
이렇듯 대학에서도 자리잡지 못한 문제투성이의 사정관제를 고교 입시에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더군다나 교과부는 겨우 60시간의 특별연수를 한 뒤 사정관 자격을 부여하겠다고 한다. 이런 사정관이 제구실을 하리라고 기대할 학부모는 없다. 그러니 벌써부터 서울 강남의 특목고 대비 입시학원에선 자기주도학습 전형 대비 프로그램, 입학사정관제 대비 컨설팅 프로그램 등을 내세우며 예비중학생까지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을 모를 리 없는 교과부가 새로운 사교육 수요 유발 위험을 무릅쓰고 입학사정관이니 면접이니 하는 요소를 집어넣은 것은 기존 외고의 특권을 유지시켜주기 위한 것으로밖에 해석할 수 없다. 교과부가 사교육으로 인한 국민 고통보다 사교육업체와 외고의 기득권 유지에 신경쓴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아일보 사설-20100127수] ‘92% 취업’ 商議인력개발원의 비결 아닌 비결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원을 다음 달 수료하는 임모 씨(25)는 얼마 전 한 대기업에 입사했다. 대학 2학년을 마치고 군에 갔던 그는 전역 직후인 2년 전 학교를 중퇴하고 대한상의(商議) 인력개발원의 문을 두드렸다. 대학을 졸업하더라도 직장을 잡기 어려우리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실무와 이론을 배우면서 기계설계산업기사 등 10개의 국가자격증을 취득했고 5개 기업에 합격해 한 곳을 선택했다. 임 씨는 “처음에는 4년제 대학을 그만두고 기술을 배우는 것이 창피했지만 이를 악물고 노력해 원하는 직장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란 조어(造語)가 생길 만큼 청년 취업난이 심하지만 인력개발원 교육훈련생들에게는 남의 일만 같다. 2월 수료 예정자 1700여 명 중 취업 희망자의 92%가 이미 일자리를 잡았다. 상의는 미취업자들도 몇 달 안에 직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한다. 상의가 인력개발원을 운용하기 시작한 1994년부터 작년까지 이곳을 거쳐 간 2만7000여 명 대부분이 취업에 성공했다.
1∼2년 과정인 인력개발원 프로그램은 산업현장의 수요에 부응하는 실무교육 중심으로 이뤄진다. 상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미리 필요한 인원과 기능 등 수요조사를 해 그때그때 커리큘럼에 반영한다. 훈련생들은 입소 초기 이론을 배우고 자격증 취득 공부를 한 뒤 교육 후반부로 갈수록 능동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직장에 들어가면 업무적응 속도가 빨라 기업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무 위주의 ‘맞춤형 직업교육’이 취업률을 높인 ‘비결 아닌 비결’인 셈이다.
인력개발원은 당초 미취업자들의 중소·중견기업 취직을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알차고 훈련생들의 질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기업 취업도 늘어나고 있다. 취직이 잘되고 기숙사비를 포함해 교육훈련 비용을 대부분 정부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구직자들에게도 인기다. 최근에는 훈련생 가운데 대학 중퇴 이상의 학력자가 40%를 넘는다.
대학 진학률이 84%까지 높아진 마당에 대학 졸업장만 믿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일자리와 바로 연결되는 기술을 제대로 배우는 것이 구직의 지름길이다. 구직자 개개인의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직업교육을 포함한 정부의 고용정책 역시 산업현장에서 환영받는 인력을 한 명이라도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는 쪽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같은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효과가 높아질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20100127수] 양산시장을 자살로 몰아넣은 '선거 빚 60억원
지난해 11월 뇌물수수 관련 검찰소환을 앞두고 자살한 오근섭 전(前) 양산시장은 선거자금으로 빌린 60억원을 갚기 위해 뇌물(賂物)을 받아왔다고 울산지검이 25일 밝혔다. 오 전 시장은 2002년 지방선거에서 낙선한 후 선거 빚에 시달리다가 2003년 5월 땅을 담보 잡히고 모 저축은행에서 59억원을 대출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비슷한 시기에 친지들에게서도 2억원을 빌렸다. 검찰은 오 전 시장이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2002년 선거 때 진 빚을 갚고 일부는 2004년 보궐선거 출마자금으로 썼다고 보고 있다.
