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두근
이석구 글 그림/ 고래이야기
맛있는 빵들을 배경으로 한 사람이 얼굴을 가린채 눈만 빼꼼이 내밀고 서있다. 제목처럼 두근두근하는게 보인다. 책 속지를 펴면 아름다운 풍경너머 마을이 있고 길을 따라 트럭 한 대가 올라오고 있다. 소박한 작은 집을 향해서. 식료품회사 이름이 새겨진 트럭은 작은 집 문 앞에 밀가루와 과일 등을 내려놓고 떠난다. 문에는 푯말이 걸려있다.
‘들어오지 마세요. 두드리지도 마세요.’
밤이 되고 문밖에 아무도 없는지 작은 창으로 눈만 빼꼼 내밀어 확인한 브레드씨는 비로소 마음 놓고 빵을 만든다. 얼마나 부끄럼쟁인지 아는 사람을 만나도 두근두근, 모르는 사람을 마주치면 더 두근두근 하는 브레드씨.
그런데 빵을 만드는 솜씨는 정말 훌륭하다. 달콤한 소라빵, 촉촉한 크림빵, 바삭한 바게트, 사르르 녹는 롤빵, 고소한 호밀빵 등.
어느 날 밤, 문 두드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브레드씨. 문 잠그는 걸 깜박하는 바람에 문이 스르륵 열리고 코알라가 들어온다. 브레드씨는 너무 놀라 탁자밑으로 넘어지고 코알라는 맛있는 냄새가 나서 산책길에 들어왔다. 부끄럼쟁이 브레드씨는 얼굴도 못 마주치고 쟁반으로 얼굴을 가린채 따뜻한 우유와 갓 구운 카스텔라를 주었다. 첫 손님이 찾아온 후 며칠 뒤 브레드씨를 두근두근하게 한 손님은 생쥐. 똥을 잘 못 누는 생쥐에게는 야채빵을 구워주고,
추위에 떠는 양에게는 따끈따끈한 호빵을 주고, 비실비실 입맛을 잃은 곰에게는 말랑말랑한 식빵과 딸기잼을 주고, 재투성이 고양이들에게는 달콤한 팥이 든 붕어빵이 최고.
부끄럼쟁이 브레드씨는 이제 더 이상 문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에게도 소문이 나서 ‘두근두근 빵집’을 열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북적대던 빵집이 오후가 되어 한가한데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문을 열면 아무도 없다. 이제 브레드씨는 설렘에 가슴이 두근두근. 두근두근 빵을 만들어 문밖에 식탁을 차려놓았다. 아마 브레드씨처럼 부끄럼쟁이인 사자가 빵을 혼자 먹고 있었다. 노을진 풍경을 뒤로하고 사자와 마주앉은 브레드씨. 평화로운 모습이다. 두근두근 빵집에 찾아올 다음 손님은 마지막 속지에 나와있다. 하얀 눈이 쌓인 겨울 멀리서 지도를 보며 찾아온 손님들은 누구일까?
두려움과 부끄러움에 두근두근 가슴이 뛰었던 브레드씨는 이제는 오히려 새로운 만남에 기대를 하며 설렘에 가슴이 두근두근한다. 소심한 브레드씨가 동물들과 이웃들과 소통하고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보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한다.
첫댓글 선배님을 글을 읽으면서 저의 빈약한 상상력을 끌어,끌어 싹싹 끌어모으고 있어요.
부끄럼쟁이 브레드씨는 제가 상상한것처럼 생겼을까요?
확인을 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