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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어제 그의 슈퍼에 들른 건 4키로짜리 쌀 한봉지와 샴푸를 사기 위함이었다.</P>
<P> " 형님! 간단하게 막걸리 한잔 하실래요? "</P>
<P> 한달전 처음으로 그와 술을 마셨을때 나이가 한살 차이밖에 나지 않아서 그냥 친구처럼 지내기로</P>
<P> 했었는데... 대뜸 형님이라 부르니 눈이 휘둥그레졌다.</P>
<P> ( 형님? 형님대우 해주면 나야 좋지머...ㅎㅎ )</P>
<P> " 가게는 어떡하고? "</P>
<P> " 집사람이 잠깐 보고 있으면 돼요. 저 밑에 막걸리집 생겼던데 맛있다고 하더라구요."</P>
<P> 저번에 같이 마셨을때 이 친구 주량이 보통이 아닌지라 다음날 종일 드러누워 앓았었기에 살짝 겁은 났지만, </P>
<P> 사람좋은 그의 눈웃음에 거부할 수 없었다.</P>
<P> 걸죽한 맛을 기대하며 가게에 들어갔더니 장사가 기차게 잘되어 막걸리가 떨어졌다고 한다.</P>
<P> 그냥 나오기도 그렇고해서 황태해장국에 소주를 시켰다.</P>
<P> " 종일 가게에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답답해서 환장한다니까요. 집사람이 부업을 하는데 그건 반찬값밖에 </P>
<P> 안되고, 애들이 공부를 곧잘하니 학원이라도 보내야 할텐데 코딱지만한 구멍가게에서 얼마나 벌리겠어요.</P>
<P> 외상값 떼먹고 도망가는 놈들은 수두룩하고, 직장은 알아보는데 손이 이지경이라 마땅치 않고... "</P>
<P> 그의 오른쪽 손은 손가락이 세개밖에 남지 않았다.</P>
<P> 12년전 프레스에 다쳤으며, 그나마 남아있는 손가락도 성치않아 주머니에 꽃혀있는 시간이 많았다.</P>
<P> 20대 초반에 그는 부천역 근처 술집에서 오르간을 연주하였다고 한다.</P>
<P> 어찌어찌하다가 악기를 내려놓고 공장생활을 하였다는데... 빈병이 늘어나고 술에 취하며 뒷 이야기는 </P>
<P> 기억나지 않는다.</P>
<P> 그를 왜 내집에 데리고 와 맥주를 더 마셨는지도 알수가 없다.</P>
<P> 아침에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먹다남은 오징어와 그림이 흩어져 있었다.</P>
<P> 어렴풋이 기억나는 건 산골풍경을 그린 캔버스를 들고 액자를 안 만들어도 되니 어쩌니 횡설수설하던 </P>
<P> 부분과 그 그림을 들고 계단을 내려가던 그의 뒷모습이다.</P>
<P> 아끼던 그림인데... 내가 왜 주었을까?</P>
<P> 다시 내노라 할수도 없고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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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끼던 그림을... 그러게요. 왜 그 그림을 주셨을려나...
뭐가 씌었나봐요. ㅎㅎ
사람냄새가 나는 따뜻한 정겨움이 전해져오는 풍경입니다
고맙습니다. ~~
얼근한 술기운에~ 있는것 다 내주고 싶었던 저녁주안상이 차려진 그림이 그려진 저녁이었네요~~~ㅎㅎㅎ 한잔술에 모든걸 다 내주시는 정에 약한 희나리님?ㅎ때로 이용하면 재미있을듯~~~~~~~ㅠ.ㅠ
글쎄요? 정신 바짝 차려야겠는데요 ㅋㅋ
ㅎㅎㅎ 마음이 시켜 그러신걸 어쩌시겠어요.. 그분도 맘 틀 사람생겨서 좋으셨을껄요...
그가 가끔 나의 그림을 보며 흐믓해하면 나도 좋지머 ^^
사는 모습들이 한장의 그림 속에 오버랩 되는 봄밤입니다.
아픈 사람끼리 나누는 정이 잘 그려진...
마음 여리고 아픔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기운을 냈으면 좋겠네요.^^
희나리님~ 잘 하셨습니다~~ 세상 살며 소통 잘되는(?) 만나는 일도 어렵잖아요~ㅎ 다음에 저도 한점 ~ㅎ
그의 주량은 두렵지만... ㅎㅎ