오 전 시장은 묵은 선거 빚을 갚기 위해 진 새 빚을 갚으려고 2004년 6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고는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양산시 상북면 일대 땅이 도시기본계획에 포함될 예정이라는 정보를 흘려주고 9차례에 걸쳐 24억원의 뇌물을 받았다. 오 전 시장은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 사돈에게 빌린 22억5000만원짜리 어음을 할인(割引)해 돈을 만들어 2004년 선거 빚의 일부를 갚았지만 석달 뒤 다시 돌아온 어음 만기(滿期)에 쫓기게 되자 뇌물을 받고 도시계획정보를 흘렸다고 한다.
2002년 선거에서 낙선했던 오 전 시장은 2004년 보궐선거에 이어 2006년에도 시장으로 당선됐다. 그가 한번 선거 때마다 수십억원의 돈을 뿌려댔다면 유권자 18만명의 양산 선거는 돈으로 범벅이 된 선거였다는 말이 된다. 실제 선거 때 양산에선 "오 시장 돈 안 받은 사람은 양산 사람 아니다"라는 말이 떠돌았다고 한다. 이런 일이 양산에서만 일어났을까. 2007년 청도군수 재선거 때 돈 받은 혐의로 경찰수사 대상에 오른 주민이 5700명이었다.
이런 식으로 시장·군수로 당선된 사람들이 자기가 쓴 돈을 벌충하기 위해 개발규제를 해제해주고 관청 공사와 뒷돈을 맞거래하며 과장·계장 자리를 부하들에게 돈 받고 팔아넘기는 매관매직(賣官賣職)을 일삼는 것을 양산 사건이 훤히 보여주고 있다.
25일부터 선거 때 돈을 받은 유권자에게 받은 돈의 50배를 물리던 조항이 '10배 이상 50배 이하'로 조정됐다.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가 "유권자에게 과중한 부담"이라는 이유로 헌법불합치(憲法不合致) 결정을 내린 까닭이다. 양산에서 벌어졌고 지금 이 순간 전국 방방곡곡에서 소리를 내고 굴러가는 지방자치의 타락상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때를 잘못 골랐음을 말해주고 있다.
[서울신문 사설-20100127수] 서울 지하공간 활용 미래도시 구상 담아야
서울 도심의 토막토막 끊어진 지하상가들이 서로 연결된다. 서울시는 어제 숭례문~시청~회현~명동 지하를 잇는 ‘도심 지하공간 네트워크 구축사업’의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내년 초 공사에 착수해 2014년까지 연결을 끝낸다는 방침이다. 예상 사업비 2068억원은 민간투자 방식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길이 1433m, 면적 1만 8059㎡의 새로운 문화 및 휴식공간이 도심 지하에 생기는 셈이다. 서울광장의 1.4배에 해당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우리는 좁디좁은 서울 도심의 지하공간 네트워크화를 더 이상 피할 수 없다고 본다. 공간의 재활용이라는 차원에서 이제야 지하로 눈을 돌린 것이 때늦은 감도 없지 않다. 서울 도심에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 지어진 새서울, 을지로입구, 남대문, 회현, 소공, 명동 등 모두 6개의 지하상가가 있지만 낡은 데다 길마저 끊어져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숭례문에서 서울시청까지, 남대문시장에서 회현까지, 회현상가에서 명동상가 구간이 각각 새롭게 이어진다면 서울은 지하 보행자의 천국으로 되태어날지도 모른다.
서울시는 이미 지하공간에 대한 도시계획적 접근을 꾀하는 중이다. 쇼핑몰과 아파트, 사무실 등이 32㎞ 길이의 지하터널로 이어진 캐나다 몬트리올의 지하도시를 본뜬 마스터플랜을 지난해 발주해 놓은 상태다. 도심 2곳을 시범지구로 선정해 강남의 코엑스 같은 미래형 지하도시를 개발한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지상개발은 활발했지만, 지하공간에는 미처 손이 닿지 않았다. 지하 네트워크 구축은 지하상권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보행자 우선주의에 따라 지하상가 위로 건널목이 그어지면서 지하상가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시내 2700여 지하 점포의 72%가 종로·중구 등 도심에 몰려 있는 형편이고 보면 지하상가의 생존권도 보호돼야 마땅하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127수] 부처 유동정원제 확대시행 바람직하다
행정안전부가 자체 시범시행중인 '유동정원제'를 올 하반기부터 전 부처에 적용키로 했다. 이 제도는 실 · 국별로 정원의 5%를 유동정원으로 지정해 새로 부각된 현안 업무를 담당케 하는 것인데,정원을 늘리지 않은 채 신규업무를 수행하겠다는 취지다. 지역 희망일자리 추진팀,에너지효율화 추진과 같은 행안부의 새 업무에 배치된 유동인력은 해당업무가 끝나면 원래 부서로 복귀하게 된다. 이런 인력운용방식이 다른 부처로 확대되는 것은 환영할 만하며,내실있는 제도로 뿌리내리기를 기대한다.
