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삶이란 여정의 프리랜서입니다
지난 주는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폭염이 대지를 잔인하게 달구었습니다.
장마전선이 한바탕 한반도를 거칠게 몰아치더니 이어진 불볕더위에 밀려 속절없이 물러가면서 전국이 한 낮에는 섭씨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으로, 밤에는 열대야의 여름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워라밸, 즉 일과 삶의 균형이란 새로운 시대 문화를 대변하는 키워드와 그와 관련된 사회적인 변화의 일부분을 조명해 보았습니다.
해마다 7월 이 때쯤이면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카피와 함께 삶의 재충전을 위한 휴가 계획을 세우기에 혈안이 됩니다. 대다수의 젊은 워라밸 세대들은 이미 연초부터 삶의 새로운 경험을 위하여 특별한 휴가 계획들을 세우곤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을 하는 목적이 우리 삶의 진정한 행복을 찾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지난 온 나의 삶을 문득 돌아보니 30여년을 한 직장에서 몸 담고 일해오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의식하며 살지 못했던 것을 뒤늦게야 깨닫고 후회하고 있습니다. 처음 신입사원의 삶을 시작하면서 보고 배운 것이 선배님들의 삶이 모습이 전부였고 그 선배님들의 삶의 모습이란 1년 365일을 하루같이 직장에서의 성공과 가정의 생계를 위해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오직 앞을 향해 살았던 모습이었고 그들의 삶을 롤모델로 삼아 닮고자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야 했던 삶이 우리 세대들의 자화상이었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저와 같은 7080 세대들에게 우리들의 일상 가운데 주5일제란 신세계의 문화가 준비되지 않은 채 주어졌고 이어서 주 52시간제하의 워라밸 문화가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늦었지만 이제서야 살아가며 일을 하는 진정한 목적이 우리 삶의 진정한 행복에 있음을 알고 주어진 일에 기쁨으로 임해야 할 같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제는 이런 문화를 만끽할 만한 여건이 되지 못함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연전에 이미 직장 문화의 삶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의 문화를 열었기 때문입니다.
제 삶의 제 2 의 인생, 바로 프리랜서의 삶입니다.
프리랜서 (Freelancer)란 일정한 집단이나 회사에 전속되지 않은 자유기고가나 배우 또는 자유계약에 의하여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여 영어로는 프리랜스(Freelance)로 표기 하지만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프리랜서라고 부릅니다. (두산 백과 참조)
프리랜스는 어떤 영주에게도 소속되지 않는 자유로운(free) 창기병(槍騎兵:lance)이라는 뜻으로 중세 서양의 용병단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이들은 보수를 받고 이곳 저곳의 영주와 계약을 맺고 그 고용주를 위하여 싸웠습니다. 이들은 대의명분이나 고용주가 어떤 사람이건 상관하지 않고 오로지 보수만을 위하여 여기저기로 옮겨 다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현재는 특정한 사항에 관하여 그 때 그 때 계약을 맺고 일을 하는 자유계약 기자나 배우, 그리고 무소속 정치가 등 집단이나 조직의 구속을 받지 않고 자기 자신의 판단에 따라 독자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쓰입니다. 이 밖에도 정액소득을 받지 않는 저널리스트, 음악가, 작가 및 기타의 사람들을 합쳐 포괄적으로 프리랜서라 부릅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니 이제 저의 일상도 프리랜서의 삶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정액 소득자의 삶의 살아오다 보니 새롭게 시작한 비교적 자유로운 삶인 프리랜서의 삶이 꽤 매력적인 생활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30년이란 세월을 조직내 정해진 규율과 꽉 짜여져 어김없이 돌아가는 경쟁구도 안에서의 여유 없던 삶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영혼처럼 쉬고 싶을 때 쉬고 일하고 싶을 때 일하는 삶이 한동안은 더 없이 편하고 매력적인 삶이었습니다.
그러나 한편 30년동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꼬박 제시간에 출근하고 주어진 자리를 지키기만 하면 쥐꼬리만한 월급이라고 투덜대며 받았던 그 시절의 고정적인 수입이 돌아보니 감사함이었고 선물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회사라는 큰 울타리는 숨쉬기가 다소 불편하긴 했지만 시간만 지나면 꼬박 꼬박 정해진 수입이 어김없이 찾아 드는 선물 같은 것이었다는 것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쩌면 마약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 마약을 끊을 수가 없고 끊을 용기가 없어서 주인이 알아서 끊어줄 때까지 마약에 중독되어 살았던 삶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에 나와서 프리랜서로 살아간다는 것은 처음에는 분명 매우 매력적인 일이었는데 한편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시작된 프리랜서로서의 초기의 삶은 정착단계에서 정말 힘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 옛날 한 달 한 달 어김없이 찾아오는 월급날처럼 그 어디에서도 성경 속의 이스라엘 민족이 광야를 지날 때 하늘에서 내린 만나와 메추라기 같은 일용할 양식을 더 이상 경험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내 손으로 직접 양식을 구해야 하는 매일매일의 시간이 어떤 때는 두려움으로 다가오던 경험도 하게 됩니다.
자유로운 시간과 삶의 매력을 얻게 되면서 찾은 삶의 균형의 대가로 지불해야 할 또 다른 정신적 고통을 감수해야 했던 것이 초기 프리랜서의 삶의 애환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프리랜서로 살아간다는 것은 분명 매력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찾아나선 프리랜서의 삶이 오히려 삶의 균형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생계를 위하여 다시 일의 중독 속으로 빠져든다면 그것은 일의 노예로 살아가던 옛날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의 모습을 크게 확대해서 보면 어쩌면 이 땅에 태어나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넓은 의미의 프리랜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생이란 이 세상에 태어나 잠시 살다가는 하나의 여정에서 각자가 특별히 다르게 가지고 태어난 탤런트라는 재능을 통하여 이 세상을 지으신 고용주와 계약을 맺고 그 고용주가 만든 많은 재료들을 빌어 쓰면서 부여 받은 제각기 다른 소명을 감당하기 위하여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며 그 대가로 하늘에서 제공하는 복과 즐거움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 바로 그것이 이 땅에서 잠시 살다가는 프리랜서로서의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감사함과 기쁨으로 주어진 일을 감당할 때 우리들의 삶은 그 가운데서 빛나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작지만 귀중한 삶의 의미를 찾고 또 행복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