행안부 방침은 2월 중 노동부와 국세청 등 5개 기관에 추가로 시범실시하되,하반기부터는 이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는 부처에 대해서는 신규 증원도 원칙적으로 불허한다는 것이다. 엄포가 아니라 이대로 꼭 시행하길 바란다. 행안부는 또 여러 부처에 관련된 사업은 업무를 명확히 하기 위한 기관간 양해각서(MOU) 체결을 활성화시키겠다고 했는데,단순히 업무영역을 구별짓는 것 이상의 정책적 효과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MOU 체결 대상분야로는 식품안전관리,원자력,물관리 등이 예시됐다. 유동정원을 부처내에서만 운용할 게 아니라 유관기관에 단 · 중기로 파견시키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하다. 특정업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한 뒤 원래 자리로 복귀한다면 일선공무원들의 업무역량도 커지고 부처간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새 제도를 전 부처에 적용할 방침이라면 실 · 국별로 일괄 5%를 유동 정원으로 하기보다는 기관 총원의 5%로 해서 부서별 특성을 살리되,이 비율을 조금씩 올려가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럼으로써 요직 · 핵심부서와 느슨한 자리의 개념이 없어지게끔 할 필요가 있다.
사실 공직만큼 기관별로,부서와 보직에 따라 업무의 강도와 긴장도에서 불균형이 심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통상 공무원이 편하고 여유있는 것처럼 비쳐지기도 한다. 유동정원제를 제대로만 시행한다면 이런 선입견을 깨는 데도 도움된다. 중앙부처를 넘어 지자체로 확대되고 준 공직에까지도 적용되길 바란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김남중(논설위원)-20100127수] 비만 할증료
신화에 ‘식욕(食慾)의 화신(化身)’이 등장하는 건 동서양이 다르지 않다. 그리스 신화에는 ‘굶주림의 저주’를 받은 에리직톤(Erysichton) 얘기가 나온다. 에리직톤은 여신(女神) 데메테르의 신성한 정원에 있는 나무를 도끼로 쓰러뜨리고, 이를 말리던 요정을 욕보였다. 진노한 여신은 그에게 아무리 먹어도 허기를 느끼는 저주를 내렸다. 그는 닥치는 대로 먹어댔고, 급기야 애지중지하던 딸까지 노예로 팔아 음식을 구했다. 모든 걸 먹어 치우고도 성에 차지 않았던 에리직톤은 팔다리부터 시작해 제 몸을 모두 뜯어먹었다. 죽어서야 끔찍한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동양의 에리직톤은 중국 신화 속 ‘포효’라는 짐승이다. 사람의 얼굴과 손톱을 가졌으나 몸은 양이요, 이빨은 호랑이인 괴물이다. 구오산(鉤吳山)에 살면서 구미호(九尾狐)처럼 사람을 홀려 잡아먹었다고 전한다. 그런데 성질이 탐욕스러워 사람을 잡아먹고도 만족하지 못해 제 몸까지 물어뜯었다고 한다.
억제할 수 없는 ‘식욕의 고통’은 신화 속 얘기만은 아니다. ‘에리직톤 증후군’이라고 해도 됨 직한 ‘프래더윌리(Prader-Willi) 증후군’을 앓는 환자에겐 현실이다. 대뇌의 시상하부 기능 장애나 염색체 이상으로 생기는 병인데, 한없이 먹어도 배부른 줄 모른다. 당연히 비만을 초래하고 심장병과 당뇨병, 고혈압, 뇌혈관 질환 등의 합병증을 얻는다. 식사량 조절이 절대적이지만 그게 여의치 않아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란다.
저주나 질병까진 아니더라도 비만이 만인(萬人)의 고민거리인 건 분명하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브리짓이 데이트를 앞두고 섹시한 팬티를 입을지, 아니면 똥배를 감추기 위해 체형 보정용 속옷을 입을지 고민하는 건 그나마 애교로 봐줄 수 있다. 비만 때문에 건강을 해치거나 돈이 들어가는 지경에 이르면 문제가 심각하다.
유럽 항공사인 에어프랑스가 4월 1일 출발분부터 뚱뚱한 사람에게 ‘비만 할증료’를 부과할 계획이라는 소식이다. 지난해 10월 미국에선 구급차 업체들이 비만 환자에게 정상요금의 최고 두 배나 되는 할증료를 부과해 논란이 됐다. 이러다간 또 어떤 비만 할증료가 생길지 모를 일이다. ‘새해 결심’ 리스트에 살 빼기를 넣은 사람이 많을 터다. 이미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돼버렸거나 흔들리고 있다면 이참에 결심을 새로이 다져보는 것은 어떨는지.
[경향신문 칼럼-여적/유병선(논설위원)-20100127수] 담뱃잎 태양전지
2008년 현재 전 세계에서 재배되는 콩의 70%, 옥수수의 24%가 다른 유기체의 유전자(DNA)를 재조합한 유전자조작생물(GMO)이다. 이런 콩·옥수수를 두고 ‘프랑켄푸드’라며 배척하는 진영과 식량위기의 대안이라며 찬성하는 진영으로 갈라서 있지만, 정작 GMO가 소리 소문 없이 상업적으로 대박을 터뜨린 건 제약 분야다. 당뇨병 환자들에게 처방되는 인공 인슐린이 대표적이다. 예전엔 소·돼지의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리했지만 요즘은 대형 배양 탱크 속에서 인슐린을 만들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박테리아를 통해 대량 생산한다.
캐나다의 생명공학회사인 셈바이오시스는 앞으론 GMO가 먹을거리의 차원을 넘어 좀 더 직접적으로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빈말은 아니다. 이 회사는 3년 전 잇꽃(紅花)에 인간유전자를 넣는 유전자 조작기법으로 식물에서 인슐린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잇꽃의 인슐린이 박테리아의 인슐린보다 값싸게 의료계의 수요를 맞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회사 말고도 식물이나 동물의 유전자를 조작해 약물을 맞춤 생산하려는 생명공학회사들이 한둘이 아니다.
최근 디스커버리 채널은 흥미로운 GMO 연구동향을 전했다. 미국 버클리 대학 연구팀이 학술전문지에 유전자 조작기법으로 담뱃잎을 태양전지로 만드는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최초로 발견된 바이러스이자, 담배를 비롯해 120여종의 식물에 모자이크 병을 유발하는 담배 모자이크 바이러스(TMV)의 유전자를 조작해 광화학발전이 가능하게 만드는 길을 찾았다고 한다. 이 바이러스를 담뱃잎에 주입하면 농민들이 키우는 담배가 살아있는 태양전지로 바뀐다는 가설이다. 유전자 조작 바이러스로 식물 본연의 광합성을 광(光)발전으로 유도하기만 하면 훌륭한 대체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먹을거리가 아닌 GMO 식물 연구에 대한 환경단체들의 입장은 “나는 반대일세!”이다. 외려 생태계를 혼란시킬 위험이 더 크다고 경고한다. 실제 몇 해 전 미국 생명공학회사 프로디진은 돼지의 대장균성 설사 백신을 만들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옥수수의 재배 실험 과정에서 주변의 보통 옥수수를 오염시켜 거액의 벌금을 물기도 했다. GMO와 생명에의 외경(畏敬)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매일경제신문 칼럼-테마진단/이성호(중앙대 교육학과 교수)-20100127수] 미국 SAT 문제유출의 공범자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미국 SAT 문제 부정유출 사건이 공개되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유사한 부정행위가 지난 23일 치러진 SAT에서도 적발되었다니 망연자실할 뿐이다.
SAT는 미국의 수능시험이다. 이 SAT는 전 세계에서 실시되기 때문에 동일한 문제를 어느 나라에서는 몇 시간 먼저 보는 일이 있게 마련이다. 시험을 관리하는 기관이 국가별 시차까지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강남의 일부 학원에서 바로 이 점을 악용하여 문제를 유출하는 고수익의 `영업`을 하였고 어떤 학생은 이 덕에 2400점 만점 시험에서 무려 300점까지 성적을 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23일 마치 수사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국내에서 또다시 문제지 유출이 시도됐다.
SAT의 관리기관인 ETS가 우리나라를 믿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몇몇 사람들의 파렴치한 행위로 인한 나라 망신을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고, 선의의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부정행위가 수년간 반복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강남의 SAT 학원가에서 `올 것이 왔구나`라는 반응이 나왔겠는가. 한마디로 이번 사건은 몇 사람의 학원강사들에게만 죄를 묻기에는 너무도 구조적인 비리다. 그리고 이 엄청난 비리 뒤에는 공범이 숨어 있다.
첫 번째 공범은 영리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부 학원의 행태다. 학원들을 향해 공익을 중시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겠지만, 돈이 된다면 범법까지도 서슴없이 자행할 수 있는 왜곡된 가치관이 존재하는 한 이러한 비리는 반복될 것이다. 차제에 철저한 수사를 통해 부정행위에 연루된 사람을 모두 적발하고 이들을 일벌백계로 다스림으로써 이 같은 비리의 재발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공범은 일부 학부모의 과욕과 삐뚤어진 자식사랑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식에 대해 보이는 극성은 좀 유별나다. 작년에 중앙대에서 개최한 입학사정관제 설명회에 초빙되었던 스탠퍼드대학의 사정관은 "미국에도 극성(over-involving)인 부모들이 있지만 한국에 비할 정도는 아니다"며 혀를 내둘렀다. 지나친 극성은 과욕을 낳고 과욕은 인간을 무분별하게 만드는 법이다.
미국 SAT를 소개하는 공식 안내문에는 `이 시험은 단기적인 집중학습으로 점수를 올리기 어려운 시험`이라고 적혀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일부 학부모들은 단기간의 고액과외로 고득점을 기대한다. `돈이면 점수도 살 수 있다`는 심보다. 이들의 자녀들은 과연 자신의 부모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 자못 궁금하다.
얼마 전 강남의 모 학원 측이 문제 유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해명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서 학부모들이 `내 자식만 손해 볼 수 없으니 우리에게도 유출해 달라` `문제 빼오는 강사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도 하는데 왜 우리만 수사를 하면서 난리냐`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이것이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서글퍼진다.
낚시하는 방법을 가르치기보다는 물고기 사재기하는 데만 급급한 이런 부모들은 주변 연못의 물고기가 모두 고갈되고 나면 무엇을 자식에게 주려고 하는 것일까.
고액과외로 미국 명문대에 들어가고 고액과외의 도움으로 그 대학을 무사히 졸업했으나 취업만은 고액과외로 해결할 수 없어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 부모가 주는 생활비에 의존하며 사는 `잊힌 수재`가 있다는 자조적인 `괴담`이 강남 학원가에 나돈다고 한다.
과욕에 눈이 먼 부모가 많아지면 이 괴담은 언젠가 비극적 현실이 되고 말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이현호(경제부 기자)-20100127수] 2% 부족한 외교통상부
외교통상부가 몰라도 정말 모르는 겁니다. 인도 현지 진출업체들이 가장 시급한 게 비자 문제인데 말이죠."
지난 2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출장에서 만난 국내 중소업체의 한 관계자가 비자 문제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사연을 털어놓으면서 건넨 얘기다. 현지 중소업체가 인도 직원들을 한국으로 보내 기술교육을 받고 오도록 해야 하는데 한국대사관에서 비자 발급을 꺼려 현지 공장 운영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비슷한 사연을 대기업 관계자들에게서도 들을 수 있었다. 현지에 진출한 모 대기업 관계자는 "주재원들이 비자 기간이 만료돼 한국으로 들어가 인도대사관에 비자발급을 신청하면 시간이 오래 걸려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인도로 돌아오지 못해 곤란했던 적이 여러 번"이라고 전했다.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이나 비자발급 문제로 곤혹스러운 건 마찬가지 상황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얘기를 들으면서 인도에 막 도착했을 때를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올해부터 한 · 인도 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발효되고 이명박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5년 만에 인도를 방문한다는 사실에 한국대사관을 중심으로 교포사회는 한껏 들떠있었다. 이 대통령의 방문으로 한국 이미지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인도에서 민간대사 격으로 열심히 뛰는 우리 기업들이 찬밥 대우를 받는 현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물론 외통부가 인도인의 비자발급을 꺼리는 것도 일리는 있다. 불법체류에 대한 당국의 입장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건을 보고 있자면 외통부의 민감한 대응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도는 상호주의를 매우 중요시하는 국가다. 받은 만큼 되돌려준다는 얘기다. 최근 외통부는 한 · 인도 CEPA 협정 발효를 계기로 우리 기업의 인도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인도인의 비자발급을 꺼린다면 현지 진출 업체들도 똑같은 대접을 받아 피해를 떠안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발목은 잡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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